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것과 관련해 보수정객 박찬종 변호사가 정면 비판에 나섰다.

근본적인 혁신없이 이대로 가다가는 한차례 더 구렁텅이에 빠지는 상황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책임도지지 않고 깨끗하지도 않고 민주적이지도 않으면서 말로만 보수우파 외친다고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다는 쓴소리이다.

박찬종 변호사는 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홍 전 지사 대표 선출에 대해 “이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전혀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누가 대표에 나섰는지도 모르고, 홍 전 지사가 나선 것도 워낙 막말을 하는 사람이니 아는 것이지, 원유철 후보나 신상진 후보가 나왔다는 것도 잘 몰랐다. 더구나 최고위원 뽑는 것도 몰랐을 정도이니 국민의 무관심 전대라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이러니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자유한국당 상태는 구성원들의 전부가 자유한국당이라는 구정물만 차있는 물잔에 들어가서 얼굴만 빼꼭이 내놓고 ‘우리를 쳐다봐달라, 잘 하겠다, 변화하겠다’고 하는 형국”이라며 “하지만 콘텐츠와 내용이 없이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유일하게 관심을 얻은 류여해 최고위원의 경우 신발 벗어던지고 태극기 흔들면서 ‘박근혜 보호하자’, ‘나아가자’ 외마디 소리를 지르지만, 내용이 없다”며 “당원 전원이 신발 벗어던져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이 주목받는 것은 밝고 새로운 신호가 아니라 코미디 개그콘서트 보는 기분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을 구정물이라고 표현한 이유에 대해 박 변호사는 박근혜 탄핵과 구속 및 재판 과정에서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1급 책임자인 친박호위무사(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등 20여 명)를 색출해서 제거해야 하나 못했다는 것과 나머지 2급 책임자들도 석고대죄조차 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 홍준표 신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가고 있다. 오른쪽은 류여해 신임 최고위원. 사진=이치열 기자
▲ 홍준표 신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가고 있다. 오른쪽은 류여해 신임 최고위원. 사진=이치열 기자
박 변호사는 “홍 대표가 ‘사약’을 먹여서라도 친박 호위무사 20~30명을 쫓아내야 한다”며 “나머지는 국민앞에 석고대죄하도록 해야 한다. 이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구정물 상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표가 선출된 이유에 대해서도 박 변호사는 냉담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소속 의원들이나 당원협의회장들이 볼 때 원유철이나 신상진이 되면 나긋나긋한 말만 하니 당의 존재감이 사라지게 될 터이고, 홍준표는 막말하고 위험스럽지만 존재감을 보일 수 있으니 이런 선택을 한 것”이라며 “한마디로 편한 길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 대표가 당 대표가 됐으면 당헌당규부터 개정해 헌법 8조에 의해 중앙당 중심체제를 해체하고 국회의원 중심의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뜯어고치는 정풍운동을 해야 살 수 있다고 박 변호사는 강조했다. 그는 “특히 3년뒤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부터는 일반국민이 직접 공천권을 갖고 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해야 보수적 가치라는 말도 씨알이 먹힐 것”이라고 충고했다.

‘강한 대표, 강한 야당이 되겠다’는 홍 대표 주장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 얘기는 본인이 칼자루를 쥐고 칼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라며 “앞장서 말하고 들쑤시고 문 정권을 비판하면 당이 강해진다는 주장인데, 이건 착오”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바로 직전 그렇게 강한 리더십을 가졌다는 박근혜 체제에서 탄핵과 공천파동을 불러온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당 중심의 체제를 해체하는 것만이 강한 정당이 되고 국민이 귀기울일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박 변호사는 거듭 역설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이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체제에서 국회의원을 하려는 사람들은 홍 대표나 실세에 붙어서 낙하산 공천을 받으려 할텐데, 이런 사람들로는 적어도 현재의 PK지역에서는 한 두 명 빼고 다 떨어진다”며 “그러나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을 하기는 어려우리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혁신위원회와 당 윤리위원회를 외부인사로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박 변호사는 “중요한 것은 방향과 개혁이며,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에 달려있지 그런 것을 만든다고 달라질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중앙 당 핵심부가 당론결정권과 공천권을 갖고, 국회의원은 당의 부속품이 돼 있는 이 구조를 깨지 않는한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신임 당대표가 3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신임 당대표가 3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홍 대표와 함께 선출된 류여해 최고위원이 ‘좌빨한테 나라 안넘겨주겠다, 태극기, 조국, 애국’을 외치며 눈에 띄었고, 국정원 출신 이철우가 최고위원이 된 것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런 야당 포진 인사는 거꾸로 가는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좌파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건 말과 구호로써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른바 자신들이 보수우파로서, 좌파 진보보다 나으려면 더 깨끗하거나, 민주적이어야 한다. 국민 위해 더 헌신한다는 것을 보여줘야지 구호만 갖고 되겠느냐”며 “류여해 위원이 ‘박근혜 살리겠다’고 하는데, 반대로 오히려 과감하게 인연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들의 수장인 대통령이 탄핵되는 것을 좌파가 유도했다는 주장에 대해 박 변호사는 “왜 좌파가 유도할 원인 제공을 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최순실 같은 독버섯을 자라게 한 것이 누구인지 피눈물을 토하는 기분으로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나서 좌파보다 더 깨끗하고 민주적이고 자유로워야지 말로만 좌파 빨갱이 부르짖는다고 정권이 저절로 오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박 변호사는 “내가 진짜 보수 우파”라며 “이런 진용으로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지를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한 번 더 구렁텅이에 빠질 것 같다. 한 차례 더 폭락할 것 같다. 자꾸 이렇게 헤매면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계속 오를 것이고, 그 원인 중엔 자유한국당의 탓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 변호사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는 것이 곧바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지율이 높더라도 대안세력과 대안정당이 서있어야 한다”며 “대안세력과 대안정당이 집권세력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터전을 마련해야 국민이 안심하는 것이지, 자칫 계속 독주하게 되면 독선에 빠지고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주장했다.

한편,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성과에 대해 박 변호사는 한미동맹을 강조해 미국 조야의 의구심을 해소한 것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백악관과 국회, 언론, 민간 등 미국의 조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동맹에 회의를 품고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을 가졌으나 문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근간을 반드시 지킨다’고 함으로써 의구심을 해소한 것은 성과”라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도 한미동맹 유지에 대해서는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 박찬종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 박찬종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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