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 변호사가 진행하는 TV조선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베를린 구상 내용을 왜곡하고 전쟁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보도를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등을 상대로 모니터한 결과 전 변호사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 내용을 왜곡한 보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시청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올바른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압박 제재를 벗어난 진전된 입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이틀 만에 나온 대통령의 입장이었기에 주목되는 상황이었는데 TV조선은 애써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이 실패됐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무리한 보도를 내놨다고 민언련은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7일 TV조선 전원책 변호사는 “통미봉남, 남쪽과는 얘기하지 않고 미국과 얘기하겠다. 북한의 이 전략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사실상 걷어찬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미국만을 협상 대상으로 한 통미봉남 전략을 쓰고 있고, 근거로 우리의 대화 제의를 북한이 공식적으로 거부했기 때문에 베를린 구상은 실패했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우선 TV조선은 “북한 외무성은 오늘(7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의 심장부를 마음먹은 대로 타격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면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4일 “핵무기와 함께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한 보도 화면을 내보냈다.

그러면서 TV조선은 북한 외무성이 “핵과 미사일은 다른 어느 나라도 아닌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청산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고 밝혔다면서도 입장이 나온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 TV조선은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어제 신 베를린 구상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신베를린 구상에 북한이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TV조선이 보도한 내용은 신베를린 구상을 발표하기도 전인 지난 5일 때 나온 내용이다.

당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관영매체를 통해 “핵과 미사일은 다른 어느 나라도 아닌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청산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언련은 “TV조선은 북한이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보기도 전에 그 제안을 거부했다고 보도한 것”이라며 “TV조선이 북한을 인터뷰해 정확한 정보를 전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날짜를 속여 왜곡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 TV조선 캡쳐화면.
▲ TV조선 캡쳐화면.

또한 전원책 변호사는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이후,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며 소개한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까지> 리포트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TV조선 기자는 “미국이 북한의 핵 미사일 시설을 정밀 타격하면, 최악의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북한도 ‘끝장내기 전쟁’임을 알기 때문에 일단 발발하면 멈추기 어렵다”고 한 뉴욕타임즈 기사를 소개했다. 이어 “매티스 국방장관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다면서도 필요할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매티스 국방장관의 '군사적 대응'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동맹국은 물론 중국과도 협력하고 있지만 북한의 전쟁 노력은 굉장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제시했다.

민언련은 하지만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라며 소개한 뉴욕타임스 보도 내용도 ‘한반도의 전쟁이 일어나면 참혹한 결과가 따른다’는 정도의 내용일 뿐이고 매티스 국방장관 발언 역시 ‘미국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6일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전쟁을 촉발할만한 일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경제적 노력을 주도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TV조선이 전쟁 시나리오의 한 근거로 "북한의 전쟁 노력은 굉장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한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한 뒤 나온 경고 수준의 말이었다.

민언련은 “TV조선은 전체 발언 중 군사적 충돌을 배제한 핵심 내용을 의도적으로 잘라내고 그나마 북한을 경고한 발언만 갖다 붙여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의 근거로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TV조선의 이런 왜곡 보도는 우리 안보와 남북문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시청자들의 혼란과 공포를 부추길 뿐”이라며 “‘한반도 전쟁’까지 부추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오로지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이런 보도를 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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