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시절,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모습을 감춘 사이 국정폐단은 곳곳에서 벌어졌음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법과 질서 유지에 앞장서야 했던 사법부의 타락한 모습, 관행적인 무책임한 행태도 그 추태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검찰과 법무부 고위직 사이에 오고간 돈봉투 잔치는 드러난 작은 적폐에 불과했다. 자정능력이 없는 법무부와 검찰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서야 감찰에 나설 정도였으니 이들의 도덕적 불감증은 국민이 혀를 차는 지경이 됐음을 이들 스스로는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방석호 전 아리랑 TV 사장의 불법성 다분한 ‘황제출장’에 면죄부를 준 사건도 검찰의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사례 중에 포함될 것 같다. 검찰이 무혐의로 처리하려 했던 사건을 언론사가 나서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기울였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서 혐의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최종 법적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과정과 내용을 보면 검찰의 오만함과 무책임한 국정농단의 일부가 보인다.

검찰의 수사는 엄정하고 투명해야 하는데 보도된 내용을 보면 검찰의 직무유기 혹은 직무태만으로 보인다. 간단한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았거나 눈감아 준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 방석호 전 아리랑TV 사장 외유성 출장 논란을 보도한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 방석호 전 아리랑TV 사장 외유성 출장 논란을 보도한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방 전 사장의 황제출장중 문제가 된 부분은 업무추진비 지출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이었다. 방 전 사장은 그동안 “당시 저녁을 함께했던 아들의 중국인 친구 아버지가 미국의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로 식사 중 아리랑TV의 중국 진출에 대해 협의를 했다”며 업무관련성을 주장해왔다. 노승권 당시 서울지검 1차장(현대구지검장)은 업무상 횡령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결정을 하면서 “방 전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조사한 결과 모두 업무관련성이 인정됐다”며 불기소 이유를 언론에 설명했다.

그러나 노 지검장의 무혐의 결정은 경향신문의 사실관계 확인에서 간단히 부정됐다. 경향신문은 방 전 사장이 2015년 5월 뉴욕출장중 115만 원짜리 식사를 먹으면서 아리랑TV의 중국 진출을 협의했다고 했던 중국인 변호사를 찾아냈다. 해당 중국인 변호사는 ‘방 전 사장과의 저녁식사가 업무를 위한 것이었느냐’는 경향신문 e메일 질의에 “그날 저녁은 가족모임(family gathering)이었다”고 알려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15만 원짜리 호화 저녁을 업무로 파악했던 검찰수사에 중대한 허점이 발견된 것”이라며 재수사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거부했다고 한다.

경향의 조사를 토대로 경찰이 재수사에 나서 검찰의 판단을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중국인 변호사가 경향신문에 이메일로 ‘당시 저녁식사는 가족모임(family gathering)이었다’고 밝혀왔고 식사 도중 회사와 관련한 대화가 일부 나왔다고 해서 115만 원 식사비 전체를 업무관련 지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확인만 하면 간단히 밝혀질 수 있는 것조차 검찰은 무혐의로 판단했다. 경찰은 방 전 사장이 2015년 9월 서울 압구정동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국정원 직원과 외주비리 근절 방안을 협의한 후 식사비 94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주장한 부분도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국정원에 문의한 결과 당시 방 사장과 식사한 직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허위영수증을 제출해도 검찰은 업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도깨비와 식사했다고 주장했든 그 액수가 얼마가 되든 검찰의 너그러움 혹은 비상식적 행태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경찰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을 검찰이 확인하지 않았거나 못했다고 보기 힘들다.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왜 이렇게 ‘봐주기’논란을 자초했을까. 경향은 노 지검장에게 질의했지만 “달리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도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수사행태에 대해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고 반론권도 줬지만 어느 쪽도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신문사와 경찰이 간단히 밝혀낼 사실을 검찰은 왜 ‘무혐의’만 외쳤는지는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 방석호 전 아리랑TV 사장 외유성 출장 논란을 보도한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 방석호 전 아리랑TV 사장 외유성 출장 논란을 보도한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오만한 판단인지 노 지검장 개인의 무능이나 부도덕함 때문인지 검찰 전체가 이런 부분 때문에 신뢰와 권위를 잃어도 되는지… 합당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이 국민의 알 권리에 속한다. 납득할만한 해명이 없거나 거부할 경우, 검찰은 봐주기 수사를 했거나 법과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에 앞장섰다고 판단,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검찰이 사는 길이다.

115만 원짜리 가족식사를 국민 세금으로 지출한 것도 분통터질 일인데. 검찰은 여기다 면죄부까지 주니… 공기업 사장들의 도덕적 해이는 통제 불능이다. 국민의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검찰과 공기업 사장들을 솎아내고 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일은 새정부의 과제이자 시대적 요구다.

사법부의 신뢰회복은 멀리 있지 않다. 비상식적 수사, 비상식적 판결, 비상식적 돈봉투 잔치 이런 사건들이 대통령을 파멸로 몰고간 적폐의 일부들이다. 대통령만 감방에 있고 곳곳의 적폐세력들은 여전히 검은차를 타고 폼잡는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지 않는가. 경향신문의 사실관계 확인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검찰의 오만한 수사행태에 대해 그 당시 수사 검사와 책임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요구해야 재발방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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