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함께 바른정당까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에 반발해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등 보이콧에 돌입하면서 ‘반쪽 국회’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바른정당은 추경 심사에 임하면서 추경 내용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하고 의견도 적극적으로 내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이 바른정당이 ‘부적격’으로 판단한 김상곤 장관을 임명하자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추경과 정부조직법 심의에 불참을 선언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17명 후보자 중 인수위도 없이 출범하고 조속히 조각을 완성해야겠다는 차원에서 바른정당은 이런저런 하자가 있음에도 적극 협조할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김상곤·송영무·조대엽 세 후보자는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도저히 부적격자라 임명을 강하게 반대해왔다”며 김상곤 교육부 장관 임명에 불만을 표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 제도가 무력화되고 야당 주장이 이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국회 의사일정 참여는 무의미하다고 봐서 일체 추경이나 정부조직법 논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위중한 시기를 맞아 국방위와 정보위, 외통위는 즉시 소집해서 현안을 다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하지만 그동안 바른정당은 이혜훈 당 대표가 선출된 후에도 자유한국당의 추경 심사 보이콧 행보와 선을 그으며 추경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경제적 효과를 위한 심사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바른정당의 이번 추경 보이콧 당론을 두고 추경 심사 대한 기존 원칙을 번복하고 정부 내각 인선과 연계해 시급한 정책 과제에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이혜훈 대표는 지난달 29일 방송된 JTBC ‘썰전’ 패널들과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추경) 심사조차 안 하겠다고 보이콧하는 낡은 보수와 완전히 차별돼 일단 심사를 해보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찬성하는 대목도 있고 찬성 못 한 대목도 있으니 서로 논의해보고 조정하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5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바른정당이 추경 심사 보이콧으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김상곤 후보자는 반헌법적인 사고,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질 교육 수장이 되기에는 부적격 인사라고 많이 말했는데도 어떻게 협치를 하겠다면서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하시는지 우리가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우리 원내 의원 절대다수가 추경 심사에 (불참해) 당분간 항의의 뜻을 표해야겠단 의견을 많이 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김상곤 장관을 임명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27일 어렵게 합의한 의사일정을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오죽하면 ‘을’의 자세로 야당을 향해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해 온 우원식 원내대표가 오늘 ‘국회가 한국당 의원 놀이터냐’며 답답함을 토로했겠느냐”며 “보수 야당이 원내에서 주도권 싸움을 하며 추경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응급실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당리당략에만 몰두해 민생에 흙탕물을 끼얹고 있다”며 국민의 생계를 볼모로 국정을 협박하는 행태를 그만두고 두 당이 추경 논의에 속히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추 대변인은 “이번 추경이 민생과 직결됐다는 점은 명백하고 청년 실업부터 가뭄까지 국가가 나서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산더미”라며 “응급조치라도 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여러 한계가 있더라도 오히려 공식적인 테이블에서 제대로 검증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는 이날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대부분 불참한 상황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추경안 심사에 들어갔다. 바른정당에선 하태경 의원만이 환노위 회의에 참여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오는 6일 오후 1시30분까지 각 상임위의 추경안 예비 심사를 마쳐달라고 요청한 만큼 민주당은 이르면 6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추경안 본심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추경안이 예결위 본심사를 거치면 오는 11일 또는 18일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