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뒤 국내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은 북한 김정은이 하지 않아야 될 일을 저질렀다는 것,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어 전쟁 가능성도 있다는 것 등이다. 북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지난 수십년 간 강행된 미국의 대북 정책이 문제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지피지기식 분석이나 그에 따른 전망은 없다. 그러나 해외 언론, 전문가들을 보면 북의 ICBM 발사에 대한 막힘 없는, 이런 저런 다양한 분석이나 전망을 내놓는다.

국내외가 왜 이렇게 다른가? 그것은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국보법이 수십년간 지배하면서 북은 반국가 집단이고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공식이 국내에 깊게 뿌리 내린 결과다. 이번 북의 ICBM 발사는 그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지니면서 새로운 동북아 정세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국내에서 제대로 된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하고 위태롭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나 생산적인 미래의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가장 심각한 적폐의 하나가 바로 국보법이다. 이 법이 존재하는 한 다분히 제국주의적 침략성을 지닌 미국의 대북 정책, 그리고 남한 정부의 대미 추종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점을 전제로 북의 ICBM 발사에 대해 국가보안법의 고무 찬양, 동조 올가미를 피하면서 그 의미를 살피고자 한다.

▲ 7월4일 오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발사 성공과 관련된 특별중대보도를 했다.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보도 내용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 7월4일 오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발사 성공과 관련된 특별중대보도를 했다.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보도 내용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지난 4일 북한이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확인했다. 북이 선택한 발사 시기가 한미 정상회담, 미국의 독립기념일, 중국과 러시아 정상회담, 유럽의 G20 정상회담 등과 교차한다. 북이 이번 발사의 의미를 극대화하겠다는 노림수로 보인다.

또한 북한 핵과 미사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싸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국가들이 한미일과 중국, 러시아로 나눠져 그 대립각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대북 압박과 대화를 앞세우지만 북한이 먼저 핵과 미사일을 동결해야 대화 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북한의 굴복을 요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더욱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면서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 등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조치를 취해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핵과 미사일에 반대하지만 관련국의 상호양보를 전제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자국법에 의해 대북 제재를 하는 것을 반대하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한미도 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에 배치된 미국 사드에 대해 자국은 물론 지역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그 철수를 요구하고 공동 대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 미국의 사드가 북한 미사일과 핵에 대한 미국, 중국, 러시아의 공동보조에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사드를 통해 중국, 러시아를 포위하려는 미사일방어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면서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사드 문제가 자칫 중국, 러시아의 대북 핵, 러시아 문제 대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중국 언론은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 7월4일 오후 북한이 공개한 ICBM 발사 모습. 사진=북한 조선중앙TV
▲ 7월4일 오후 북한이 공개한 ICBM 발사 모습. 사진=북한 조선중앙TV
동북아 유관 국가들이 두 패로 나눠진 상황에서 발생한 북한 ICBM 발사에 국제적 공조는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우선 한미 두 나라는 4일 북의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 지도부를 정밀 타격하는 탄두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이런 무력시위로 중단되기는 힘들다. 연중 실시되는 한미 연합군사 훈련에도 불구하고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지속된 경험이 그것을 말해준다.

한반도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거론된 무력 사용은 동북아 정세나 가공할 피해 등의 이유로 선택 대상에서 거의 제외된 상태다. 한미 두 나라의 무력시위는 북한을 겁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기보다 자국민의 불안감을 달래려는 심리적 위안용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면 어떤 해결책이 있는가? 간단치 않다. 우선 북한은 사면초가 상태인데도 자기들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고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이 미국의 침략주의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남한 정부는 끼어들지 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이 대미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남한 정치권 등은 이를 남한에 대한 위협과 도발로 간주하고 대응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진행되면서 남한 사회에서 그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이는 새 정부의 입지를 좁게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북 정책 틀 안에서 남한의 주도적 역할을 확인했다며 고무된 입장이었지만 북한의 ICBM 발사로 향후 남북관계 개선 등의 가능성은 상당히 약화된 모습이다. 북한은 남한의 이산가족 상봉, 체육 교류에 대해 정치, 군사적인 문제 해결이 먼저라며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지난 6월30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 지난 6월30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이 북의 ICBM 발사이후 소집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면 한미가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를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남한의 독자적인 대응책이 별로 없는 궁색한 남한 정부의 입장을 토로한 것으로 비춰진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동안 사드 문제에 대해 국회 비준 필요와 같은 입장을 밝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도 유사한 태도를 되풀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사드에 대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 성을 외면하는 대응을 장기간 지속했고 그 결과 한미정상회담의 의제에 포함시키지 못하면서 성주 주민 등 사드에 반대하는 국내여론을 전달치 못했다.

북한은 상당기간 동안 핵과 미사일 계속 개발 방침을 밝히면서 핵보유국 주장을 강화하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의 변화된 모습에 대해 과거와는 업그레이드 된 전략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적극 대비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의 정세 급변속에 남한이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북한의 ICBM 발사 성공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이번에 핵무기를 미국 본토에 실어 나를 운반수단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 수년간 자위력의 상징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앞세워 온 것을 참고하면서 금명간 6차 실험에 돌입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럴 경우 청와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북의 ICBM 발사에 대해 미국 전문가, 언론은 다각도로 분석하지만 지금과 같은 유엔 대북 제재를 통한 경제 재제 외에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과거 미국이 강조했던 북한 핵시설 선제 타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은 그로 인한 남한 주민 등의 피해가 너무 커 배제될 수밖에 없고 결국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공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7월4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 성공 소식을 들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7월4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 성공 소식을 들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등 해외 언론이 여러 분석을 내놓는데 정작 당사국인 한국의 언론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은 개선되어야 한다. 북의 핵과 미사일 능력 개발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이를 공론화하거나 제대로 된 분석조차 하지 못하면서 국보법에 세뇌된 상태에서 냉전시대의 조건반사적인 반응만을 보인다는 것은 비통한 일이다.

한국이 후진적 사상통제,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는 상황을 개선치 않으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미래에 대한 생산적인 대처가 불가능하다. 자칫 동북아에 항구적 평화와 안전을 정착시키는데 큰 암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북의 ICBM 발사에 대해 국내 보수 언론과 정치권이 대북 선제 타격, 북의 선전포고 등이라고 목청을 높이면서 냉전시대의 회귀를 강조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점을 깊이 살펴 정부와 시민사회 등은 국보법 철폐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사드와 같은 문제의 정답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정상적인 대북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정상적인 공론화를 통해 자주적이면서 모두를 윈윈케 하는 한반도 전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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