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길목을 장악한 통신사, 창작자를 말려 죽이는 포털.” 김인성 IT칼럼니스트가 지난달 낸 책 ‘창작자의 나라’ 표지 문구다. 엠파스 검색시스템 엔지니어,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로 유명한 김인성 칼럼니스트는 거침없고, 논쟁적이다. 책에서 그는 “재벌, 통신사, 포털들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수익 잔치를 벌이는데 창작자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통신사로부터 ‘데이터 독립’을 이뤄야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창작자들이 자유로워진다고 주장했다. 포털로부터는 기금을 받는 방식의 배분만 논의되는 상황에서 ‘검색광고 수익배분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서울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통신사와 포털을 비판하는 책을 낸 계기는 무엇인가.

“IT 관련 활동을 하며 시스템을 구축하고 콘텐츠를 만들면서 느낀 문제점이다. 한국의 IT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인터넷은 점점 더 규모가 커진다고 하는데 창작자는 점점 말라간다. 커뮤니티 글, 웹툰, 동영상 등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창작자가 수익을 내지 못한다. 대부분의 수익은 통신사가 가져가고 남은 부분마저 포털이 뜯어가고 있었다. 이 문제를 새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 통신사가 어떤 방식으로 ‘길목’을 장악해 창작자의 몫을 뺏고 있다고 보는 건가.

“한국의 많은 동영상 플랫폼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그나마 성공한 곳이 ‘아프리카TV’인데 수익의 70% 가량이 후원 성격의 별풍선에서 오는 비정상적인 비즈니스 구조다. 막대한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고해상도 동영상 송출 기술을 개발하거나 사용자 편의를 위한 시도를 할 여력이 없어진다. 한국영상문화원이 자체 영상 서비스를 운영하지 못하고, 유튜브에 영상기록을 올려놓고 있다. ‘나는꼼수다’가 인기를 끌었을 때 용량이 얼마 되지도 않는 파일 다운로드가 감당이 안 된 것도 이 때문이다.”

▲ 통신3사 대리점.  ⓒ 연합뉴스
▲ 통신3사 대리점. ⓒ 연합뉴스

- 망사용료는 어떤 점에서 부당한가.

“우리가 네이버에서 영상을 본다면 포털에서 통신사 네트워크를 타고 우리 핸드폰으로 온다. 데이터는 한번만 오갔을 뿐인데 통신사는 이용자로부터 요금을 걷고, 포털로부터 망사용료를 또 다시 받는다. 전화를 하면 전화를 건 사람만 요금을 내지만 카톡은 보낸 사람, 받는 사람, 그리고 카카오톡으로부터 ‘삼중과금’까지 한다.”

- 통신사가 페이스북·유튜브는 망 사용료를 받지 않지만, 국내 기업에게는 걷고 있다.

“통신사가 미국 유튜브 서버에 접속해 데이터를 받게 되면 국제적인 접속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유튜브는 이용자가 워낙 많아서 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국내 통신사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는 ‘캐시값’을 저장해서 쓰고 있다. 국내 이용자가 1번이라도 열어본 영상이 있다면 해외 서버에서 가져오는 게 아니라 국내 임시서버에 저장해 두고 그걸 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인터넷 업체에는 캐시를 쓰지 않고 망사용료를 받는다.”

- 업계에서는 해외기업 ‘역차별’문제로 보고 있고, 페이스북과 구글에도 망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건 망사용료를 더 받고 싶어 하는 통신사의 논리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 깔았는데 구글은 아무 비용 안 내고 정보 싹쓸이한다’고 말한 게 놀라웠다. 국내 인터넷 업체가 어려운 건 구글 때문이 아니라 망사용료를 과도하게 받아간 통신사 때문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에게 망사용료를 받겠다는 정책은 오히려 국내 인터넷업체 생태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 정상적인 상황은 모두에게 망사용료를 받는 게 아니라, 국내 기업에게도 망 사용료 자체를 받지 않는 것이다.”

▲ 김인성 IT칼럼니스트. 사진=금준경 기자.
▲ 김인성 IT칼럼니스트. 사진=금준경 기자.

