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종합일간지 지면광고가 신문사별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감옥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6월1일부터 7월11일까지 40일간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의 삼성 지면광고개제 건수를 확인한 결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16건의 삼성 광고를 받은 반면 경향신문은 7건, 한겨레는 4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곳은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이 기간에 6건의 광고를 받는데 그쳤다. 통상적으로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대기업으로부터 비슷한 광고실적을 내왔던 점에 미뤄보면 중앙일보의 삼성광고 건수는 삼성과 중앙미디어그룹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 5월11일자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삼성 전면 광고.
▲ 5월11일자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삼성 전면 광고.
중앙미디어그룹은 JTBC의 삼성보도 탓으로 삼성측에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과거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썼던 서소문 집무실에서 나오기로 해 그 의미를 놓고 업계 주목을 받았다. 최근 광고상황과 관련 중앙미디어그룹 관계자는 “삼성광고는 메말랐다”고 말했다.

한겨레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겨레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광고가 줄었다. 삼성 측은 하루가 다르게 (한겨레가) 네거티브 기사를 쓰는데 우리(삼성)가 광고를 할 이유가 뭐가 있냐고 말한다”며 최근 상황을 전했다.

JTBC(중앙일보)-한겨레-경향신문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서 국정조사 청문회에 등장한 이재용 부회장을 비판하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박근혜정부와 삼성과의 유착관계를 집요하게 보도한 주요 언론사다. 이 때문에 언론계에선 삼성의 차별적 광고 집행에 구속된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담겨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이재용 구속 이후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전반적으로 광고 집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광고 집행은 기업의 자유다. 중요한 건 우호적인 기사를 쓰고 그 대가로 광고를 받는 언론을 비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에 따르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 당시 ‘리더십 공백’을 우려한 대표적 언론사다. 최근 2017년 2분기 삼성전자 실적이 잘 나오자 이들 신문사는 ‘지금의 호실적은 이재용의 과감한 투자의 결과물이다→지금은 리더십 공백으로 위기관리가 어렵다→그러니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정치논리로 재벌 총수를 억압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기간은 8월27일 만료된다. 그는 2월17일 새벽 5시30분경 구속됐다. 1938년 삼성그룹 창립 이후 총수가 구속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구속된 옥중사주를 비판하는 언론사와 삼성과의 ‘불편한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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