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조리원 등 학교 내 비정규직 종사자 1만4991명이 29일 파업한 소식을 전한 신문들이 대부분 파업으로 인해 아이들이 급식을 “빵으로 때웠다”는 등 부작용을 부각했다. 반면 파업을 사전에 예고해 큰 혼란은 없었으며, 비정규직의 정당한 권리행사라는 내용을 강조하는 언론도 일부 있었다.

급식대란·빵으로 때워

중앙일보는 “1929개 학교 ‘급식파업’‥아이들 짜장면 먹고, 빵으로 때우고”라고 제목을 뽑아 파업의 여파를 강조했다. 실제 기사 내용을 보면 온도차가 있다. 이 기사는 “이들 학교는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준비하도록 미리 안내하거나 급식 대신 빵·우유 등을 제공해 학생들이 점심을 굶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며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불편을 덜기 위해 학교에서 대체급식을 준비했다. 사전에 이를 안내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별다른 혼란은 없다”고 설명한 사실도 전했다.

기사 끝엔 “학부모들 사이에선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며 한 학부모가 “불편함이 있겠지만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 파업한 근로자에겐 불가피한 면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한 사실 등을 전했다.

▲ 30일자 동아일보 기사
▲ 30일자 동아일보 기사

조선일보 역시 “빵으로 끼니 때운 아이들”이라며 비슷한 제목을 뽑았다. 조선일보는 급식이 제공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 신문은 “아이 도시락을 싸느라 연차를 낸 ‘워킹맘(일하는 엄마’도 있었다”며 “도시락을 준비한 학생도 있었지만 컵라면이나 김밥, 고추참치 통조림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2005개 학교 급식 중단…빵으로 점심 때운 아이들”로 제목의 기사에서 한 초등학교 교장의 “노동자들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을 담보로 급식을 중단하는 건 마음이 아프다”는 발언을 전했다. 이어 “전국 곳곳에서 총파업으로 ‘급식 대란’이 일어났다”며 “파업 둘째 날인 30일에는 급식 중단 학교가 181곳 더 늘어나 급식 대란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아이 볼모로 파업

세계일보는 사회면에서 “학비노조(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총파업…유·초·중·고교 1929곳 ‘급식 중단’” 기사에서 “교사가 건넨 빵과 우유를 쭈뼛거리며 받아 든 학생은 ‘우유를 좋아하지 않아서 먹기 싫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시민 볼모’ 민노총 파업에 눈치만 보는 정부”에서 노골적으로 노동자들을 비난했다. 이 신문은 “오전 수업만 하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학교도 있다고 한다.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 “전국의 전교조 교사 1000여명도 오늘 집회에 동참하기 위해 상경한다. 각급 학교의 수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법외노조인 전교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합법화 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교육현장에 혼란이 벌어지는데도 정작 교육부의 자세는 한가롭기 짝이 없다” 등의 표현을 이어갔다.

정부에 대해서도 공격했다. 세계일보는 교육부를 향해 “친노조 성향의 정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납작 엎드린 셈”이라며 “문재인정부에서 촛불혁명을 주도한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대거 포진해있다”고 운을 띄운 뒤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그들의 눈치나 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 30일자 국민일보 만평
▲ 30일자 국민일보 만평

위 신문들에 비해 건조하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이 파업한 이유가 아닌 ‘급식 중단’ 사실을 부각하는 기사도 있었다. 서울신문은 “학교 비정규직 파업…1929곳 급식 중단 ‘작년 4배’”라고 기사제목을 뽑았다. 이 신문은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급식실 아주머니들이 힘든 것은 이해가 되지만 파업의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며 “학생들을 볼모로 한 파업이 아닌 다른 협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한 발언을 전했다.

한국일보, 기계적 균형

한국일보는 제목에서 기계적 균형을 맞췄다. “‘아이 급식 볼모 너무해’ vs ‘정당한 권리 행사 이해’”란 기사에서 급식 중단으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정당한 권리행사였고 예고가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균형있게 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프레임은 급식 중단과 불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사 마지막에 방종옥 학비노조 정책국장이 “지난해 파업에 비해 학부모들의 항의전화도 덜하고 지지하는 분위기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줄이고 비정규직을 줄이는 원칙은 교육기관인 학교에서부터 지켜져야 한다”고 한 발언을 전했다.

급식 중단의 파급력이 큰 건 사실이지만 이번 파업에 참가한 직종은 돌봄전담사, 교무보조원 등 다양한 학교 내의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구체적인 목소리를 생략한 채 급식문제만 전해 이번 파업의 의미를 축소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경향신문은 사회면 “학교 비정규직노조 파업, 사전 예고로 큰 혼란 없어” 기사에서 파업 참가자들이 근속수당 근속 1년당 5만원으로 인상 등 차별적 임금체계 개선, 고용안정 등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교육공무직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조리실무사 등 기본급 시급은 6366원으로 최저임금보다 336원 높았고, 비정규직 영양사 초임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영양교사의 70.5%,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아서 오래 일할수록 정규직과 임금격차 등이 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국민일보 역시 “급식 어머니들 권리행사…이 정도 불편쯤은 괜찮아요”란 기사에서 시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란 사실을 드러냈다.

▲ 30일자 한겨레 만평
▲ 30일자 한겨레 만평

한겨레, 이들은 왜 파업하는가

한겨레는 1면과 5면에서 총파업 참가자 5명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왜 파업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했다. 한겨레는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조합원을 중심으로 총파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존 파업들의 동력이 주로 대기업·공공부문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총파업의 의미를 짚었다.

한겨레는 강원도에서 특수학교 교사를 하는 정유정씨가 “비정규직은 초과근로대장에 이름을 적을 자격이 없다는 말에 참을 수가 없었다”며 “딸 둘을 데리고 사는 한부모 가정인데 2년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려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노조에 가입했다”고 한 발언을 전했다.

정씨는 파업 요구사항에 대해 “우리 같은 교육정무직은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기본급이 동일한, 일할수록 박탈감만 생기는 임금체계 아래서 근무하고 있었다”며 “파업으로 불편한 학생들과 교사도 있겠지만 파업을 통해 ‘함께 사는 세상’이 무엇인지 학교 구성원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 조리원인 양선희씨는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에 ’촛불 청구서‘를 보낸다는 말이 있다’는 물음에 “촛불은 스스로 권리를 외치고, 부당함과 불평등에 맞서 스스로 싸운 것”이라며 “누가 대신해 주는 게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나서 권리를 요구하고 싸우는 것이 촛불의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30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노조할 권리 보장 등이 요구사항이다.

다음은 30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문 대통령 ‘한미, 북핵 동결 시 무엇을 줄지 협의’”
국민일보 “‘부자증세’ 시동”
동아일보 “北 핵동결이 대화 입구…출구는 핵폐기”
서울신문 “文대통령 ‘북핵 동결 상응조치 美와 협의’”
세계일보 “北핵동결 땐 한미 협의로 상응조치”
조선일보 “北核동결→폐기 단계마다 뭘 줄지 美와 협의”
중앙일보 “북핵문제 해결 땐 북한에 투자할 기회도 열릴 것”
한겨레 “문 대통령 ‘북핵동결 때 뭘줄지, 한미 협의 필요’”
한국일보 “文대통령 ‘한미 혈맹, 더 위대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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