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TV조선이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갔다. TV조선은 이번 하계 개편을 시작으로 오는 8월 말에서 9월 초 또 한 번 개편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프로그램 ‘퀄리티’와 관련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월 방통위는 TV조선에 대해 △심의제재 건수가 월등이 많음에도 개선 의지가 부족하고 △보도 편중이 심해 프로그램 다양성이 보장되지 못하며 △2015년 이후 흑자로 전환됐으나 콘텐츠 투자 실적이 타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TV조선은 지난 1일 단행된 하계 개편에서 메인뉴스부터 변화시켰다. TV조선은 전원책 변호사를 메인뉴스 앵커로 영입하고 시간대와 이름까지 바꾸었다. 전 변호사는 지난 3일부터 오현주 앵커와 함께 메인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 TV조선 종합뉴스9 방송화면 갈무리
▲ TV조선 종합뉴스9 방송화면 갈무리

주중 오후 7시30분에 방송되던 ‘뉴스 판’은 오후 9시 ‘종합뉴스9’으로 바뀌었는데 TV조선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는 홍두표 TV조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뉴스를 보려면 오후 9시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의 영입은 TV조선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한 TV조선 기자는 “부장들도 당일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라며 “사투리 억양이 심한 말투 등 리스크가 큰 선택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일단 화제성은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메인뉴스 시청률은 상승세다. 닐슨코리아 자료를 보면, 개편 전 메인뉴스 7일간 평균 시청률은 0.99%였으나 개편 후 7일간 평균 시청률은 1.42%다. TV조선 관계자는 “7시30분 뉴스의 시청률보다 9시 뉴스 시청률이 더 의미있다”고 말했다. 이 시간대는 JTBC·KBS 메인뉴스와 경쟁하는 시간대다.

예능프로그램도 하나 둘씩 선보이고 있다. 서장훈과 정형돈이 출연하는 ‘영웅 삼국지’가 대표적이다. 8월 말과 9월 초에도 최소 2개의 예능프로그램과 하나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새롭게 시작된다. 특히 탐사보도 프로그램에는 ‘먹거리 X파일’ 등을 제작하고 진행한 이영돈 PD가 합류해 제작을 돕고 있다.

8월 말과 9월 초 개편까지 마치게 되면 ‘재방송’ 등으로 메워졌던 ‘프라임 타임’ 시간대(오후 8시~12시)가 이전보다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으로 보도 비중은 35%에서 30.5% 수준으로 줄었다. 방통위는 TV조선에 보도 비중을 33% 이하로 줄이라는 승인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속속들이 등장하는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5월 시작된 ‘배달 왔습니다’는 방송인 이경규를 내세웠음에도 시청률 1%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영웅삼국지’의 첫 방송 시청률은 1.137%였다.

이에 대해 한 TV조선 기자는 “제작 프로그램은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내부인력을 잘 키웠어야 하는데 지난 5년 동안 그런 노력이 없었다”며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TV조선은 SBS 라디오 국장이었던 김태성 PD를 제작본부장으로 영입했다.

TV조선 고위관계자는 “그래도 이제 보도 채널보다 뉴스를 더 많이 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게 됐다”며 “제작본부장도 새로 영입했으니 잘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TV조선 한 기자는 이번 개편을 두고 “비정화가 정상화 되어가는 과정”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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