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7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 공원에 세워진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일본계 우익단체의 소송을 최종 기각했다.

이 소송은 LA에서 활동하는 일본계 단체인 ‘역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세계연합회’(GAHT)가 제기한 것으로 일본 정부는 이례적으로 미국 대법원에 의견서까지 제출해 “일본 같은 친밀한 동맹국에 해를 끼칠 위험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글렌데일 소녀상은 2013년 7월 미국 내에 처음으로 세워졌으며 2014년부터 일본 우익단체와의 소송이 수년간 지속되며 위안부 문제를 미국 사회에 알리는 거점이 돼 왔다.

2011년 12월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 첫 소녀상이 태어나기 전에도 미국에선 한인들을 중심으로 기림비가 세워지고 있었다. 현재까지 미국 내에 세워진 기림비와 소녀상은 총 10개(기림비 7, 소녀상 3)다.

첫 기림비는 뉴저지 팰리세이즈파크(팰팍)시 공립도서관 입구에 세워졌다. 2007년 7월 미국 하원이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킨 후 한인유권자센터가 팰팍시로부터 부지를, 버겐카운티 행정부로부터 석재(화강암)를 기증받고 건립비용은 한인들로부터 모금해 추진했다. 2010년 10월 건립된 이 기림비엔 “1930년대부터 1945년까지 일본 제국주의 정부 군대에 유린당한 20여만명의 여성과 소녀들을 기립니다.” “‘위안부’로 알려진 이들은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인권 침해를 당했으며, 우리는 인류에 대한 이 잔혹한 범죄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일본 정부는 이 팰팍 기림비를 없애기 위해 노골적으로 움직였다. 2012년 5월 팰팍시 시장(제임스 로툰도)과 제이슨 김 부시장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주뉴욕일본총영사 등이 팰팍시를 접촉해 “‘위안부 기림비’가 양국 관계증진 프로그램에 중대한 걸림돌이 된다며 철거를 요구했다”며 “일본측은 이 자리에서 기림비 철거를 요구하기 앞서 일본정부와 팰팍시의 우호증진을 위해 벚꽃길 조성을 위한 벚꽃나무 지원, 도서관 장서 기증, 미일 청소년 교환 프로그램 신설, 팰팍시 사업에 거액의 투자 등을 제시한 후, 이에 앞서 먼저 기림비를 철거하라고 요구해왔다”고 폭로했다. 일본 자민당 의원 4인은 팰팍시를 방문해 “(위안부는)한국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정신대대책협의회가 북한과 연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툰도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역사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또 전쟁범죄 등 잘못된 과거는 재발하지 않도록 드러내고 교육해야 한다는 게 내 정치철학”이라며 “우리 지역에 추모비가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뉴욕일보 2015년 5월3일)

일본정부의 기림비 철거 움직임은 한인들로 하여금 미국 22개 지역(다수 한인 거주지역)에 기림비를 건립하겠다는 결정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 결정으로 2012년 뉴욕 낫소카운티 시내 아이젠하워 공원에 두번째 기림비가 세워졌고, 2014년 7월 유니언시티 리버티플라자에 설치된 나비모양의 기림비까지 총 7개의 기림비가 차례로 들어섰다. 리버티플라자의 기림비 제막식 당시엔 위안부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피흘리는 소녀상’ 마네킹 12점이 전시되기도 했다.

기림비와 소녀상은 해외에선 미국이 가장 많으며, 전세계적으로는 총 11개의 기림비와 7개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국내엔 70여개의 소녀상과 기림비가 만들어졌는데 그중엔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건립한 것부터 공주영명고등학교, 서초고등학교 등 학교 내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하여 만든 것까지 그 저변이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소녀상과 기림비의 숫자는 지금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해방 70돌과 함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저항감으로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 버겐카운티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한 뉴저지 연방하원 스캇 가렛 의원과 시민참여센터 관계자들. 사진제공=시민참여센터
▲ 버겐카운티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한 뉴저지 연방하원 스캇 가렛 의원과 시민참여센터 관계자들. 사진제공=시민참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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