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애국당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린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지난해 박근혜 탄핵 및 적폐청산을 위한 촛불집회가 벌어진 당시 계엄령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왔다.

허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지난 9일 전직 군인 출신이 대한애국당의 공동대표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허 전 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30기 졸업생으로 육군훈련소장(2004)과 국군기무사령관(2007)을 역임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대한애국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신당을 창당했다면서 향후 박근혜 무죄석방 촉구 100만 서명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념전쟁’을 선포한 대한애국당을 극우정당의 출현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공동대표에 오른 허 전 사령관이 지난해 촛불집회 때 계엄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나오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허평환과 자유민주통일연합’이라는 카페에는 허 전 장관이 시국에 관해 쓴 글 수백 건이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 ‘이 난국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라는 글에서 허 전 사령관은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은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꿈과 희망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가난다고해서 우리 국민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대통령 하야를 힘으로 몰아붙이면 극심한 혼란이 일어나 우리 국가사회는 무질서로 변하고 반드시 북한이 사주하는 붉은 세력이 개입하여 결국 대한민국은 망하고 우리는 처참한 비극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허 전 사령관은 “우리군은 북한의 전면전 도발과 후방소요지역 북한 특수부대 침투에 대비한 공중 지상 해안경계태세를 철저히 유지하면서 경찰력으로 수습할 수 없는 국내 소요사태 악화에 대비하여 계엄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 정국을 체제 전쟁의 구도로 인식하고 소요사태를 막기 위해 계엄령 선포도 고려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이다. 허 전 사령관이 관련 글을 쓴 시점은 지난해 11월2일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국민 분노가 극에 달해 대규모 촛불집회가 벌어지던 때였다.

허 전 사령관은 지난 2월에도 “지금 대한민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의 본질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아니다”라며 “북한 김일성 체제로 적화통일 되느냐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느냐 하는 체제투쟁이다. 이대로 가면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을 받고 다음 정권은 촛불을 등에 업은 연방제 통일세력이 가져간다. 그렇게되면 대한민국은 북한 김일성체제로 공산화된다. 태극기를 든 여러분과 여러분들의 자식들은 모두 죽어야 한다”고 선동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정부도 공무원도 군인도 경찰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또 이들 두 세력(언론과 검찰)의 눈치를 보면서 가만히 앉아 있다”며 “일부는 오래 전부터 그들과 연결되어 있어 공권력 동원도 계엄령선포도 불가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땅에 법과 정의와 공권력이 실종되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
▲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

허 전 사령관은 대통령 탄핵의 원인이 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히 최순실을 옹호한 것으로 나왔다.

허 전 사령관은 국회에서 탄핵이 논의됐던 지난해 11월 20일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입수해 수정한 문제를 언급하며 “국가기밀 사항인 대통령연설문을 최순실에게 검토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잘못으로만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연설문은 연설을 통해 대내외에 공개되는 것으로 국가기밀이 될 수 없다. 작성과정에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40년 지기인 최순실에게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의견을 묻는 것 또한 지극히 자연스런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최순실이 장차관 인사에 개입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인재를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국정을 올바로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다. 인재 천거는 우리국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기인 최순실이 인사 천거를 하는 것 역시 지극히 자연스런 것이다. 이는 과거에도 그랬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러분도 그런 입장이 되면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전 사령관은 미르-K재단 설립 강제모금에 박근혜가 개입된 것에 대해서도 “이것 역시 과거 역대정부에서 관례화해 오던 것”이라며 “과거 모든 대통령들이 이런 문제로 집권 4년 차에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일으킨 대통령 측근 몇 명을 감옥 보내고 대통령 사과 한번으로 끝냈다”고 주장했다. 사인(私人)인 최순실에 국정이 농단 당하고, 정부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을 개탄했던 국민 정서와는 정반대의 인식이다.

허 전 사령관은 5·16 군사 쿠데타를 국가기념일로 제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하늘이 박정희 대통령을 우리 대한민국 땅에 내려 주지 않았다면 무엇보다 5·16 군사혁명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대한민국과 우리는 어떻게 되어 있겠느냐”며 “4·19와 5·18은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저렇게도 많은 국가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모여 칭송하면서 언제까지 5·16은 군사쿠데타라고 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무덤에 침을 뱉어야 하는 것이냐? 5·16을 군사혁명으로 인정하고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여 5·16날 모든 국가 지도자들과 온 국민이 모여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고 칭송하면서 그분의 근면 자립 자조정신을 실천할 때 우리는 진정 위대한 대한민국이 되고 위대한 국민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냐”라고 주장했다.

허 전 사령관은 ‘국민행복당’을 창당해 총선에 출마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이후 허 전 사령관은 새누리당에 입당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 및 후보 대외협력특보로 활동한 바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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