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향해 공식사과와 정계 은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미애 대표가 문준용씨 특혜취업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국민의당의 자체 조사 결과를 두고, “박지원·안철수 전 대표가 몰랐다고 하는 건 머리 자르기다,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고 말한 것에 대해 반발한 것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대표는 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추미애 대표의 이와 같은 막말은 결국 국민의당 등에 비수를 꽂는 야비한 행태다.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오늘 이후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는 말”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추미애 대표는 민주당 대표직을 사퇴함은 물론 정계은퇴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당의 문준용씨 특혜채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라고 당 자체적으로 했는데 결과는 이유미씨 단독범행이다.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그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몰랐다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고 꼬집었다.

또한 추 대표는 “당 대변인, 당의 공조직이 총가동돼서 이것을 홍보하고 퍼나르기를 하고 했지 않냐”며 “일을 저지를 때는 조직적으로 저질러놓고 일이 끝나니까 단독범행이다, 누가 믿을 수 있냐”고 말했다.

특히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대표는 박지원 전 대표를 향해 “박지원 의원님 같은 경우 법사위원으로 앉아 계시면서 국민의당은 자체 수사를 해서 국민이 믿지도 못하는 그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박지원 전 대표는 법사위원으로서 검찰을 압박하고 있는 이런 상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사진=노컷뉴스
▲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사진=노컷뉴스
이에 김동철 대표는 “당은 당 나름대로 이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알고 즉각 당 내에 진상조사단 꾸리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서 진상을 파헤치고 국민께 알리려고 노력했다”며 당 차원의 조사는 충분했다고 항변했다.

또한 국민의당을 비판한 추미애 대표를 향해 “추미애 대표의 과거 행적을 보면 우리 정치권을 진작 떠났어야 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지 않냐”며 “2009년에는 국회 환노위 위원장으로서 한나라당 의원만으로도 노동관계법을 3분안에 날치기 했다. 작년 11월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독단적으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2016년 11월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정국 현안 논의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형사 책임을 면죄할 수 있다는 메모를 주고 받아 파문을 낳았다”고 비난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오후에 예정된 추경 논의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심사에는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우선 (오늘 예결위에 출석해) 세입 현황보고는 받는 것으로 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의 기자간담회는 추미애 대표의 라디오 발언이 있던 전날 이미 확정된 일정이었다.

그러나 오후에 열린 긴급회의를 통해 국민의당 의원들은 오전 추미애 대표의 발언을 문제삼아 추경마저도 협조하지 않으며 추 대표의 사퇴까지 요구해야 한다고 의견을 재차 모았다. 일부 의원들은 추경 심사는 해야 한다고 했지만, 다수 의원들이 추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단순히 말 실수로 넘어갈 수 없다’는 의견을 냄에 따라 추경 등 모든 국회일정을 보이콧하겠다고 당 입장을 정한 것이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현재 가장 아픈 곳인 증거조작 사안에 대해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꼬집고 나선 상황에서, 추경마저 국민의당이 협치해줘야 한다고 요구하는 부분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이 이미 모두 국회일정을 보이콧 선언을 하고 나선 상황에서, 정국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국민의당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해 강수를 둔 것이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이전에도 이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국민의당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비판적인 언사를 여러 차례 해온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당이 추경 심사를 목전에 앞둔 시점에 강수를 두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국민의당은 제보조작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여당 대표가 앞장서서 넘어진 사람 손가락을 밟고 서 있으니, 정치적 금도를 한참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당을 향해 온갖 독설을 쏟아내면서도 또 추경은 함께 하겠다고 하니 국회가 ‘아무말 대잔치’하는 곳인가”라며 “정부여당에 경고한다. ‘추’자 들어가는 건 다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라디오 인터뷰는 개인적인 발언이라며 수습하는 모습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의된 발언이 아니”라며 “그런 말 하지 말자고 했는데, 국민의당이랑 협의가 더 어려워졌다”며 난감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제윤경 민주당 대변인은 “원내에서 국민의당의 문제제기에 대해 대책 협의 중”이라며 “추 대표의 발언은 라디오 인터뷰 내용이므로 당연히 개인적인 발언”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오후 2시20분 경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이 불참한 가운데 추경은 상정되지 못하고 의원들의 질의로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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