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지랄발광 17세’(배급 소니 픽쳐스)에서 극중 교실 배경 속 포착된 욱일기 형상의 이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버젓이 내보냈다는 비판과 함께 해당 장면의 이미지는 욱일기가 아니라 미국 해군 전투비행단인 ‘Sun Downers’의 문양이다”는 반론이 나온다.

‘지랄발광 17세’는 사춘기 소녀 ‘네이딘’의 인생 최대 위기를 겪는 과정을 담은 코믹 영화로 켈리 프레몬이 감독을 맡았다. 작년에 미국에서 개봉했지만 국내에는 지난달 28일에 개봉돼 4만4천명(3일 기준)의 관객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관객들의 논란을 일으킨 장면은 영화 초반부 주인공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장면에서 나왔다. 17세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내용 상 고등학교 교실이 배경으로 나왔는데 교실 뒤 캐비닛 위에 욱일기로 추정되는 이미지가 걸려있었고 이를 본 국내 관객들이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욱일기 형상의 이미지가 잡힌 화면을 본 이아무개씨는 “전 세계인이 보고 국내개봉까지 한 영화에 자연스럽게 욱일기가 나온 것이 매우 불편하다”면서 “한국인으로서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aswe****’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한 포털사이트 영화 리뷰 게시판에 “‘지랄발광 17세’의 내용은 사춘기의 풋풋함을 나타낸 영화라 좋았지만 보다가 교실에 욱일기가 떡하니 걸려있는 장면을 보았다”며 “타국 국기를 배경으로 쓸 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는 감독의 영화를 계속 봐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보던 영화를 껐다”고 썼다.

▲ 영화 '지랄발광 17세' 화면에 잡힌 욱일기 형상 이미지.
▲ 영화 '지랄발광 17세' 화면에 잡힌 욱일기 형상 이미지.

반면 욱일기가 나와 불편했다는 리뷰에 반박하는 주장도 나왔다. ‘infinity90’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지랄발광 17세’에 나오는 주인공의 선생님 ‘브루너’는 극중에서 역사 선생님으로 나오고 배경이 되는 교실 벽면을 잘 보면 미국의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의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면서 “캐비닛 위에 욱일기로 착각된 것은 욱일기가 아니라 미국 해군 전투비행단인 ‘Sun Downers’의 문양이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 네티즌은 “‘Sun Downers’는 해석 그대로 ‘해를 지게 만드는 자들’이라는 뜻으로 태평양 전쟁과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을 무찌르는 부대였다”면서 “영화의 교실 배경을 잘 보면 캐비닛에 ‘V Day’라고 쓰인 포스터도 보인다. ‘V Day’는 미국의 전승기념일을 나타내는 뜻이므로 영화에 나오는 교실은 미국의 전승 역사를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해군전투비행단 ‘Sun Downers’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과의 전투를 위해 1942년 창단된 부대로 이름부터 ‘해를 지게 만드는 자들’로 부대마크에 쓰인 태양은 모두 수평선에 걸친 모습이다. 일몰시에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는 해처럼 일본의 군국주의를 가라앉히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Sun Downers’의 전투복 패치에서도 욱일기는 해를 반으로 가르는 형상이다. ‘Sun Downers’는 1943년 4월부터 7월까지 과달카날 전투에서 55대의 일본군 항공기를 격추했고, 종전까지 100여대의 일본군 항공기를 추가 격추하며 활약했다.

헤럴드 경제 기사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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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Sun Downers’는 지난 2012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욱일승천기를 부대마크로 쓰는 미군’이라는 제목의 글로 올라와 화제가 돼 기사화된 적이 있다.

<관련기사 : 헤럴드경제, 미군 부대상징이 '욱일승천기?" 반전>

‘지랄발광 17세’에 나온 욱일기가 미국 해군 전투비행단의 문양일 것이라는 주장에 다른 네티즌들은 “욱일기랑 비슷하긴 하나 정황상 미 해군의 문양이 맞는 것 같다”며 동의하는 의견도 보였다. “‘Sun Downers’의 마크는 태양이 반쪽인데 영화에 나온 욱일기는 태양이 모두 드러나 있다. 하지만 일부러 약간 기울이게 접어놔서 일본 군국주의의 패배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냐”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기도 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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