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81)가 ‘정치적 이유’로 KBS 출연이 취소된 것과 관련해 KBS는 10일 오후 담당 KBS 라디오 국장을 ‘직위해제’했다.

한 교수는 지난 5일 자신의 회고록인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를 주제로 KBS 1라디오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 녹화 방송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담당 국장인 이제원 KBS 라디오프로덕션1담당(국장급)이 “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회고록으로 정치적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이 책은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인 인문학이 아니”라는 취지로 불가 의사를 밝히며 출연은 취소됐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KBS에는 아직도 블랙리스트가 있다”며 기자회견을 여는 등 KBS 내부에서는 특정 인사의 출연을 막는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었다.

▲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 통일·교육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가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KBS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아 KBS 내 ‘블랙리스트’ 논란이 재점화됐으나 KBS 측은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민중의소리
▲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 통일·교육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가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KBS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아 KBS 내 ‘블랙리스트’ 논란이 재점화됐으나 KBS 측은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민중의소리
이에 KBS 측은 10일 오후 6시께 “KBS에는 블랙리스트가 없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KBS는 “이번 KBS 1라디오 이주향의 ‘인문학산책’ 프로그램의 한완상 전 부총리 출연 취소는 프로그램 PD와 담당 국장간의 협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제작진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며 “KBS 라디오센터는 담당 국장이 출연자 결정 과정에서 주관적인 잣대를 적용했다고 판단해, 한완상 전 부총리에게 정중하게 사과드리고 양해를 구했으며 향후 KBS 라디오에 출연하겠다는 의사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또 “KBS는 해당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라디오프로덕션1담당 이제원 국장을 오늘자로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로 이 국장은 전략기획실 방송문화연구소 방송문화연구부로 전보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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