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달 비정규직 차별 개선을 요구하며 이틀간 파업했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향해 비하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노동계와 정치권의 반발이 들끓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9일 SBS 관련 보도 이후 10일과 11일 거듭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의원직 사퇴 등 이 의원과 국민의당에 책임 있는 징계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위가 어찌 됐던 부적절한 표현으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학교급식이 인건비 상승으로 식재료비가 삭감되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모두가 유념해서 함께 해결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급식 종사자 등 비정규직의 요구가 여전히 우려스럽다는 생각을 재차 밝힌 것이다.

사실 이 의원의 학교급식 노동자에 대한 폄훼 발언 논란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회적 총파업에 동참한 지난달 29일 불거졌다. 이 의원은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파업은 우리 헌법정신에 따른 노동자의 권리지만 학교급식은 아이들의 밥이고 결식아동들도 많이 있다”며 “아이들의 밥 먹을 권리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노동자들이 권리 주장을 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그는 “학교운영비에서 인건비와 재료비가 충당되는데, 인건비 상승에 비해서 학교운영비의 인상 폭이 미치지 못해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재료비가 점점 부족해지는 실정”이라며 “만일 이번 파업 이후에 교육당국이 임금 인상을 결정하게 되면 아이들의 급식 재료비를 깎는 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파업에 들어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 “나쁜 사람들”이라고 하고 SBS 기자의 취재 과정에서 “미친 X들”, “조리사는 생산성이 낮은 밥하는 아줌마” 등의 폄훼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렇다면 이 의원이 이 같은 ‘막말’을 하지 않았다면 전혀 문제가 없었을까.

▲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학교급식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폄훼 발언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용순옥 서울지부장(가운데)과 고혜경 수석부위원장(오른쪽)은 이 의원을 만나 “가식적인 사과”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학교급식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폄훼 발언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용순옥 서울지부장(가운데)과 고혜경 수석부위원장(오른쪽)은 이 의원을 만나 “가식적인 사과”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 인상되면 급식 재료비 깎인다?

우선 학교(기본)운영비에서 학교급식 인건비와 재료비가 충당된다는 이 의원은 주장은 사실과 조금 다르다. 무상급식이 시행 중인 초·중등학교의 경우 학교기본운영비에는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포함돼 있지 않다. 일부 학교에서 단시간 시간제 근로자(급식 도우미) 인건비를 학교운영비에서 지원하는 정도다.

학교 ‘무상급식비’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고 있는데 이 안에 인건비와 식품비, 관리비가 들어가 있다. 따라서 급식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오르게 되면 무상급식비의 총액 조정이 필요하지 식품비를 줄여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처우개선 수당과 상여금 등도 교육청에 따라 별도 예산을 책정해 편성한 곳이 많다. 서울시교육청만 하더라도 지난해보다 올해 조리종사원 등 인건비가 올랐지만 식품비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② 5년 내지 10년짜리 계약직을 도입하는 게 합리적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학교급식 종사자들은 무기계약직이다. 정규직과 달리 호봉을 받지 못하고 각종 수당에서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지 당장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거나 정규직과 똑같은 임금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하며 주장했던 것은 근속수당 5만 원으로 인상과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 기본급 인상, 명절휴가비, 급식비 등 수당 차별을 해소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언주 의원이 학교급식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간제법에는 ‘계약 기간이 2년 이상인 기간제 근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5년~10년짜리 계약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말은 현행법을 후퇴해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자는 말과 다름없다.

외려 무기계약직 전환의 기준이 되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판단 기준을 더 완화해야 한다는 게 시대적 요구다. 현재 정부는 ‘연중 계속되는 업무로서 과거 2년 이상 계속해 왔고, 향후에도 2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를 상시·지속적 업무로 판단하고 있다. 급식 종사자들은 지금 기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이언주 의원의 발언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차현아 기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이언주 의원의 발언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차현아 기자.
③ 물가 상승률 정도의 급여 인상이 적정하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 기본급 인상과 근속수당 5만 원 인상을 요구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조리실무사 등 실무사의 기본급 시급은 6366원에 불과해 최저시급 6030원보다 겨우 336원 높은 수준이다. 올해부터는 법정최저시급 6470원이 적용돼 최저임금 위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물가 상승률만큼 기본급이 오르더라도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호봉제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학교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받는 장기근무가산금은 1년에 2만 원으로 이마저도 정규직 교원의 근속에 따른 임금상승액(8만 원)의 20%에 그친다.

이처럼 물가상승률 정도의 기본급 인상만으로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 최저임금 수준에 허덕여야 하며 지금의 장기근무가산금으론 차별 개선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게 노조 측의 지적이다.

교육공무직본부는 “2011~2012년이 돼서야 일부 수당이 도입됐지만 호봉제를 적용받는 정규직(공무원·교사)과 비교할 때 일을 오래 할수록 임금 격차는 심해지는 구조”라며 “또한 명절휴가비·급식비·상여금·직급보조비·맞춤형 복지비 지급에서도 차별받고 있다”고 밝혔다.

방종옥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이 부가가치나 생산성이 낮다’는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 듣고 밥을 먹고 생활하다 불편하면 보건실에 간다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등 모든 일 하나하나가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다”며 “학교 업무를 생산성의 높고 낮음으로만 치부하는 것 자체가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노동 차별적 시각이어서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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