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벽보 시위’로 시작해 사상 검증장으로 변질됐다. 정작 교육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교육 개혁과제 이행과 입시 정책 등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를 듣기도 어려웠다. [관련기사 : 자유한국당, 김상곤 청문회장 밖에서도 ‘벽보 시위’]

심지어 이장우 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입장을 물으며 “김 후보자는 사회주의자다. ‘나는 사회주의자’라고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몰아붙였다.

이 의원은 “우리는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기고한 내용이 대한민국 교육부 수장으로 적합한지 분명히 물어야 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맞는지 물어야 한다”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이 교육부 장관이 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내가 보기엔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은 사회주의자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29일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29일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아울러 전희경·김석기·나경원 의원 등 여러 한국당 청문위원들이 김 후보자에게 통합진보당 해산, 주한미군 철수 등에 대한 입장을 물으며 이념 공세를 펼쳤다. 이에 김 후보자가 “나는 자본주의 경영학자”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글 일부를 맥락 없이 언급하며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교육부 장관으로서 자격 없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나는 자본주의 경영학자로서 한국 자본주의가 고속 성장하며 이만큼 발전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와 한계 또한 누적됐다고 생각한다”며 “그걸 풀어헤치지 않으면 지속 발전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드는 사회가 되므로 보다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정착·발전하도록 학자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강변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계속되는 색깔론 공세에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는 일부 야당 의원들이 제기하는 사상 검증 자리가 아닌데 과거 특정 시기 행사 발언이나 기록으로 그 사람의 사상을 낙인찍고 규정해도 되느냐”며 “김 후보자의 사상을 사회주의자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 일방적으로 무슨 주의, 사상이라고 과거 색깔공세를 연상시키는 말은 자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경미 민주당 의원도 “야당 의원들이 자본주의 폐해를 지적하면 사회주의자로 몰아붙인다. 이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증오 발언)나 마찬가지“라며 “야당 위원들이 후보자 발언 일부를 맥락 없이 떼어 내 청문회장에서 하는 발언은 증오 발언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한국당 의원들의 사상 검증은 계속됐다. 김석기 의원은 “해산된 통진당은 정당 행사할 때 국민의례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 적이 없다. 잘못된 건가, 잘한 건가”, “통진당 해산은 잘된 판단인가 잘못된 판단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내가 교육감을 하는 동안 국민의례를 한 번도 소홀한 적 없다”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거둬들이는 거냐”, “한미동맹은 유지돼야 하나”, “연평해전 같은 일이 또 일어나면 영결식에 참석하겠나”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김 후보자는 “(주한미군 철수는)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별 의미 없다고 본다”, “(한미동맹은) 좀 더 평등하고 수평적 관계로 변화돼야 한다”, “(영결식 참석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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