장제원(자유한국당) : 자유한국당으로 복당은 내 정치 인생뿐만 아니라 내 삶 전체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이었다.

하태경(바른정당) : 한국당에서 어서 나오는 것이 보수를 살리는 거다.

장제원 : 하 의원이 내 발언에 대해 침소봉대를 한다. 내 정치적 책임이라는 발언에 바른정당으로 돌아간다는 옵션은 없다.

이혜훈(바른정당) : 제발 빨리 그 침몰하는 난파선에서 뛰어나왔으면 좋겠다. 바른정당이란 구조선이 바로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꿨는데 김칫국부터 마셨다. 요즘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향한 바른정당 의원들의 ‘러브콜’을 보며 나오는 말이다.

바른정당은 지난 19대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의원 13명이 홍준표 후보 지지와 함께 탈당 후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하면서 원내교섭단체(20석)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황영철 의원이 탈당 입장을 번복하고 바른정당에 잔류하면서 가까스로 원내교섭단체가 유지되긴 했지만 의원 한 명이라도 잃어서는 안 되는 불안한 상황이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상보조금 총액의 50%를 똑같이 배분받을 수 있다. 정의당(6석)은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정당에 해당해 총액의 5%만 받는다. 33석으로 창당한 바른정당은 1분기엔 15억7762만 원을, 2분기엔 14억7821만 원의 경상보조금을 받았다. 교섭단체는 경상보조금 외에도 국고 보조를 받아 정책연구위원을 둘 수 있고 입법 지원비도 지원받는 등 혜택이 크다.

▲ 바른정당 권성동·김성태·김재경·김학용·박성중·박순자·여상규·이군현·이진복·장제원·홍문표·홍일표·황영철 의원 등 13명이 지난 5월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중 황영철 의원은 탈당 입장을 번복하고 바른정당에 잔류했다. 사진=민중의소리
바른정당 권성동·김성태·김재경·김학용·박성중·박순자·여상규·이군현·이진복·장제원·홍문표·홍일표·황영철 의원 등 13명이 지난 5월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중 황영철 의원은 탈당 입장을 번복하고 바른정당에 잔류했다. 사진=민중의소리
최근 바른정당의 추가경정예산안 ‘보이콧’ 결정 과정에서도 ‘추경 심사는 하는 게 맞다’던 이혜훈 대표가 당론을 바꾸지 못했던 것도 당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게 이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혜훈 대표는 지난 13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실제로 아직까지 제가 부족해서 당론 변경이 조금 안 이뤄졌다”면서 “당 대표 의견이라고 다수 의견이 되지 않는 경우는 많아 설득을 해야 한다. 이게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는데 조금씩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최근 홍문표 의원과 서용교 전 의원 등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의 측근들을 주요 당직에 임명하면서 바른정당 의원들의 동요나 보수통합을 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 지도부는 내부 결속을 위해 홍 대표와 한국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되레 한국당 의원들의 탈당설을 펼치며 맞서고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의원전체회의에서 “한국당 내에 극우 논쟁이 활발한 데 근거 없이 아무나 빨갱이로 모는 매카시즘도 극우여서 한국의 매카시 ‘홍카시’가 홍준표 대표”라며 “홍준표가 영입한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태극기 집회를 의병 활동이라고 했는데 헌법과 헌법재판소를 부정한 사람을 홍 대표도 거들었다. 홍준표‧류석춘 두 사람은 한국당의 극우 쌍둥이”라고 힐난했다.

하 위원은 이어 “한국당 내에서 한국당이 극우 정당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 나오는데 그분들 출당시켜 달라. 바른정당이 다 받겠다”면서 “바른정당이 중앙대로로 전진할 테니 한국당은 계속 우회전 깜빡이 켜고 오른 쪽으로 더 나아가면 고마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이혜훈 대표는 한국당 복당을 “인생 최대의 잘못된 결정”이라고 한 장제원 의원에 대해 “아직 연락은 못 해 봤는데 나는 다시 오면 모시고 싶다”며 “나와 (바른정당 입당을) 얘기하는 의원 숫자가 좀 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바른정당 문을 두드리는 의원 수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나와만 얘기하는 분은 한 자릿수인데 또 다른 의원들도 얘기하는 분들이 있으니까 합하면 그렇게(두 자릿수 이상) 될 수도 있다”면서 “그런데 그런 분들이 그냥 말로만 개혁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을 입증하면 우리는 얼마든지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자신을 거론하며 한국당 의원들의 탈당을 촉구한 하태경 의원에게 “한국당이 개혁되는데 최선을 다하고 안 되면 여기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얘기지 바른정당으로 돌아가는 건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며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서 자당의 마케팅에 이용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스스로 바른정당의 힘을 잘 키워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14일 발표된 7월 둘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정당 지지도는 9%로 같았다. 더불어민주당은 49%, 정의당 6%, 국민의당이 5%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응답률 19%)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였다. 세부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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