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안의 본심사를 앞두고 야당의 보이콧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로서 몸값 키우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단 추경 논의를 위한 예결산 특위에는 참석하되,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과 추경을 연계할 수도 있다는 뜻도 넌지시 던지면서 민주당에 야당과의 협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추경안에 대한 국민의당 입장을 밝혔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지난해 본회의에서 통과된 올해 예산안 수정안에도 공공부문 인력 관련 여러 비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하지만 이러한 예산이 이번 일자리 추경에 포함돼있지 않다며 추경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부 측의 입장을 반박했다. 추경이 사실상 급조된 것 아니냐는 맥락의 비판이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올해 예산안 수정안을 보면 인건비로 ‘공공부문 인력증원 관련 비용’이라고 포함돼있다. 이 부분은 공무원 채용할 때 사용하는 비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6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심사를 앞두고 국민의당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두 보수 야당이 추경 관련 심사 보이콧을 하고 나선 상황이지만 국민의당은 일단 6일 예결위의 본심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짜놓은 추경 예산안은 너무 급조됐다. 급조를 정부도 인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추경 예결위 본심사를 앞두고 정부의 추경안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이유는 명분을 만들어 국민의당이 추경 처리에 순순히 동조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집권여당에게 다당제 구도에서 여전히 국민의당 협조가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환기시키면서 문준용씨 특혜채용 증거조작 사건 이후 당 안팎이 휘청이는 상황에서 국민의당도 이러한 캐스팅보터로서의 입지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일석이조가 되는 셈이다.

또한 국민의당은 공식적으로는 추경과 조대엽·송영무 장관 후보자 등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연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공공연하게 추경과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연계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당내 반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채택해준 것은 우리가 청와대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적어도 두 사람(조대엽·송영무)은 국민의당 입장에서 수용 못한다는 신호”라며 “공개적으로는 추경과 인사청문회를 별도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정했지만 그런 원칙도 집권 여당이 야당을 존중할 때 전제되는 것이지, 뺨을 맞으면서도 언제나 웃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의 보이콧으로 관련 상임위의 추경 예비심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추경을 6일 오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해 본심사를 강행할 예정이다.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는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어 일자리 추경안 상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임명된 것에 반발해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편안 심사를 아예 보이콧하고 나선 상황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수 야당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국민의당-정의당과 함께 연대해 추경 처리를 하겠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두 보수야당의 강경한 분위기 때문에 정부가 인사철회 없이 추경마저 밀어붙이면 향후 정국이 더욱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은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여당 내부에서도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난감한 입장에 빠진 여당을 향해 당장 6일에 추경 본심사를 통과시키지 않는 대신 조금 시간을 두고 인사 관련 입장을 정리하고 야당을 설득하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국회라고 하는 것이 여야가 같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의 협력을 위해 때로는 하루 쯤 기다릴 수도 있다”며 “오늘은 (예결위 심사에서) 질문하지 말고 세입현황에 대해 보고만 하고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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