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자들은 최근 몇 년간 세 가지 충격을 경험했다. 하나는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 영입에 따른 JTBC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또 하나는 종이신문의 영광을 함께했던 홍석현에서 디지털퍼스트 및 방송중심 경영전략을 갖고 있는 홍정도로의 경영자 변화다. 마지막 은 개발자 중심 ‘이석우 체제’의 전면 등장이다. 최근 4년 사이 세 가지 변화를 겪으며 중앙일보 기자들은 신문기자들에 대한 대우가 급격히 하락했다고 보고 있다.

JTBC의 비약적인 성장은 거칠게 말하면 중앙일보 기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안겼다. 세월호 참사보도와 국정농단보도 국면에서 JTBC는 빛났고, 중앙일보는 상대적으로 초라했다. 110여명의 JTBC보도국 인원이 지금처럼 메인뉴스 시청률 1위와 방송뉴스 신뢰도 1위를 차지하며 성장할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미디어그룹 차원에서도 신문보다 방송에 역량을 집중하는 추세다. 신문기자들은 방송기자들에게 위축되고 있다.

지금은 JTBC의 진보성향 논조와 중앙일보의 보수성향 논조사이의 갈등에 더해 ‘보도영향력’의 역전에 따른 갈등이 추가된 셈이다. 이 때문인지 지난 6월1일자 중앙일보 노보는 “최근 들어 중앙일보 편집국과 JTBC 보도국의 결합 정도가 낮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장에서도 동료라는 인식은 엷어지고, 마치 다른 회사 기자를 대하는 것처럼 서먹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경우가 적잖다”고 지적했다.

중앙 노보는 “최근엔 서로 타자화 하고 대립적으로 보는 경향도 엿보인다. 신방융합의 장점이 점차 옅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 될 경우 방송노조를 따로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노동조건이나 위상 등이 달라진 데 따른 결과다.

애초 JTBC 경영진은 개국 초기 JTBC에 노동조합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고 JTBC기자들을 중앙일보 기자로 채용해 중앙일보 노조에 포함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처음엔 JTBC가 언제 사라질지 몰라 JTBC기자들도 중앙일보 소속이라는 데 불만이 없었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당장 임금협상에서 JTBC기자들은 초과수당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초과노동이 많아서다. 이런데다 JTBC기자들은 대부분이 경력직인데 과거 직장의 5~10% 임금인상 계약을 맺고 이직한 경우가 많아 같은 연차의 공채 기자들과 같은 일을 해도 임금 격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어 이 역시 임협 등의 과정에서 갈등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중앙일보 기자들 사이에서 JTBC로 넘어오고 싶어 하는 기자들이 제법 늘었다는 게 복수의 증언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JTBC기자들이 중앙일보로 넘어오고 싶어 했던 상황과 대조적이라는 것.

▲ 이석우 중앙일보 디지털총괄(위), 홍정도 중앙일보 사장(가운데),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 이석우 중앙일보 디지털총괄(위), 홍정도 중앙일보 사장(가운데),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중앙일보 기자들의 ‘이탈 심리’는 이석우 체제는 등장과 함께 더욱 강해졌다. 경영진은 개발자 수십여 명을 채용했고, 이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점령군’으로 불렸다. 이석우 총괄의 등장 이후 기자보다 개발자들이 우대받는 사내 분위기가 형성됐다. 과거였다면 중앙일보 기자가 가야할 자리를 경력출신의 웹 개발자가 차지하는 사례도 나왔다. 기자들은 ‘이석우 사단’이 자신들을 ‘적폐’로 바라본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석우 체제 이후 종이신문에 포커싱을 맞추던 과거의 관습이 ‘악습’으로 규정되며 온라인 중심으로 뉴스룸이 이동한 결과 기자들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EYE24팀이다. 이 팀은 주간3교대로 운영하며 온라인 기사를 쏟아냈다. 대부분이 베껴 쓰는 기사였다. 기자들은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바이라인을 달고 나가는 것에 항의하던 몇몇 기자들이 팀을 떠났다.

이런 가운데 편집국은 점차 ‘외주화’되고 있다. 중앙미디어그룹 계열사 기자들이 기사를 써서 중앙일보 지면에 넣고 있다. 보직간부들이 ‘계열사 기자들은 월급도 적게 받으면서 이렇게 열심히 기사를 쓰는데 너희들은 뭐하고 있느냐’며 중앙일보 기자들을 질책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기자들의 사기는 떨어졌다.

그리고 홍석현 회장은 중앙일보를 떠났다. 종이신문이 황금기를 누렸던 1990년대~2000년대 후반까지 중앙일보와 함께했던 사주의 퇴진은 중앙일보 기자들에게 상징적인 장면으로 다가오고 있다. 홍정도 사장은 단순히 홍석현 회장의 아들이 아니다. 홍정도 사장의 행보는 방송과 디지털 중심으로의 그룹 체질 변화를 가리키고 있다. 종이신문의 시대는 끝났다. 비단 중앙일보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중앙일보 기자들이 체감하는 속도는 타사보다 빠르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이제 좋은 시절은 끝났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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