- 비정상적인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

“원래는 인터넷 업체들이 직접 서버를 운영했지만, 지금 국내 다수 업체들은 통신사 ‘데이터 센터’에 서버를 넘겼다. 통신사는 자기가 갖고 있는 업체의 데이터를 통해 장사를 하게 되면서도 그 수익을 인터넷 업체에 배분하기는커녕 망 사용료를 받아오게 됐다. (A통신사가 네이버 서버를 독점으로 갖고 있으면 B통신사가 네이버에 접속하기 위해 A통신사에 접속해 돈을 내게 됐다.) 미국에서는 구글 같은 인터넷 업체는 최소한의 망 유지비용 이외에는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 통신사를 견제하기 위해 ‘데이터독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나.

“힘이 있는 사업자가 통신사와 싸워 자체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독립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인터넷 업체들은 통신사에 패배한 상태다. 네이버는 ‘각’이라는 데이터센터를 지었지만 통신사가 연결해주지 않으면서 반쪽이 됐다. 통신사와 대립하면서 영향력을 갖춘 사업자는 방송사 뿐이다. 지상파, CJ, 종편이 연합해서 데이터센터를 독립시켜야 한다. 그러면 지위가 완전히 바뀐다. 그 다음 이들 콘텐츠에 연결을 원하는 통신사들이 경쟁하게 된다. 그러면 통신사가 콘텐츠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재송신수수료도 (원래 받지 않던 것을) 그런 식으로 받게 되지 않았나.”

- 책의 1부가 통신사 비판이라면 2부에서는 포털에 대한 비판이 주된 내용이다.

“포털도 인터넷 업체로서 통신사에게 당하고 있지만, 그나마 남은 수익을 쓸어간다는 점에선 비판받아야 한다. 웹툰을 그리거나 동영상을 만들거나 커뮤니티에 창작물을 올려 10만 명이 본다고 하면 적어도 일정정도 수익이 생겨야 정상이다. 그런데 수익이 거의 없는 현실이다. 이용자가 많은 대형 커뮤니티도 직원 월급을 주는 것조차 힘들다고 한다.”

- 문제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나.

“온라인 광고 수익 중 비중이 가장 큰 게 ‘검색광고’(검색결과 상단의 검색 키워드 관련 광고주 사이트를 노출하는 것으로 업체들이 경매 방식으로 키워드를 구입한다. 검색광고는 네이버 매출의 70~80%가량을 차지한다.)이고, 여기에 기여하는 건 다름 아닌 콘텐츠 창작자다. ‘캠핑카’라고 검색하면 관련 정보를 올려놓은 블로거, 카페 글 덕에 포털이 ‘검색 광고’를 하는 것인데 포털은 나누지 않고 있다.”

▲ 책 '창작자의 나라' 표지.
▲ 책 '창작자의 나라' 표지.

- 이것도 사업자들이 단결해 맞서야 하는 건가.

“법 개정으로 풀 수 있다. ‘키워드를 유료로 판매하는 업체는 검색결과에 노출되는 콘텐츠 창작자들과 수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원칙만 세우고 법을 만들면 된다. 얼마나 배분할지, 원저작자와 복제저작자 구분을 어떻게 할지 실무적인 일은 그 다음에 하면 된다. 지금 포털이 광고주에게 주는 정교한 접속 데이터만 갖고도 수익배분 대상은 충분히 정할 수 있다. 안타까운게 인터넷 콘텐츠 중에 가장 제작비용이 많은 게 기사인데 포털에게 광고를 뺏겨버리고 있다.”

- 네이버와 페이스북의 ‘가두리’ 전략도 비판했던데.

“인터넷이 개방과 공유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데 포털과 페이스북은 철저히 자기 플랫폼 안에서만 돌게 만든다. 네이버는 경쟁 과정에서 확보한 전략이지만, 페이스북은 태생적으로 악당의 기질을 갖고 있다. 개인정보 확보를 위해 사실상 실명제로 가입을 받고 있으며 유튜브와 달리 콘텐츠를 외부에 내보내지 않고 페이스북 안에서만 돌게 만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페이스북에는 콘텐츠에 대한 수익배분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이 곧 인터넷’이라고 했는데, 창작자들은 결국 페이스북 안에서 말라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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