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서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이 문준용씨의 특혜채용 관련 조작 증거를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기자회견 전에 보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국민의당은 이 전 위원이 박지원 전 대표와 사전에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며, 이슈화를 위한 조언을 구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 전 대표에게 연락할 정도였다면 당의 누군가와 기자회견 전 사전에 조작된 자료를 공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당 증거조작문제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의원은 29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조작된 증거자료를 기자회견 전, 박지원 전 대표의 휴대폰으로 전송했던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은 “(박지원 전 대표가) 5월5일 정식으로 발표되기 전, 보도자료로 발표되기 전에 이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5월1일 오후 4시32분 경 박지원 전 대표에게 바이버 메시지로 이유미씨가 조작한 카카오톡 대화 화면 11개를 전송했다. 해당 대화에는 이유미씨가 두 명의 제보자와 문준용씨 특혜 의혹 관련 제보를 받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최근 이유미씨 혼자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 위원은 이유미씨가 조작한 음성파일은 기자회견 전 박 전 대표에게 보내지 않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를 박지원 전 대표에게 전송한 후 통화 어플인 바이버를 통해 박 전 대표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박 전 대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어 이 전 위원은 바이버 메시지로 “박지원 대표님 어떻게 하면 좀더 이슈를 만들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관영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박 전 대표로부터 관련한 내용으로 이 전 위원에게 답을 보낸 흔적은 없다.

김관영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이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바이버로 증거자료를 받은 휴대폰은 박 전 대표의 김 아무개 비서관이 대선 기간 동안 휴대하고 다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아무개 비서관은 박 전 대표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추후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 의원에 따르면 김아무개 비서관은 5월1일 해당 휴대폰을 갖고 있었으나, 이준서 전 위원이 메시지를 보낸시점은 지방 행사에 참여 후 김 비서관이 직접 서울로 운전해 돌아오는 중이어서 확인할 수 없었다. 박 전 대표는 당시 제주도에 머무르고 있었다. 김 비서관이 이 메시지를 확인한 시점은 이 전 위원이 전송한 지 두 시간이 지난 후여서, 급한 내용이었으면 이미 박 전 대표에게 별도로 연락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보고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김 의원은 박지원 전 대표가 정식으로 언론에 보도되기 전인 5월5일 전에는 증거조작 여부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관영 의원에 따르면 이준서 전 위원은 29일 오전 김 의원을 만나 5월1일에 박 전 대표에게 메시지를 보낸 이후에는 ‘그 누구’와도 통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29일 오전에 이 전 위원을 만났을 때) 검찰에서 이미 자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다른 진술하면 안된다고 미리 (이 전 위원에게) 얘기했다. 본인도 그럴 이유가 없다며 그대로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의원은 “이준서 전 위원의 바이버도 압수됐기 때문에 누구와 통화했는지 등이 (검찰 조사를 통해) 나오겠지만 이준서 전 위원 진술에 따르면 누구하고도 그 부분을 상의하진 않았고 공명선거추진단에 계신 분들하고만 의논했다”고 전했다. 또한 김 의원에 따르면 이준서 전 위원은 공명선거추진단에 제보 내용을 논의할 때 정확히 이유미씨의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박지원 전 대표는 당 내에서 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관영 의원에게 자청해 이준서 전 위원이 사전에 연락을 해온 사실이 있다고 29일 오후 알려왔으며,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박 전 대표가 직접 자신에게 이준서 전 위원으로부터 연락을 보낸 휴대폰의 바이버 메시지 내용을 알렸다.

그러나 이준서 전 위원이 이슈화를 위해 기자회견 전 자문을 구하려 박지원 전 대표 등 당 고위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했다면, 이 전 위원이 당 내 다른 누군가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국민의당은 박지원 전 대표와 이준서 전 위원 간 기자회견 전 별도의 전화통화가 있었는 등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자료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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