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첫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일부 언론이 외교정책이나 성과와 무관한 내용의 흥미성 보도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선 경영진 퇴진 요구가 나오는 상황 등을 고려해 ‘코드맞추기 보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 문 대통령이 난기류에도 끄떡없이 당황하지 않아 더 놀랐다거나 문 대통령 내외의 깨소금이 향긋하다는 식의 기사들이 대표적이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29일자 아침에 출고한 ‘특전사출신 文대통령, 난기류에 기체 떨려도 스탠딩간담회 계속’에서 “대통령 전용기의 기자석 앞에 선 채로 마이크를 잡은 문 대통령의 몸이 순간 ‘휘청’했다. 급작스러운 난기류로 기체가 흔들린 탓”이라며 “불안정한 기류로 기체가 1분 넘게 심하게 흔들렸지만, 젊은 시절 특전사에서 복무하면서 군용 수송기의 거친 비행에 단련된 문 대통령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말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청와대 출입기자단 기내 간담회 과정을 묘사한 이 기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질문에 말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난기류가 발생해 기체가 1분 가까이 흔들렸다”면서 “주변에 있던 참모들은 깜짝 놀랐고, 천장을 짚거나 의자를 붙들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참모들은 문 대통령이 중심을 잃지 않게 팔 등 신체를 붙잡았다”고 묘사했다. 이 매체는 주영훈 경호실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문 대통령에게 자리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지만 문 대통령은 “1분만 더하겠다”며 말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특히 해당 기사의 맨 뒷부분은 취재원의 이른바 ‘아부성’ 멘트를 그대로 실었다.

“한 수행 관계자는 ‘당시 기체가 흔들린 상황에 많이 놀랐지만, 더 놀란 것은 대통령께서 전혀 당황하지 않던 모습’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언론과 소통하겠다는 대통령을 보면서 ‘외유내강’의 모습을 느꼈다’고 말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에서 이 같은 기사가 나가자 다른 매체에서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후(한국시간) 서울공항 이륙 후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후(한국시간) 서울공항 이륙 후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기내 첫 일정으로 간담회 선택…난기류에도 “1분만 더”’(MBN)

‘특전사 ‘고공낙하’ 익숙한 文, 난기류 속 스탠딩 간담회’(중앙일보)

‘특전사 병장 문재인, 기내 난기류에도 당황치 않고 스탠딩 간담회 이어가’(세계일보)

‘특전사 출신 文대통령, 난기류에 전용기 떨려도 선 채로…’(매일경제)

‘심한 난기류에도 굴하지 않는 文 대통령’, ‘터뷸런스도 못 막은 ‘문재인표 기내 간담회’’(서울신문)

‘‘휘청’ 기체 흔들려도 스탠딩간담회 계속한 文 대통령…참모들 ‘진땀’’(SBS)

‘난기류도 못 막은 문 대통령 기내 간담회’(한국일보)

‘[영상] “어어어우…” 난기류에도 끄떡 없는 文 대통령’(중앙일보)

‘‘특전사’ 文대통령 난기류속 호소 “언론, 도와달라”’(헤럴드경제)

‘‘특전사 출신’ 文대통령‘의 난기류 간담회...‘정상회담 성공’ 낙관(종합)’ (이데일리)

‘기내서 스탠딩 간담회…난기류에 기체 흔들려도 “조금 더 하자”’(한국경제)

‘‘특전사 포스’ 文 대통령… 난기류에 기체 흔들려도 꼿꼿’(국민일보)

‘[영상] 文 대통령, 기체 요동에도 의연…특전사 본색?’(노컷뉴스)

‘[더하기 뉴스] ‘난기류 간담회’…文 대통령, 기내서 스탠딩 간담회’(TV조선)

이와 함께 같은 날 중앙일보 온라인에 실린 기사 ‘‘바라보는 내내 미소가…’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달달한 순간들’도 도마에 올랐다. 

중앙은 구어체로 작성한 이 기사에서 첫 미국 방문길에 오른 문 대통령 내외의 전용기 탑승 사진의 다정한 모습을 묘사했다. 중앙은 “문 대통령 내외의 다정한 모습에 관심이 쏠립니다. 대한민국 대표 ‘잉꼬부부’인 이 두 분의 달달한 모습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라고 썼다.

“출국장을 나서던 문 대통령은 김 여사를 향해 계단을 가리키며 ‘조심하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마음이 놓이지 않았나 봅니다. 김 여사의 발걸음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쭉 지켜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으니까요.”

“미국에 도착해서도 문 대통령은 김 여사를 살뜰히 챙겼습니다. … 트랩에서 내린 대통령 내외는 차량에 오르기 위해 이동했는데요, 이때도 문 대통령은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김 여사를 이끌었습니다. … 결혼 생활 36년째인 이 두 분에게서 여전히 나는 깨소금 냄새에 마음이 향긋해지네요.”

이 같은 보도와 관련해 해당 언론사에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연합뉴스의 경우 현 경영진 사퇴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는 시점이어서 ‘코드맞추기 보도’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연합뉴스 한 중견기자는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부적으로 이런 보도에 대해 얘기가 되고 있다. 규정상 앉아야 하는데도 계속 서서 했다는 것까지 미화한 것”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러는 것은 영혼없는 행태이며, 지나친 문비어천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분하게 팩트 위주로 보도하는 것이 낫다”며 “연합뉴스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외부에서 이런 보도를 보면 ‘현 경영진이 집권당에 잘 보여서 수명연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연합뉴스 중견기자도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여반장’이라고 손바닥 뒤집기라는 뜻의 말처럼 언제는 잔뜩 비판하다가 이젠 권력잡았다고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느냐”며 “이 정권에도 잘 보이려고 이러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기사를 출고한 맹찬형 연합뉴스 정치부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낯뜨거운 보도 아니냐’는 지적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비어천가라는 것 아니냐라는 취지는 알고 있지만, 정부와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쓰려고 한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맹 부장은 “문 대통령이 특전사 출신인 것은 사실인데, 기자가 써온 기사에는 ‘특전사 출신’이라는 부분이 없고 ‘외유내강’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제가 온라인 독자와 네티즌을 위해 외유내강 대신, 특전사 출신이라는 표현을 집어넣었다”며 “외유내강이라는 표현이 더 낯간지러워서 바꿨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맨 뒷부분에 청와대 수행관계자 멘트는 기사에 잘 넣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맹 부장은 “정부에 잘보이려고 (멘트를) 단 것은 아니다”며 “낯간지러워서 지우려고 하다가 놔뒀다. 네티즌과 온라인 독자를 위해 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권 때 박근혜 대선 후보시절 TV조선에서 ‘형광등 100개를 켠 것과 같은 아우라’라고 보도한 것이 더 문제라고 반박했다.

기자들의 내부 비판에 대해 맹 부장은 “그렇게 얘기하지 않는 기자들도 있고, 과거에 (새 정부 출범 이후 보도 때와) 비교해보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최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구성이 올 연말에 예정돼 있고, 내년 3월 연합뉴스 새 사장이 선임되는 일정을 감안해 현 경영진이 현 정부에 코드를 맞추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 맹 부장은 “그것은 저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다정한 출국 및 도착 장면을 기사로 묘사한 중앙일보 기자는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제 연령대(20대) 눈높이에 맞게 썼고, 독자를 고려한 기사였다”며 “이미지를 설명하고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기 위한 기사였지,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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