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탈북민의 평범한 정착사례를 발굴하고, 탈북민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더라도 정확한 사실검증을 해야 하는 것이 미디어가 가져야 할 ‘공적 마인드’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7일 열린 한국PD연합회 특별심포지엄 ‘탈북민 3만명 시대, 방송을 말한다’에서 박현선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TV 매체에서의 탈북민 보도를 ‘일상적 이미지’와 ‘미래지향적 이미지’ 두 가지로 나눠 분석하며 이 같이 지적했다.

박 교수가 말하는 ‘일상적 이미지’는 오늘날 TV의 탈북민 보도 뉘앙스로, 종편 등에서 등장하는 탈북민은 ‘그저 예쁘기만 한 수동적인 이미지의 여성’, ‘사회 부적응자’, ‘가난하고 위험한 집단’, ‘제 3국에서의 성적 희생자’ 등의 이미지로 낙인 찍혔다는 지적이다.

▲ TV조선 '남남북녀'의 한 장면.
▲ TV조선 '남남북녀'의 한 장면.
예컨대 TV조선 ‘남남북녀’에서 남성 출연자 보다 20살가량 어린 여성이 수동적 존재로 등장하는 것,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나 TV조선 ‘모란봉클럽’에서 탈북 여성들이 파인 옷을 입고 등장해 눈요기 감으로 대상화 된 사례 등이다.

박 교수는 탈북민들이 방송의 왜곡보도에 동참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대부분 국경지역에 서 무직·노동자로 살았던 이들이 자신의 경력을 과장시켜 방송 작가들이 시키는 대로 평양 이야기를 아는 양 거짓말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탈북민 사회가 3만 명 정도인데 누가 어디서 뭘 하고 살았는지 다 안다. 북한에 대한 왜곡된 증언은 탈북민 사회 내에서도 배신감을 야기한다”고 꼬집었다.

언젠가부터 탈북민은 한국사회에서 보수의 아젠다가 됐고, 일부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서는 탈북민을 통해 북한에 대한 획일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채널A와 TV조선은 탈북민을 이용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 개입이 있었다는 식의 허위주장을 확산시키켜 사회적 논란을 낳기도 했다.

▲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 MBC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의 한 장면.
▲ MBC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의 한 장면.
박현선 교수가 제시하는 ‘미래지향적 이미지’ 보도는 탈북민을 북한에 대한 ‘객관적 정보전달자’로 보는 것이다. 박 교수는 탈북민 출신 웹툰 작가 최성국 씨에 대한 다큐멘터리, 탈북여성과 남한 남성이 갈등 속에서 화합하는 내용의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탈북민의 귀농정착 이야기를 소개한 ‘MBC 스페셜-농촌으로 간 탈북민, 열혈 남한 정착기’ 등을 사례로 소개했다.

박 교수는 “일상적 이미지의 보도는 탈북민의 부정적 이미지를 확대·재생산 하고 북한의 이미지와 등치시켜 반통일 정서를 유발하는 한편, 미래지향적 이미지는 통일을 이끄는 동반자로서 탈북민 보여 준다”며 “일상적 이미지는 종편에 집중되어 있고 미래지향적 이미지는 지상파의 특집 프로그램에서 보여 진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래지향적 이미지의 보도를 하는 지상파 프로그램들도 대부분이 특집형태”라며 “자체 예산보다는 통일부의 지원 등을 받을 때만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여한 장용훈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기자도 탈북민과 북한의 부정적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 확대·재생산 됐다는 박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장용훈 기자는 “북한 하면 더럽고, 가난하다는 이미지가 우리가 만드는 보도와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에게 인식됐다”고 말했다.

그는 종편에서 청진 출신 20살 탈북 여성이 김정은의 생애에 대해 잘 아는 양 이야기 하며 북한의 이미지를 폄훼하는 것,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탈북민이 있음에도 자유한국당과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만을 확대 보도하는 것, 국경지역에 삐라를 뿌리고 북한에 마약이 만연한 점만을 강조하는 것 등을 부정적 사례로 소개했다.

장용훈 기자는 “언론은 탈북민들로부터 북한에서의 삶보다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에 집중해야 한다”며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탈북민의 사례를 신중히 다룰 것을 제안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