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뇌물 재판’에서 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구속기소)가 이재용(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직접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훈련 지원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종(구속기소) 전 문체부 차관은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제37회 공판에서 박상진(불구속기소) 삼성전자 사장으로부터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직접 연락해 정유연(정씨 개명 전 이름)이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차관은 2015년 7월23일 당시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맡고 있던 박 사장으로부터 ‘협의드릴 일이 있다’는 문자를 받고 전화를 다시 걸었다. 김 전 차관은 “오후 일정을 마치고 자동차로 이동하던 중 오후 5시 30분 잠실 부근을 지날 때 전화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박 사장이) 삼성은 정유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 ⓒ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 전 차관은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연락왔다고 하니 쇼킹했다”면서 “대통령이 선수 한 명을 위해서 그리 해야 하는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 전 차관은 정유라씨 승마 지원과 관련해 내놓은 박 사장의 발언을 다수 언급했다.

김 전 차관 증언에 따르면 박 사장은 2015년 10월5일 김 전 차관과의 저녁식사자리에서 “독일로 가서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맺었다”며 ‘정유연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며 취지를 언급했다. 삼성그룹 측은 정씨에 대한 ‘1인 승마 지원’ 의혹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당시 박 사장이 최씨 소유회사 코어스포츠에 대해 “젊은 사람이 많다는 등 시스템적으로 문제를 언급했다”면서 “코어스포츠가 용역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이 코어스포츠의 전문성을 의심하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이 또한 삼성 측 주장과 반대된다.

박 전 사장은 지난해 9월 삼성이 정유라씨에게 고가의 말을 구입해줬다는 언론보도가 나자 최씨를 만났다. 김 전 차관은 특검이 ‘박상진 사장은 최씨가 생각보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걱정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말 세탁’에 대한 확인 증언도 나왔다. 김 전 차관은 박 사장이 ‘최서원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유라가 독일 영주권을 얻을 때까지 지원을 해야 한다. 최소한 2018년까지 지원해줘야 한다’는 최씨의 말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박 사장이 이에 ‘지금 언론에서 시끄러우니 올해까지만 지원해주겠다. 말을 다른 말로 바꾸고 새 프로그램 운영하겠다’고 말했다고 분명히 들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삼성이 명마 블라디미르를 최씨에게 사줬다”며 블라디미르를 비롯한 말 5마리를 뇌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정씨에 대한 말구입이 논란이 된 후 비타나V 등 말 두필을 말 중개상에 처분했다. 최씨는 이 중개상으로부터 추가 금액을 지불하고 블라디미르 등 명마 두 필을 구매했다. 특검은 이를 두고 ‘소유권 세탁’을 목적으로 한 말 교체로 보고 있고 삼성 측 피고인들은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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