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노동현실에 대해 언론이 관심을 가졌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광역버스 운전기사가 졸음운전을 해 7중 추돌사고가 난 것과 관련해 버스 운전기사들의 과로 근무실태에 대해 1면에서부터 조명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지난 6일 안양우체국 앞에서 분신한 집배원 사건을 다루며 그들의 과중한 업무에 대해 살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법정시한을 넘긴 가운데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겨레는 노동계가 오랫동안 주장했고, 대선 당시 후보들도 어느 정도 합의했던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좀 미루자는 주장의 칼럼이 실렸다. 경향신문은 최저임금 인상이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라고 보며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는 사업장은 정리하는 편이 낫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1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극단으로 내몰린 집배노동자…‘살인 노동 멈추라’”
국민일보 “법안처리 1건…정쟁에 막힌 정책”
동아일보 “오늘도 저승사자와 달린다”
서울신문 “지명 철회 검토…협치 구하는 靑”
세계일보 “국정원, 野정치인 ‘사찰’ 검·경 표적수사도 종용”
조선일보 “송영무·조대엽 임명 늦추기로”
중앙일보 “레미콘 공장 철거, 61㎡로 커지는 서울숲”
한겨레 “‘골목상권’ 대기업 진출 특별법 도입해 막는다”
한국일보 “文정부 두 달, 아직도 ‘반쪽 정부’”

오늘도 저승사자와 달린다

동아일보는 1면에서 광역버스 운전사의 과로근무에 대해 다뤘다. 이 신문에 따르면 버스기사들이 졸음을 가리키는 말이 ‘저승사자’였다.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광역급행버스 운전사 김아무개씨는 사고 당시 “시속 90km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눈이 감긴 것 같은데 갑자기 우당탕 소리가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앞바퀴가 붕 떠 있었다”고 말했다.

▲ 11일자 동아일보 1면
▲ 11일자 동아일보 1면

사고 전날인 8일 김씨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반까지 19시간 가까이 일했다. 이날 운행거리는 약 639km로 서울~부산 최단거리 360km의 두 배에 육박하는 거리다. 김씨는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데 이튿날 운전대를 잡은 시각은 오전 7시15분. 동아일보는 “다음날 운행할 때까지 8시간 휴식 적용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사업용 차량 운전사들이 2시간 이상 운행 때 반드시 15분 이상 쉬도록 하고 있다”며 “운행 간격도 최소 8시간 이상 유지토론 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김씨에게 이 규정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결국 열악한 노동환경이 문제였다. 동아일보는 3면 “7대 신고하고 5대만 운행…출근시간대 15분간격 ‘돌려막기’”에서 “예고된 사고였다”며 “하지만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고 표현했다. 이 신문은 “7중 추돌사고는 왕복 100km가 넘는 장거리 노선을 하루 5, 6회씩 달려야 하는 수도권 광역버스 운행시스템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도 1면 제목을 “이틀 30시간 운전, 졸음 버스 만든다”고 뽑으며 휴식 없는 노동에 대해 지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M5532번을 운행하는 오산교통은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에 ‘버스 7대로 15~30분마다 하루 40회씩 운행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 투입된 버스는 5대 뿐이었다.

동아일보는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지자체는 인력 부족과 업계 반발을 이유로 손을 놓았다”고 지적했다. 경기 광주시 경우 전담 인원 2명이 3000대 버스를 관리해야 한다. “서울시처럼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곳은 지자체가 권한을 행사하지만 준공영제가 없는 지자체는 업체 ‘양심’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졸음운전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해 다뤘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는 2~3초만 깜빡 졸아도 일반 도로에서 100m 이상을 눈감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며 “졸음운전은 음주운전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청 보고서에 따르면 18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05%의 음주운전자와 상태가 비슷하고 21시간째 깨어있는 운전자는 알코올농도 0.08%때 수준처럼 둔해진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사고는 모두 2241건이다. 치사율이 18.5%로 과속 치사율 7.8%,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 11.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졸음운전을 막기 위한 장치 역시 설치가 쉽지 않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대형 화물차와 버스에 ‘차로이탈경보장치(LDWS)’와 자동긴급제동장치 등을 의무 장착케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해 12월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교통안전법’으로 수정됐고 사로이탈경보장치 하나만 의무장착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비용문제였다.

