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기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로봇저널리즘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는 경제분야 기자들은 “단순기사 업무를 거들어주는 정도”라고 평가하면서도 “분석, 해설기사를 쓰지 않는 기자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상도 가톨릭평화방송 이상도 전 보도총국장은 최근 발표한 석사학위 논문 ‘로봇저널리즘 등장에 따른 한국언론의 변화와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로봇저널리즘은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받으면 기사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파이낸셜뉴스, 헤럴드경제, 이투데이, 전자신문이 증권 시황 기사에 로봇저널리즘을 도입했다.

로봇저널리즘 담당자들과 경제분야 기자들은 공통적으로 아직은 로봇저널리즘의 수준이 높지 않고 활용에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부장급 기자는 “개발팀에 메커니즘을 물어보니 도표로 나오는 것을 기사로 쓰는데 (장이) 얼마에 시작했고 얼마에 마감했다 정도”라고 말했다. 차장급 기자는 “현재 (로봇)기사는 금감원 전자공시 등 단문형식의 기사를 쓴다”면서 “(이런 기사는) 막내 연차에서 교육용으로 시키는 것으로 심층적인 취재에는 영향이 없다. 다만 일손을 덜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 사진=테크니들.
▲ 사진=테크니들.

이들은 로봇 기자와 인간 기자의 역할이 명확히 분리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팀장급 기자는 “글이라는 게 단순히 정보 뿐만 아니라 방향과 가치관, 기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로봇 기사는) 기존언론의 보조적인 기능을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차장급 기자 역시 “로봇기사와 인간이 써야하는 분야가 다르다”면서 “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다. 증권, 스포츠, 날씨 정도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현재 로봇저널리즘이 도입된 분야인 시황기사의 수요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장급 기자는 “그런 기사를 누가 보겠나”라며 “증권부로 10년 만에 다시 돌아오니 가장 큰 차이가 과거에는 개인투자자들이 관련 정보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런 투자자자들 자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줄면서 그들이 보는 시황기사가 주목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로봇 저널리즘이 확산되면 로봇이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작성하고 여유가 생긴 기자들이 ‘전문성’을 마련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차장급 기자는 “(로봇이) 1~5년차 수준의 기사를 생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자들이 깊이 있는 기사로 업그레이드하는 식으로 비용문제 등으로 못하고 있는 기사의 심층성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른 차장급 기자 역시 “기획재정부의 경우 10건의 자료 중 3~4건은 홍보성 기사”라며 “그걸 쓰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청와대 출장 가보면 기자들이 스트레이트 기사 쓰느라 정작 중요한 박스기사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기자들이 스트레이트 기사 작성이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로봇저널리즘이 노력하지 않는 기자에게는 위협적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다른 차장급 기자는 “지금도 현장에서 스트레이트만 쓰면서 시간을 보내는 기자들이 있다. 이런 기자들은 힘들어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다른 평기자 역시 “단순시황보다는 사람에 주목하는 기사를 써야 한다. 시황 뒤에 있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 시장 플레이어들이 생각하는 스토리를 써야 한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 기사를 알고리즘이 쓰게 되면 기자 교육에 차질이 생긴다는 견해도 있었다. 한 차장급 기자는 “스트레이트를 못 쓰는 기자는 박스기사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서 “(스트레이트 기사작성이) 훈련과 교육의 역할도 있는데 스트레이트를 로봇 저널리즘에 넘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팀장급 기자도 “스트레이트 기사도 못 쓰는 기자가 무슨 분석기사를 쓰겠는가?”라며 우려했다.

▲ 로봇저널리즘이 보편화되면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기자들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로봇저널리즘이 보편화되면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기자들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기자들은 로봇저널리즘의 실수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로봇저널리즘 담당자들은 데이터에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오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부장급 기자는 “과거 10억 원을 10억 달러로 기사를 잘못 써서 해당 회사 주식이 상한가에서 하한가로 떨어져 문제가 된 적 있다. 이런 사례가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 차장급 기자는 “한 언론사에서 임시공휴일로 지정이 된 날, 전날 장 종료를 기준으로 기사를 자동으로 보낸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잘못된 기사를 보고 투자를 했다든지 하면 손해배상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로봇저널리즘) 도입을 보류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사고 가능성과 관련 B사 로봇저널리즘 담당자는 “코스코(증권관련 전산전문회사)에서 로데이터(원본 데이터)를 주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길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C사 전직 로봇저널리즘 담당자 역시 “뭔가 문제가 있다면 데이터가 잘못된 것이다. 100을 10으로 읽는 실수는 사람이 하는 것이지 기계는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봇저널리즘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알고리즘이 기사를 생산하다보니 개인 맞춤형인 ‘온디맨드 기사’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C사 전직 로봇저널리즘 관계자는 “롯데와 LG가 야구경기를 하면 부산에 사는 롯데팬 독자에게는 롯데가 이기든 지든 롯데위주로 풀어가는 식”이라며 “이게 가능한 구조가 점점 다가오고 있고 기술로는 구현이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로봇을 통한 증권기사 유료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한 평기자는 “(시황기사가) 온디맨드 방식으로 일대일 서비스가 이뤄지면 판매가 가능할 것 같지만 그런 서비스는 오히려 증권사가 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 평기자는 “한국투자교육연구소에서 유료로 서비스하는 아이투자 정도는 돼야 돈을 내고 볼텐데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제기자 인터뷰에는 내일신문, 아시아경제, 연합인포맥스, 한국경제, SBSCNBC, 이데일리, 머니투데이, 문화일보, 아이뉴스24, 뉴시스 증권금융분야 기자들이 참여했다. 로봇저널리즘 담당자 인터뷰에는 파이낸셜뉴스, 헤럴드경제, 이투데이 로봇저널리즘 전현직 담당자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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