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대선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개한 관련 증거가 조작된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MBC의 ‘받아쓰기식’ 공방 보도가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당은 비리 의혹 증거로 제시한 준용씨의 미국 대학 동료 증언이 국민의당 당원에 의해 조작됐음을 지난 26일 시인했다.

MBC는 자사 메인뉴스 ‘뉴스데스크’를 통해 지난달 5일부터 투표일 전날인 8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녹취록 관련 내용을 리포트했다. 

시간 순서대로 “아들 취업에 적극 개입?… 의혹 재점화”(5일), “‘아들 특혜 취업 의혹’ 공방 격화”(6일), “‘아들 특혜 취업 의혹’ 선거 막판 공방전”(7일), “‘文 아들 특혜 취업’ 의혹… 사활 건 공방”(8일) 등이었다.

▲ MBC 뉴스데스크 5월5일자 보도 “아들 취업에 적극 개입?… 의혹 재점화” 화면 갈무리. 사진=MBC
▲ MBC 뉴스데스크 5월5일자 보도 “아들 취업에 적극 개입?… 의혹 재점화” 화면 갈무리. 사진=MBC
이 기간 SBS ‘8뉴스’에서는 관련 리포트가 한 차례도 나가지 않았고 KBS ‘뉴스9’에서는 6일 한 차례만 다뤘다. 

KBS는 해당 리포트에서 녹취 음성을 그대로 쓰지 않았지만 MBC는 녹취 음성을 활용하며 의혹을 부풀렸다. MBC 보도는 민주당의 반박보다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의 의혹 제기나 재반박에 더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는 평가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27일 “취업 의혹을 집중적으로 반복해 보도하면서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시도는 없었고 반론권조차 충실히 보장하지 않았다”며 “대부분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다. MBC가 직접 의혹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검증 보도의 필수 절차들을 모두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또 “오직 MBC만이 ‘가짜 뉴스’를 검증 없이 선거일 직전까지 매일 보도를 한 것”이라며 “‘가짜 뉴스’와 ‘정치 공작’의 공범임을 부인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문호철 보도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7일 “언론이 공당의 의혹 제기를 외면하기 어려울 수 있고 또 조작된 것인지 현장에서 바로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특정 후보를 비방하기 위해 공격 수단으로 의혹 보도를 이용한다면 저널리즘에 부합하지 않는 행태다. 명확한 반론의 근거가 있는데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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