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행이 국제 사회를 불확실성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1월 취임해 이슬람권의 미국 내 입국을 금지하는 ‘반(反) 이민행정명령’에 서명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오더니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규약인 ‘파리 기후변화협약’까지 탈퇴하며 국제사회의 왕따를 자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이민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며 디트로이트가 위치한 미시간주를 비롯해 일명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 지대)’라 불리는 지역에서 백인 노동자층의 민심을 얻으면서 백악관에 입성했다.

하지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통해 45대 대통령에 오른 트럼프의 극단적인 자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미국을 나라 안팎에서 골병들게 하고 있다. 이슬람 6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반이민행정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이후 연방항소법원으로부터 잇따라 제동이 걸려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 ⓒgettyimagesbank
▲ 트럼프 미국 대통령 ⓒgettyimagesbank
트럼프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국정운영은 대놓고 그의 가족들에게 정부 직책을 부여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트럼프는 그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를 각각 백악관 고문과 선임고문으로 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정상과 만날 때도 이들 부부를 항상 대동한다.

문제는 이들 부부가 대통령 가족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FOX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방카가 운영하는 의류 브랜드 ‘이방카 브랜드’를 사라”며 직접 홍보해 구설에 올랐다. 뉴욕에서 쿠슈너 컴퍼니라는 부동산가족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쿠슈너는 대선 전 덩샤오핑 중국 전 국가주석 외손녀 사위가 소유한 ‘안방(安邦)보험’과 접촉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나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 간 비밀대화 채널을 구축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며 ‘러시아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러시아 게이트는 지난해 대선 기간 러시아가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사하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수사 중단’ 압박을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며 탄핵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슈다.

트럼프 대통령 기행의 백미는 파리기후협약 탈퇴다. 그는 지난 1일(현지시각)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행정명령 서명을 통해 비준한 이후 9개월 만에 정책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탈퇴할 경우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누더기가 되는 것은 불 보듯이 훤하다.

▲ 박홍용 서울경제 기자
▲ 박홍용 서울경제 기자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그의 삐뚤어진 언론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이용해 언론과 야당의 비판에 대해 끊임없이 ‘가짜뉴스(fake new)’라는 딱지를 붙인다. 자신의 의견과 정책에 동조하지 않으면 불순분자라고 규정해 버리는 분열주의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구촌이 더 큰 불확실성에 휩싸이기 전까지 끊임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견제구를 날리는 것뿐이다. ‘사실 보도’만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임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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