중앙일보는 “미국이나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첨단운전보조장치 의무 장착을 제도화한 국가에서는 차로이탈 경보장치와 자동긴급제동장치 등을 함께 장착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유럽 국가들의 도로상황을 확인했다. 프랑스는 4시간 30분 이상 연속 운전을 할 수 없고 그 사인 45분을 반드시 쉬어야 한다. 승객들이 휴게실에서 10분 만에 볼일을 마쳤지만 긴 시간을 기다린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기자가 ‘조금만 미리 출발할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이 역시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휴식시간은 모두 기록됐다. 미국도 의무휴식제도를 엄격하게 지킨다고 한다. 버스는 10시간, 화물차는 11시간 연속 운전 후 각각 최소 8시간, 10시간을 쉬어야 한다.

▲ 11일 경향신문 1면
▲ 11일 경향신문 1면

집배원들도 ‘살인노동’

경향신문은 1면과 2면에서 집배원들의 살인적인 노동현실에 대해 다뤘다. 지난 6일 경기 안양시 안양우체국 소속 21년차 집배원 원아무개씨는 ‘오늘은 일을 못 나가겠다’며 연가를 냈고, 오전 11시경 안양우체국 앞에서 음료수병에 든 인화성물질을 자신의 몸에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는 전신에 2,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지난 8일 숨을 거뒀다. 한 동료는 경향신문에 “나 역시 너무 힘들었던 탓에 그가 자살할 거란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로가 만든 참극이었다.

경향신문이 전한 동료들 증언에 따르면 원씨가 일하는 안양 지역은 최근 신도시 개발 등으로 물량이 급증해 안양우체국은 대표적으로 집배원 부족 우체국으로 꼽혔다. 그는 새벽 4시 반에 일하러 가 밤 10시 반에 퇴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배원 사망사고는 지난 5년간 75건, 올해만 12건이 발생했다. 자살은 원씨가 다섯 번째다. 주된 원인은 과로. 사회진보연대노동자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집배원 초과근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집배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 연평균 노동시간 2888.5시간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우정사업본부는 지난달 노동여건 개선책을 내놓고 주 52시간 초과 노동이 이뤄지는 일부 관서에 2018년까지 인력 100명을 충원하기로 했고, 안양우체국에도 위탁집배원 2명을 증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구인에 차질을 빚으며 현재까지고 증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저임금, 1만원 몇 년 뒤로 미루자?

최저임금도 노동문제의 중요한 쟁점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간인 지난달 29일을 넘겼고 최종 마지노선인 오는 16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 6470원보다 54.6%오른 1만원을 주장하지만 사용자 측은 2.4%(155원) 인상한 6625원을 제시했다.

▲ 11일 한겨레 칼럼
▲ 11일 한겨레 칼럼

이런 가운데 한겨레에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중소기업들에게 부담이 되니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늦추자는 주장의 칼럼이 실렸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겨레 칼럼을 통해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영세한 자영업자들이나 중소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저임금 1만원을 몇 년 늦추는 대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물론 정부는 카드수수료 인하 등의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가맹점업계의 불공정 관행과 임대료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도 추진되고 있지만 이런 조처들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은 약자들끼리의 갈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에 대해 장단점을 계속 나열하다가 “최저임금 인상을 생산성이 낮은 산업들을 구조조정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 세심한 정책수단들도 요구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며 최저임금 1만원을 늦추자는 주장을 하면서도 이 교수는 “최저임금 1만원 논란이 단지 얼마를 더 올리느냐 누가 힘들어지느냐를 넘어 경제구조의 개혁을 위한 정치적 노력과 사회적 합의로 발전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1만원 달성을 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라며 “1만원 정도는 돼야 주 40시간 노동 기준으로 월 소득이 209만원에 이르러 1인 가구 노동자 표준 생계비(월 215만원)에 근접한다”고 했다. 대선 후보들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봤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지원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소상공인들의 몫을 채가는 프랜차이즈 본사나 대기업의 ‘갑질’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vs노동자, 약자들끼리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프랜차이즈·대기업과의 관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경향신문은 “그러나 정부의 지원에도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청년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정페이’로 연명하려는 사업장은 정리하는 편이 낫다”며 “사회적 안전망을 우선 확충한 뒤 최저임금 1만원 한국 사회 산업구조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