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대전지부(이하 대전지부·지부장 이한신)가 지난 3년간 대전MBC 뉴스를 모니터한 뒤 “이진숙 사장 취임 이후 뉴스가 사유화됐다”고 총평했다.

대전지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는 지난 29일 보고서를 통해 “지역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방송 공공성을 망각한 방송의 사유화가 드러났다. 그 발단은 2015년 3월 이 사장의 부임 이후 시작됐다”며 “부끄럽게도 대전 MBC 뉴스는 지역민의 눈높이 대신 이 사장의 눈높이에 맞추며 사유화됐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 사장이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매체를 사유화’ 했다는 지적이다. 민실위에 따르면 2015년 대전 MBC 기자들의 반대에도 ‘여행 주의’ 지역이던 요르단 취재가 진행됐는데, 당시 이라크 외무장관을 최혁재 보도국장 겸 앵커가 직접 만나 대담을 진행하는 뉴스를 내보냈다.

민실위는 2016년 이 사장이 직접 이집트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리포트가 대전·세종·충남 지역에 4분여 간 방송됐다고 전하며 “지역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이집트 대통령이 ‘이집트에 투자하라’는 뉴스를 위해 지역의 이슈와 현안에 매달리기도 벅찰 정도로 열악한 대전 MBC의 취재·제작 인력 10여명이 서울로 출장까지 가는 일까지 빚어졌다”고 꼬집었다.

▲ 2016년 3월3일자 대전MBC 뉴스데스크 리포트화면 갈무리. 이진숙 대전MBC 사장이 한국을 방문한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인터뷰하고 있다.
▲ 2016년 3월3일자 대전MBC 뉴스데스크 리포트화면 갈무리. 이진숙 대전MBC 사장이 한국을 방문한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인터뷰하고 있다.

민실위는 “지역성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이 사장 개인의 친분 관계에 의한 인터뷰어들이 출연하고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아랍문화제를 문화계 소식이라고 전하기까지 했다”며 “특히 이 사장 본인이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총회에 참석해 연설한 것을 뉴스에 두 번씩이나 인터뷰로 넣어 방송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언론으로서 역할은 고사하고 중동 관련 뉴스가 계속해서 송출되는 사태에 구성원들은 대전 MBC가 ‘알자지라 방송 대전지사’가 됐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민실위는 중동 뉴스가 전파를 탈 때 지역의 다양한 NGO의 목소리, 갑을오토텍 사태 등 중요한 이슈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대전 MBC 사상 첫 민실위 보고서 공개 이유에 대해 “지금 대전 MBC 뉴스는 기로에 서 있다”며 “잘못됐다면 처절하고 용기 있게 반성하고 지역 시청자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새로운 출발, 변화의 진정성이 확보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민실위 지적에 대해 오승용 대전 MBC 경영기술국장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요르단 관광청에서 취재단에 취재를 오픈해 가게 됐다”고 취재경위를 설명하며 “대전·충남 백제문화유적에 대해 유네스코 지정이 임박해 있어 관련 취재를 하던 중 요르단의 페트라 유적 등 대형 고대 문화 유적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이 이슈를 2015년 연중 기획으로 했고 중국·터키·유럽 등 해외 취재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요르단 페트라 유적은 2007년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다. 오 국장은 “지역 이슈를 외면한 건 아니”라며 “지역 이슈 리포트가 7~8개 보도되는데 일주일에 한 꼭지 정도 나가는 식으로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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