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강력범죄와 관련해 피의자의 정신병력을 부각하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신장애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편견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8일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 외벽에서 페인트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사 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이 노동자가 틀어놓은 휴대전화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옥상으로 올라가 노동자가 매달려있던 밧줄을 끊어버린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의자는 당시 소주 반 병 정도를 마신 상태였고 과거 치료감호시설에 수감됐을 당시 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출소 이후 치료는 받지 않았다. ‘조울증 진단’ 이력이 나오자 이를 강조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YTN은 지난 15일 “다섯 아이 아빠 살해 ‘조울증’ 환자, 덤덤하게 현장 검증”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조울증 환자이던 범인은 치료를 거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며 “결국 정신질환자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 6월15일 YTN 보도화면 갈무리
▲ 6월15일 YTN 보도화면 갈무리
종합편성채널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발언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 13일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에 출연한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이 사람이 지금 정신적으로 정상인 사람은 아닌 걸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인천 초등학생을 살해한 피의자가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경찰 조사가 발표되자 역시 언론은 이에 집중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특정 분야에 집착하는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채널A ‘뉴스뱅크’ 진행자인 김정안 기자는 18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현실과 가상을 더 분간을 못할 텐데 그런 사람들이 이런 게임에 빠지고 심취하면 사실상 걸어 다니는 폭탄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보도행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적합하다. ‘걸어다니는 폭탄’ 등의 단어는 동기가 비교적 분명한 일반적인 범행과 달리 이유도 알 수 없는 와중에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준다. 그러나 이는 편견에 가깝다. 

대검찰청 2014년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범죄자 중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12.9%이고, 동기를 알 수 없는 경우는 40.7%였다. 즉 우발적인 범죄는 정신장애 유무를 떠나 공통적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에서는 범죄의 원인으로 정신장애를 부각시키지만 실제 정신장애인 범죄율은 낮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범죄는 2014년 6301건, 2015년 7016건이 발생했다. 증가한 것이 사실이나 그렇다 해도 전체범죄의 0.003%에 불과하다. 

증가한 범죄건수마저도 맥락을 살펴보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지난해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조울증 환자는 5년새 38.3% 증가했기 때문이다. 조현병의 경우 유병률이 1% 수준임을 본다면 범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범행을 저지르기까지는 여러 가지 맥락이 작용한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만 봐도 조현병과 피해망상, 여성에 대한 혐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피의자가 정신장애인일 때는 그런 맥락이 모두 생략되고 ‘정신질환’만 남게 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형법 등에 따르면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는 처벌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미디어에서 범죄 등의 행위를 정신장애인과 연결하는 보도나 드라마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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