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녹취조작 제보 사건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국민의당이 오히려 특검을 하자면서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도둑이 몽둥이 드는 격으로 국민은 어리둥절하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최근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7월 정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3.8%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원내 정당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이런 통계수치는 사실상 무의미하며 실제 오차범위를 적용하면 지지율이 0%로 봐도 무리가 없다.

호남에서는 평균 이하인 3.5%를 기록했다고 한다. 호남 기반 정당임을 자임하는 국민의당이 호남 유권자들에게 완전히 버림받은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4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공명 선거를 부정하며 허위조작 뉴스를 만들어 유포해 민주주의를 부정했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로 부르는 것은 선거를 통해 유권자가 주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속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대선 당시 당원 이유미씨가 조작한 제보 자료가 허위이거나, 허위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국민의당이 이를 공개하도록 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7월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7월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백번 양보하여 열성당원이 선거판을 흔들 수 있는 ‘녹취 파일’을 들고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라면 검증은 필수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씨의 제보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알아차릴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당 차원의 제보 공개 이전 단계에서 이씨가 조작한 녹취 파일을 이 전 최고위원이 먼저 친분있는 기자들에게 보냈으나 ‘진위 확인이 어려워 보도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도 검증 없이 당 공명선거추진단에 보냈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그런 특종 호재를 보고도 기사화하지 않은 이유는 근거가 부실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 허술한 조작자료를 명색이 당공명선거추진단에 보내 널리 공표하게 만든 것은 이 최고위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팩트체크에 적극적으로 나서던 상황에서 공당에서 검증되지 않은 충격적인 조작 뉴스를 내보냈다는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당 대응방식은 어떤가.

둘째, 검증 대신 거짓으로 허위사실을 확대 재생산했다.

공개된 이 전 최고위원 혐의사실을 보면 “이씨의 제보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이 전 최고위원 주장은 애초부터 거짓이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통령선거에 유력 후보를 출마시켜 한때 당선까지 넘보던 공당으로서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조악한 조작-허술한 검증-과감한 공표-무차별 여론몰이’의 과정은 공당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더구나 이런 허위주장을 당차원에서 반복했다. 불법 행위가 반복될수록 죄는 더 무거워지는 법이다. 단독범이든 아니든 더 중요한 문제는 당이 불법행위를 반복적으로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9차례 반복해서 유권자들에게 허위를 전파한 셈이 됐다. 공당이 언론으로 하여금 집단으로 오보를 하게 만들고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된 셈이다.

특히 5월5일 당 차원의 기자회견 다음날 이씨가 전화해 “사실은 제보자가 없다”는 취지로 조작 사실을 실토했음에도 이 전 최고위원이 이를 묵살했다는 것은 고의성이 엿보인다. 오히려 제보자가 ‘문재인 후보의 거짓말을 보고 열받아 제보했다’고 폭로 경위까지 꾸며가며 당에 제보가 사실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도됐다.

▲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와 관련해 허위 내용을 제보한 국민의당 당원인 이유미씨가 6월26일 오후 서울 남부지검에서 조사 중 긴급체포돼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와 관련해 허위 내용을 제보한 국민의당 당원인 이유미씨가 6월26일 오후 서울 남부지검에서 조사 중 긴급체포돼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셋째, 이런 중대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무책임함을 드러냈다.

검찰 수사가 임박해서야 마지못해 국민의당은 뒤늦게 사과에 나섰다. 사과의 시기는 그 진정성과 직결된다. 국민의당이 언제 이런 조작내용을 알았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검찰 수사와 당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부분이다. 사과 시기도 지탄거리가 됐는데 사과를 하면서 동시에 ‘특검’을 주장하며 이 기회에 특혜의혹을 수사하자고 역공에 나섰다.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지, 범죄의 중대성을 간과하는지 국민의당 지도부의 상황인식이 우려스러울 정도였다.

국민의당은 뒤늦게 자체 진상조사를 했고 결론은 이씨 단독범행이라는 것이었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는데도 굳이 자체조사를 해서 단독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린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검찰의 수사결과 단독범행은 간단히 부정됐다. 이 전 최고위원이 이씨에게 범행 지시를 한 것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허위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결론을 내리며 ‘공동정범’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사건 전체를 놓고 볼 때 이 전 최고위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범행한 사실상의 주범으로 판단했다. 또 둘 사이의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물론 아직 법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수사내용을 보면 국민의당이 자체조사란 이름으로 또 한번 국민을 기만한 결과가 된 셈이다.

검증이 안된 조작자료를 가지고 정당 전체가 나서서 유권자를 혼란에 빠트린 잘못을 범하고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은 신기할 정도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전 대표를 쳐다보고 전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누가 책임있는 정당, 믿을 만한 정당이라고 지지를 보낼까.

넷째, 진정한 사과보다는 역공에 나서는 적반하장.

국민의당은 반복해서 “이번 사건 검찰 수사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의한 국민의당 죽이기 차원의 정치 공작 수사”라며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당은 또 자유한국당 및 바른정당과 함께 “특검을 도입해 ‘문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까지 한꺼번에 수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긴급의원총회에서 “추 대표는 허위 주장으로 검찰에 제보를 제공하고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있다”며 “이것은 제2의 이유미, 즉 ‘추(秋)유미’의 제보 조작 사건으로 명명하겠다”고 했다. 그는 ‘야당죽이기’라는 표현까지 내세웠다. 추 대표의 발언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적반하장도 도를 넘었다.

▲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대선 때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대선 때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석고대죄 해도 모자랄 판에 “검사들의 과잉충성” “해괴한 이론” 운운하며 검찰을 비난해온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의총에서 ‘특혜채용 의혹 특검’ 결의안까지 채택한 의원들의 자가당착은 국민의 새정치에 대한 기대를 짓밟는 처사다. 지지없는 정당은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다. 도대체 뭘 잘했다고 집권당에 협치의 종언을 선언하고 분노하고 있는지 국민은 납득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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