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특검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청와대 출입 기록이 삼성그룹 측에는 공개가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이 기록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 측은 “자료가 위조됐다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삼성그룹 측 변호인단은 30일 오후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제32회 공판에서 2016년 2월15일 이재용 부회장의 청와대 안가 출입 기록을 공개했다. 지난 3월31일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입기록 정보공개를 청구한 삼성 측 변호인단에 회신한 자료다.

회신 자료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6년 2월15일 오전 10시23분부터 11시8분 사이에 청와대 안가를 방문했다. 회신은 3월31일에 이뤄졌으나 출입 확인은 지난 2월16일에 이뤄졌다. 외부인의 안가 출입 관리를 맡았던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확인 자료를 작성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민중의소리

이 자료는 특검에 공개된 적이 없다. 양재식 특검보는 이날 법정에서 “(특검 수사 기간에) 청와대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확인해줄 수 없다’가 청와대 공식 입장이었다”며 “안가 내 어디에 있는지, 차량이 언제 들어오고 나갔는지 등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 후 사실조회 신청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검은 기록이 제공된 배경이 “상당히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특검팀 박주성 검사는 “정보공개 회신이 이뤄진 시기가 2017년 3월31일이고 확인한 날짜는 2017년 2월16일인데 이때만 해도 특검 수사가 한창 진행됐고 이영선 행정관에 대해선 구속영장청구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이 상황에서 정보공개 청구 확인이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검사는 이어 “이영선 전 행정관의 확인 외에도 청와대가 안가에서 이뤄진 비공개 면담에 대해 출입차량과 시간을 확인해준다는 것이냐”며 “이 문서가 경호실, 비서실장으로(명의로) 돼 있는데 청와대 프로세스상 굉장히 이례적이고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즉각 반발했다. 권순익 변호사는 양 특검보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그럼 우리가 제출한 자료가 위조됐다는 것이냐“고 상기된 어조로 반박했다.

삼성 측은 청와대의 기록과 함께 삼성전자 서초사옥 출입을 관리하는 에스원의 확인 자료도 공개했다. 이 부회장이 2월15일 서초 사옥을 오전 9시30분 경에 출발해 11시42분에 돌아왔다는 자료다. 변호인단은 서초사옥에서 청와대까지 챠량으로 30여 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청와대 기록과 삼성 측 기록이 일치한다는 입장이다.

특검의 반발에 이 변호사는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청와대에 별도로 정보공개 청구나 사실 조회 신청을 하라”면서 “확인자의 지위 때문에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이 2월15일 독대 시점을 불명확하게 기재했다며 특검 측 공소장의 신빙성을 지적해왔다. 이 부회장 등 ‘삼성 뇌물’ 공범 피고인 5인의 공소장에 따르면 “대통령은 2016년 2월15일 오후 소위 ‘안가’에서 피고인 이재용을 단독 면담”했다고 기재돼있다.

이와 관련 박 검사는 “이건 중요한 요점이 아니”라면서 “안종범 전 정책수석의 업무수첩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기재돼 있다면 그걸로서 영재센터에 대한 지원 요구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자료, '진술 바꾸기'와 관련 있나

특검이 의심을 제기하는 배경엔 삼성 관계자들의 ‘진술 바꾸기’ 정황이 있다. 변호인단이 증거기록을 입수하기 전후로 이 부회장이 독대 당시 영재센터 지원 요청 서류를 직접 받았는지에 대해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증거 기록 입수 전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와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특검 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 당시 영재센터 지원 요청 관련 서류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사기록 입수 후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독대 당시 직접 서류를 받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검 수사에 따르면 서류를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영선 전 행정관과 최씨 운전기사 방 아무개씨는 오전 ‘11시7분’ 신사동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 회신 자료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전 ‘11시8분’ 청와대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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