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언론현장에서 뛰던 언론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본지는 창간 6주년을 맞이하여 전직 언론인들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보고 이들을 통해 오늘날 언론이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전직 언론인들이 오늘의 언론에 대해 기대하는 바람이나 달라진 입장차이로 인해 겪게 되는 소회와 에피소드 등을 묶어본다. 대상은 지면관계상 관계 정치계 재계 벤처 학계 문화계 등 6개 분야로 제한했다. 현직에 대한 부담이 있음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편집자


기자나 PD로 종사하다 최근 들어 학계로 진출한 교수들은 한 발 떨어진 위치에서 언론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특히 2∼3년 사이에 박사학위를 마치고 대학 강단에 오른 전직 언론인들의 시각은 분석과 연구를 업으로 하는 한편으로 최근까지 현직에 있으면서 언론의 현실을 직·간접으로 체험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학계를 선택한 이들은 오랫동안 언론업에 종사해온 만큼 언론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이들중 10년 안팎으로 기자생활을 했던 ‘소장파’ 교수들이 지적하는 건 ‘전문성 부재가’ 우선.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이화여대 박성희 교수는 “매번 시간도 없고 전문성을 쌓기엔 부서 이동이 너무 잦은 데다 그나마 자기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을 쌓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매일경제에 있다가 지난해 3월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중인 문형남 교수는 “IMF 뒤 벤처시장이 달아올랐다가 급격하게 추락한 책임은 정책집행을 제대로 못한 정부 못지 않게 담당기자들에게도 있다”며 “당시에 벤처 담당기자들은 기술적인 분석 없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자료만 받고 그냥 홍보성 기사를 써준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현업에 있던 전직 언론인들은 언론계에 대해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23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다 지난 3월부터 경기대에서 남북한 정치를 강의하고 있는 김재홍 교수(전 동아일보 논설위원)는 ‘언론의 본령’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역설했다.

김교수는 “공공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정작 언론종사자들은 공공정신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언론사와 사주만이 ‘언론자유’라는 명분으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공공정신 회복과 함께 편집권이 사주, 경영진에 집중돼 있는 언론조직도 민주화되는 게 언론의 본령”이라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또 “언론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언론사 종사자들이 과거 유신 등 언론탄압이 극에 달했을 때 권력집단에 유착했던 사람들이라는 건 아이러니하다”고 덧붙였다.

MBC PD로 있다가 지난 3월부터 서강대 강단에 선 김평호 교수도 “언론은 사실상 언어, 사상의 폭력을 휘두르며 주어진 권력을 오·남용해 왔고, 내용 없이 시청률만을 의식한 단순 오락·연예 프로그램을 양산해 낭비를 초래하는 등 독자와 시청자에게 정신적 황폐화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김교수는 “내부 구성원들이 각성하고 시민단체 등 외부의 자극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권력이 중앙집중화된 본질적인 구조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을 하면서도 교수들은 언론종사자들의 고충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빼놓지 않았다. 문형남 교수는 “언론인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 건 현업에 종사해보지 못한 사람은 잘 모른다”며 “많은 시간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메이저 언론사 몇 개를 제외하고는 대우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그것을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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