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정유라·최순실 인지시점’을 둘러싸고 특검과 이 부회장 간 팽팽한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 측은 ‘정윤회 문건 수사 검사도 몰랐던 최씨를 삼성이 어떻게 아느냐’고 반박했다.

삼성그룹 측 변호인은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34회 공판에서 “(‘정윤회 문건’ 사태 당시) 검찰 수사 결과 정윤회씨나 최순실씨가 비선실세라는 점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며 “검찰도 몰랐던 사실을 삼성이 어떻게 알았단 것이냐”고 말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관련 18회 공판에 출석하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민중의소리

변호인은 이어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최씨가 연관된 수사가 진행됐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씨의 꼭두각시라고 말한 직원은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됐다”며 “검찰이 이렇게 수사하고 결론내렸는데 어찌 삼성이 기사만 보고 알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2007년 6월17일 김해호 목사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박근혜 후보가 “최태민과 그의 딸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 김 목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된 뒤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5년 ‘정윤회 문건’ 수사는 최씨 남편 정윤회씨를 비선실세로 지목한 문건 내용의 실체는 파악하지 않고 문건 유출자만 수사·기소한 기획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엔 당시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최씨 일가의 추가적인 국정개입 행위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같은 검찰의 부실 수사가 삼성 측 변호인 주장에 인용된 것이다.

변호인은 “대부분의 언론기사는 ‘정윤회씨’ ‘정윤회씨의 딸’이라고 적고 있다”면서 “삼성이 언론 기사만보고 (최씨를) 알았을 것이란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이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최씨와 정윤회씨, 이들의 딸 정유라씨 등을 취재한 다수 언론보도를 증거로 제시했다. 

“정유라 몰랐다” 삼성 주장, 어디까지 진실인가

특검이 제시하는 근거는 언론기사 만이 아니다. 정유라씨 관련 기사를 챙겨 본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의 문자 내역, 삼성그룹 임원이 정씨 동향을 챙겼다는 참고인 진술, 미래전략실의 정보력 등을 간접정황으로 들고 있다.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당시 대한승마협회 부회장)는 2014년 12월17일 ‘2014 승마인의 밤’ 행사 종료 후 “(언론이) 정윤회씨 딸 수상 참석을 취재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으나 사전 불참으로 조치됐다”고 장충기 전 차장에게 문자로 보고했다.

장 전 차장 휴대전화에서 복구된 문자메시지 중에는 2015년 1월17일자 한겨레 기사 “‘실세 의혹’ 정윤회와 최순실, 이들의 딸과 말의 비밀” “정윤회씨 딸, 말 다섯 마리 소유…한 마리당 수억원대” “총수 문제 걸린 몇몇 대기업…승마협회 눈독 들이는 이유는” 등 기사 세 꼭지 제목과 링크가 기재된 것이 발견됐다.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특검 조사 및 법정 신문에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승마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후인 2015년 5월 쯤, 이영국 상무가 나에게 ‘정유연이 애를 낳았다는데 아느냐’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당시 정씨가 독일 전지 훈련을 간 것으로 알고 있던 김 전 전무가 “아니”라고 답했고 이 상무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은 “2015년 6월 만난 박상진 사장이 자신에게 ‘정유라가 2015년 5월 경에 아들을 출산해 몸조리하고 있는데, 몸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특검은 수사 결과를 종합해 ‘1차 독대’가 이뤄진 2014년 9월 경부터 이 부회장이 정씨를 파악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2016년 8월에 최씨 및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존재를 파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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