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5일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전국 7개 광역시도 9곳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경영계를 규탄하고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청년유니온(위원장 김민수)은 3년째 최저임금위원회에 청년 대표로 참가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청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나 정부가 제시하는 청년들에 대한 불합리한 노동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교섭 활동도 전개해 왔다.

최저임금위원회 경영계 측은 해마다 취약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를 더욱 강조하면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를 지연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청년유니온 이수호 조직팀장과 김영민 정책팀장을 만났다. 김영민 팀장은 “청년 노동자가 많은 8개 업종이 지불 능력이 없어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논리는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으로 생활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대가를 깎는 것은 청년들이 일하는 노동의 값어치가 하찮다고 사회적으로 낙인찍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앞에서 이수호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이 경영계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을 규탄 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박왕진 대학생명예기자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앞에서 이수호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이 경영계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을 규탄 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박왕진 대학생명예기자
다음은 김 팀장과 나눈 인터뷰 주요 일문일답이다.

- 청년 유니온이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앞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최저임금위원회 경영계 측은 매년 회의에서 취약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런데 올해 경영계 측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를 조금 더 중요하게 제기하면서 더 급한 사안이 많음에도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전체적으로 지연된 측면이 있다. 경영계 측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은 근거가 굉장히 빈약한데도 회의마다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에 규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1인 시위를 준비하게 됐다. 시위는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인천·대구·경남·부산·광주 이렇게 7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각 지역에 경영자총협회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 경영계 측에서 제시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8개 업종(PC방,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이·미용업, 일반음식점업, 택시업, 경비업)은 주로 청년들이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직종이 많다. 경영계의 이번 요구가 청년들의 노동 문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8개 업종은 특히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이 다수 분포돼 있고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하는 업종이 많은데 경영계 측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이 업종의 고용주들은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고 결과적으로 고용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8개 업종 내에서도 규모에 따라서 노동 강도나 지불 능력의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편의점이어도 작은 개인 편의점도 있지만 마트같이 큰 대형 편의점도 있기 때문에 노동자 간의 노동 강도 차이가 큰데도 불구하고 모두 10원 단위까지 딱 맞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해당 업종들이 지불 능력이 없어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논리는 합리적이지 않다. 청년 입장에서도 8개 업종에서 근무하더라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최저임금 차등 적용으로 생활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대가를 깎는다면 이를 부당하게 느끼고 자신들이 차별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이는 곧 청년들이 일하는 노동의 값어치가 하찮다고 사회적으로 낙인찍히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노동계 측의 요구는 8개 업종의 최저임금 선을 낮추는 문제가 부적절하다는 것이 아니라 8개 업종이 생산성이 낮으니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 최저임금 인상이 되면 고용주인 자영업자의 생계가 힘들어지고 결국 물가 상승의 원인이 돼 노동자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사진=청년유니온
▲ 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사진=청년유니온
“물가 상승을 하면 물가가 오른 만큼 당연히 기업이나 가게의 매출액은 증가한다. 하지만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10% 오른다고 해서 상품이나 서비스의 소비 가격을 꼭 10%까지 올리지 않아도 고용주 측은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물가 상승에 대한 문제는 생각보다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고 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다고 해서 꼭 물가가 같은 값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라고 발표됐다. 또한 최저임금의 큰 인상 폭은 고용주들의 가게 임대료나 본사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처럼 상쇄할 수 있는 대책이 충분히 있으므로 정부가 정책으로 논의할 사안이다.”

- 청년의 노동 문제에서는 최저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주휴수당 보장,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청년층 노동 문제에서 최저임금이나 주휴수당, 근로시간 등의 문제를 지적할 때 청년 아르바이트만 부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사실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청년층 당사자들을 보면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입사 초기 직장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당사자들은 크게 인지를 못 하기도 하지만 설령 최저임금보다 소득을 조금 더 받더라도 실제 주휴수당, 근로시간 등을 따졌을 때 그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근처 수준이다. 단순히 청년 아르바이트 문제가 아니다. 실제 직장에서 근로시간 대비 최저임금을 받는 청년들도 올바른 노동의 대가를 보장해달라고 문제를 제기해야 하며 인식이 더 나아져야 한다.”

- 청년 인턴의 ‘열정 페이’ 논란도 많은데.

“인턴으로 일하는 청년들의 노동문제는 또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청년들이 아르바이트하거나 직장을 다닌다면 기업 측에서도 최저임금에 맞춰서라도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인턴은 청년들이 사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소위 ‘열정 페이’로 노동할 만큼 인턴 활동이 노동이라는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사회적으로 청년 인턴은 노동이 아니라 교육을 받는 것이라는 의견이기 때문에 청년 인턴의 노동 대가도 보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

-8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체 회의가 오늘 오후 3시에 열린다. 노사 간 입장 차가 큰 상태이고 합의점이 쉽게 도출되지 않고 있는데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나.

“노동계 측에서도 자영업자들의 여건 문제는 해마다 제기되고 있고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사회적 공감대가 큰 만큼 우려도 크다. 사실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것도 맞고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에 노동계 위원들은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정식으로 안건을 올리자고 요구한 상태지만 경영계 측에서 오히려 거부하고 있다. 오늘 열리는 8차 회의에서는 부디 청년 노동자나 자영업자 중에 누가 더 힘들고 누가 더 고통스럽냐를 경쟁하는 논의 방식을 깨고 어떻게 하면 자영업자도 공생하며 청년들의 노동 가치가 제대로 조명받을지 생산적인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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