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증거조작’ 파문이 확산되면서 국민의당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언론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언론은 이를 어떻게 보도했을까.

다수 언론은 국민의당 주장을 전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김인원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당 부단장이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문준용씨의 미국 파슨스 스쿨 동료 증언이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국민의당, ‘文 지시로 준용씨 고용정보원에 입사원서 냈다’ 주장”(중앙일보, 5월5일자)과 같은 기사는 해당 기자회견만 전달한 기사였다.

같은날 조선일보는 문 후보 측의 입장을 함께 전했다. “安측 ‘문준용, 아버지 지시로 고용정보원에 원서 제출’ 녹음파일 공개…文측 ‘범죄에 가까운 인식공격·음해’” 기사를 통해 문 후보 측 유은혜 수석대변인의 논평과 전날 문 후보 측이 ‘특혜 채용’을 지속적으로 언급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 사실을 함께 전했다. 국민의당 입장만 전한 기사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제보자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았다.

같은날 전자신문은 “‘문재인 아들 문준용’ 국민의당 특혜 증언 확보? ‘도대체 누가 말했나’”라는 기사에서 알려지지 않은 제보자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제목과 달리 본문에서는 제보자에 대한 의문을 품는 내용은 없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국민의당 기자회견 직후 문준용씨 친구가 해당 인터뷰가 가짜라며 반박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선거 막판 공방내용 진위보다는 이를 모두 네거티브 공방으로 묶어 처리한 기사도 있었다. 다음날인 지난달 6일 한국일보는 “文·洪·安캠프 뒤엉켜 네거티브 공방전”이란 기사를 통해 국민의당의 조작된 인터뷰 공세-문 후보측의 반박과 문씨 동료의 육성증언-자유한국당의 문 후보 공격-민주당의 ‘지라시 연대(안철수+홍준표)’ 비판 등을 열거하며 공방의 양상만 부각했다. 지난달 8일 세계일보 역시 “文·安 ‘文 아들 취업 특혜 의혹’ 막판까지 공방”이란 기사에서 내용의 진위여부가 아닌 공방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언론은 자연스럽게, 의혹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연결됐다. 대선 전날인 지난달 8일 동아일보는 사설 “선거과정 해소 안 된 文 아들 특혜의혹”에서 “민주당 경선 때도 문 후보는 ‘마 이제 고마해’라며 넘어가려 했다”며 “확전을 피하자는 전략이었는지 모르지만 불시는 그대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몇 가지 의혹을 늘어놓으며 “특혜라는 의심을 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라는 점을 빌미로 양비론·정치혐오 주장도 나왔다. 같은날 중앙일보는 “D-1, 끝까지 꼼꼼하게 따져 투표하자”는 사설에서 “점입가경인 문재인 후보 아들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 공방도 선거혐오를 부추긴다”며 “대선 하루 전까지 이어지는 진흙탕 싸움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착잡할 따름”이라고 주장한 뒤 “민주당은 의혹을 무조건 부인만 할 것이 아니라, 준용씨에게 직접 해명하게 해서라도 유권자의 의문을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선거 당시 국민의당이 원했던 그림이고, 녹취조작이 밝혀진 지금 시점에서 볼 땐 언론이 취재원과 거리감을 두지 못해 발생한 실책으로 볼 수 있다.

중앙일보는 양비론의 스탠스를 취했다. “국민의당도 자체 공개한 음성 파일이 ‘가짜’라는 공방에 휘말린 만큼 그 진위 여부를 분명하게 밝혀 논란을 종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사설의 방점은 네거티브 공방에 찍혀있었다. 

당시 국민의당 주장을 전달하면서도 제보자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던 언론사는 서울신문이었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8일 “국민의당 ‘문준용씨 취업 특혜 증언 파일’ 공개에 ‘조건에 부합한 사람은 나뿐인데 국민의당과 인터뷰한 적이 없다’”는 기사에서 준용씨와 함께 유학했다는 문상호씨의 반박 이메일 내용을 보도했다. 제보자가 가짜일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 5월8일자 서울신문 사설
▲ 5월8일자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은 같은날 사설 “선거 전날 흑색·가짜 선전에 현혹되지 말자”에서 “지지율 1위 후보에 대한 막판 네거티브 공세는 반전을 노리는 선거 전략상 있을 수 있다고 해도 신원도 밝히지 않고 목소리도 변조한 일방적 내용의 인터뷰를 공개한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국민의당을 비판했다.

이어 “진위는 검찰에서 가려지겠지만 검증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는 목적이라면 의식이 깨어있는 유권자들 앞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당시 보도에 대한 우려도 덧붙였다. 이 신문은 “과거 대선을 돌아보면 선거 마지막날 흑색선전과 가짜뉴스가 쏟아지기 마련”이라며 “이는 민의를 왜곡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민주주의 근간을 허무는 중대범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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