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대 대선 TV토론에서 후보자들이 한 발언 중 많게는 70% 정도가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조사돼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제19대 대선 TV토론 평가와 과제’ 토론회 발제를 맡은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대선 TV토론도 많은 네거티브 공방이 오고 갔으며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SNU) 팩트체크센터에서 6번의 토론 이후 조사해보니 한 후보자(홍준표)의 발언 중 70% 정도가 거짓이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실시간 팩트체크를 통해 네거티브를 차단해야 토론이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또 “선거방송토론위원회와 같은 관청이 대선 TV토론을 주관하면서 TV토론을 진행하는 데 경직성이 있었다”면서 “선거에 관한 TV토론 주관도 민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 캠프 TV토론본부장을 맡았다.

대선 TV토론의 스탠딩 방식에 관련해서도 신 의원은 “양자 토론을 하거나 유권자가 토론에 적극 참여하는 방식이 아닌 이상 후보자가 서서 하는 토론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이 문제를 공당이 꼬투리를 잡아 토론을 서서 할지 앉아서 할지에 며칠을 논의하게 하는 것은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4월25일 JTBC서 열린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대선 후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4월25일 JTBC서 열린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대선 후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또 다른 발제자인 장석준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대선 TV토론에 시간총량제를 도입하면서 형식의 변화를 가져왔으나 전체 토론 시간은 변화가 없고 토론 후보자도 줄이지 않은 상태로 진행돼 후보자 개별 토론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대선 TV토론의 스탠딩 방식 도입 문제에서도 장 교수는 “유권자의 주목도는 높았지만 스탠딩 토론에 적합한 양자나 3자 토론이 아닌 5자 토론으로 진행돼 좌식 토론과 차별성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 사회자가 공정성과 형평성에 너무 얽매여서 기계적으로 토론을 진행해 정작 필요한 정책 토론 진행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주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사무국장은 “토론자의 수나 후보자당 발언 시간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대선은 정치적 상황에 의한 조기대선이라 준비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토론 시간과 토론자 수를 갑자기 바꾸긴 무리였다”고 토로했다.

이 국장은 또 선거 관련 TV토론회 주관을 민간화해야 한다고 하는 신경민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며 “지난 15·16대 대선을 거쳐 TV토론에 대해 부작용이 많아 생긴 기구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였다”며 “선거방송은 점점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다음 대선에는 더 유권자 중심의 방송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태 전 KBS PD는 “대선 TV토론을 진행하는 사회자가 좀 답답한 문제가 있었다”며 “어떤 토론회는 너무 후보자들을 방임하고 어떤 토론회는 후보자들의 발언에 너무 관여해 토론회마다 사회자에 의한 편차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전 PD는 대선 TV토론 팩트체크 문제에 대해서도 “외국은 선거 TV토론 방송에서 라이브로 팩트체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국내에선 아직 위험 부담이 있다고 판단해 라이브로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번 실험적인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도 대선 TV토론에서 생방송 팩트체크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확한 팩트체크가 가능하다면 토론 현장에서 진위를 가려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토론회 후에 국내에서도 팩트체크를 하긴 했지만 유권자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번 대선 TV토론은 준비할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5자 토론일 수밖에 없었고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며 “질의토론이 너무 문재인 대선 후보를 저격하는 청문회 토론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선두 주자가 견제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영배 JTBC PD는 “많은 선거 토론 방송을 주관해오면서 느끼지만 이번 대선이 갑작스럽게 탄핵 사태로 조속히 진행된 대선이었어도 과거보다 TV토론은 오히려 진일보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PD는 “시간총량제를 도입하면서 JTBC는 대선 토론 사회자에게 TV토론은 질문하는 장소가 아니라 토론하는 장소라고 계속 강조했다”며 “그래서 JTBC는 다른 방송 토론회와 달리 한 후보만 공격하는 청문회식 토론회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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