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문준용씨 취업특혜 근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당이 자체적으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명쾌하게 해명은 안 되는 모습이다. 여전히 공개하지 않은 자료가 있는 것 아니냐는 점과 당 지도부 차원에서 인지했는지 여부는 의혹으로 남아있다. 입장을 밝힐 듯 했던 안철수 전 대표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당, 여전히 공개안한 자료 있나

지난 29일 오후 SBS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이유미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과 바이버 메시지 등을 공개했다. 여기서 이용주 의원이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이유미-이준서 전 최고위원 간 오고 간 대화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 드러나면서 국민의당이 모든 대화내용을 공개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SBS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이 전 최고위원이 조작 사실을 대선 전에 알고 있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케 하는 대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유미씨는 지난 5월8일 “사실대로 모든 걸 말하면 국민의당은 망하는 거라고 하셔서 아무 말도 못하겠어요. 지금이라도 밝히고 사과드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이 전 최고위원에게 보냈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5월8일 오전 11시19분에 바이버 메시지로 이유미씨에게 “사실대로라면 무엇을 말하는 거냐”라고 따져물었다. 이유미씨는 “개인 간에 가볍게 나눈 대화중 일부일 뿐이지 증언이나 폭로가 아니라는 거요...”라고 설명한다.

이 대화가 오간 직후 이유미씨는 바이버에서 또 다른 메시지를 이 전 위원에게 보냈으나 삭제했다. SBS가 공개한 이유미-이준서 간 주고받은 바이버 메시지 화면에도 ‘이유미님이 메시지를 삭제함’이라고 남아있다. 추가로 어떤 대화가 더 오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SBS가 지난 29일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일부 갈무리. 이용주 의원이 28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이 포함돼있으며, 여기서 이유미씨가 이준서 전 위원에게 보낸 메시지가 삭제돼있다.
▲ SBS가 지난 29일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일부 갈무리. 이용주 의원이 28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이 포함돼있으며, 여기서 이유미씨가 이준서 전 위원에게 보낸 메시지가 삭제돼있다.
SBS 취재 과정에서 이준서 전 위원은 이유미 씨와 ‘조작한 사실’에 대해 대화를 주고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이 전 위원은 “당시 상황에서 제보자가 빠져 버리면 5월5일 기자회견 내용이 없는 사실이 되기 때문에 제보자가 사라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제보자가 조작됐다는 건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이후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이 전 위원은 ‘제보자가 있다면 괜찮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이 전 위원은 사전에 조작 사실을 이유미씨와 알고 진행했던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유미씨가 보낸 바이버 메시지가 삭제됐는데 여기에 내용이 담겨있는지 확인이 안됐다는 점과, 이용주 의원이 공개한 대화 내용도 5월7일 이후의 대화는 제외돼 있는 등 모든 대화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 때문에 어떤 경로로든 이유미씨와 이준서 전 위원 간 관련한 내용으로 대화를 주고 받은 기록이 공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국민의당은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의도적으로 일부 대화내용을 누락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국민의당이 둘 사이의 대화 전체를 공개한 것이 아니므로 의도적으로 유리한 자료를 취사선택해 기자들에게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식되진 않고 있다.

지도부는 어디까지 알고 있었을까

이번 증거조작 사건에서 또 다른 의혹은 과연 당 지도부 차원에서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 지 여부다.

당내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5월1일 이유미씨가 제공한 카카오톡 제보 내용을 박지원 전 대표에게도 바이버 메시지로 보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조작된 자료를 언론에 알려지기 전에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의원실도 자체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30일 박 의원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버 메시지 뿐만아니라 이준서 전 위원과 박지원 전 대표 간 통화한 내역을 확인해본 결과 서로 전화 발신 기록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실에 따르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5월1일 조작된 카카오톡 대화내용 갈무리 자료를 바이버 메시지로 박 전 대표에게 보낸 기록과 바이버로 박 전 대표에게 통화를 시도한 내역 한 건, 그리고 당 차원에서 조작된 근거로 기자회견을 한 이후인 5월5일 1시에 조작된 음성 녹취록을 전송한 내역이 전부다.

일단 이러한 해명에 따르면 이준서 전 위원과 박지원 전 대표는 메시지나 통화 등으로는 기자회견 전 대화가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그러나 박 전 대표 이외에 다른 국민의당 내 지도부와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평당원에 불과했고 핵심 직책도 맡고 있지 않았던 이유미씨가 단독으로 조작한 내용을 제대로 당 차원에서 검증도 못하고 공표했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이유미씨가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을 수 있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여기에 이준서 전 위원이 지난 24일 국민의당이 제보조작 사실을 직접 밝히기 전 안철수 전 대표를 독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유미씨를 안철수 전 대표 측근 소속 로펌에서 변호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사안과 안철수 전 대표와의 연관성을 의심케 하는 하나의 정황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용주 의원 등 공명선거추진단 차원에서도 언론에 발표하기 전 조작 사실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하기 어렵다.

안철수 소환하는 민주당, 침묵 지킨 안철수

국민의당 조작 논란이 불거진 이후부터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적 책임론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국민의당 차원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와의 연관성을 일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3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전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 두 사람의 침묵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을 것”이라며 “두 분의 책임있는 입장 표명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30일 안철수 전 대표 측은 “오늘 입장 표명계획은 없다”면서 추후에도 입장 발표 계획이 있는지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당의 적극적인 협조로 검찰 수사가 조속하고 철저하게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만 전했다. 사실상 당분간 입장 표명 계획은 없으며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미 안철수 전 대표 책임론이 끊이지 않고 있고 국민의당이 붕괴 직전 위기에 몰려있다는 점에서 당시 대선후보로서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조작 사실을 밝히고 사과했던 지난 26일 이후인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한 한국갤럽의 30일 여론조사 발표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지지율 5%를 기록하며 5개 원내 정당 가운데 지지율 최하위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두언 전 의원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철수 전 대표는 어차피 재기가 어렵다. 죄송하지만 종 친 것”이라며 “이건 국민의당 존립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사건이다. (지도부가) 모르고 했다고 하더라도 책임 면에서는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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