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사면초가 상황에 몰렸다. 대선 기간 동안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 아들 문준용씨에 대한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하며 대선후보 사퇴를 촉구했던 국민의당이 결국 일부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특검을 통해 오히려 문준용씨 특혜채용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재차 특혜채용 이슈를 꺼내는 모습이다. 

이번 조작 사건에서 핵심은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어디까지 개입돼 있느냐다. 국민의당은 공식적으로 일단 당원 이유미씨를 포함해 이준서 전 최고위원 등을 조작 당사자로 지목하되 당시 선대위와의 관련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27일 “(증거 조작은) 젊은 사회 초년생들의 발상”이라며 당과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그러나 이유미씨는 검찰 조사 전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제가 어쩌다가 거기 연루돼있다”며 “당에서 기획해서 지시해놓고 꼬리자르기하려고 하고 있다. 당에서는 몰랐다고 해당자를 출당조치 시킨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미씨 주장처럼 대선 국면에서 문준용씨 채용 의혹 관련 녹취록을 조작하는 과정에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국민의당은 공당으로서의 책임을 지고 존폐위기까지 내몰릴 수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당은 대대적으로 문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청년 희망 말살사건’이라고까지 지칭하는 등 대대적인 이슈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특혜채용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할 뚜렷한 근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대선기간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입사 의혹 제보가 조작되었다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대선기간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입사 의혹 제보가 조작되었다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번에 조작된 것으로 밝혀진 문준용씨의 파슨스 디자인스쿨 ‘동료’의 증언은 특히나 대선을 5일 앞둔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 캠프 측이 ‘막판 뒤집기’를 위해 꺼내든 비장의 무기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점을 고려해보면, 만에 하나 제대로 이슈화에 성공하게 될 경우 대선을 며칠 앞두고 문재인 후보 측이 제대로 해명도 못한 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여러 차례 내놓았던 문준용씨 특혜채용 관련 일부 주장들은 당시에도 근거가 뚜렷하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권양숙 여사와 9촌 관계인 친척이 한국고용정보원에 특혜채용됐다는 의혹을 내놓았다가 지난 5월4일 “일부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못한 채 발표된 부분이 있다”면서 사과한 바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국민의당은 다음날인 5일 문준용씨의 ‘동료’라는 사람의 증언을 공개한 것이다.

당시 국민의당이 공개한 ‘동료’의 증언이 공개되자 문준용씨 친구 등이 국민의당이 공개한 동료 증언은 허위라며 실명을 밝히면서 직접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문준용씨와 함께 다녔다는 문상호씨는 “국민의당(이 동기라고 주장한) 파슨스 동기는 가짜가 분명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동료’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다는 점을 지적하며 “휴학한 A씨 또는 1년 선후배 중에서도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은 없다. 준용씨에게 그런 아버지 얘기를 들을만큼 친한 사람도 없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안철수 대선후보는 이런 상황을 몰랐을까. 당시 국민의당 선대위는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지율 반등의 기미가 없고 오히려 ‘갑철수 논란’으로 역풍을 맞자 후보는 정책 제안만 하고, 네거티브 공세는 주로 선대위에서 담당하게 하는 전략을 취한 바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국민의당 선대위 차원에서 발표한 네거티브 문서들은 안철수 후보가 아닌 당의 공명선거추진단 차원에서 판단한 자료일 수도 있다.

이준석 바른정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27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직접 안철수 의원이랑 선거를 치러봐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분이 굉장히 선거법이라는 걸 조심하는 분”이라며 “어지간하면 관행처럼 넘어가는 선거법 위반사항들도 다 체크하는 분이기 때문에 아마 이게 보고가 올라갔으면, 곧이곧대로 보고가 올라갔으면 안철수 의원이 해라라고 했을리는 저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작에 관여했다고 지목된 인물들이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와 친분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또한 추후 조사를 통해 안 후보를 포함해 당 선대위 차원까지 이어지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는지 여부 등도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당시 선대위에서 책임자 역할을 맡았던 공명선거추진단 내부 인물들 중에는 검사 등 율사 출신 인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허술한 증거도 율사출신 인사들이 포진한 선대위 차원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을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많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27일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용주 의원과 김 아무개 부단장, 두 사람 다 검사출신”이라며 “그 두 사람한테 얘기해서 이 두 사람들이 이거 진실이도록 믿고 터트리도록 한 것 아니냐. 그 과정이 너무도 허술했다. 어떻게 검사출신 이런 사람들이 스크린도 못하”냐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에서는 그럼에도 여전히 문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의구심을 내려놓지 못한 모습이다. 국민의당은 일부 당원의 증거 조작 상황을 살펴보는 한편 특검을 통해 문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의 진실까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7일 “천인공노할 증거조작이 있었지만 준용씨의 특혜 취업 의혹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며 “증거를 조작한 당사자들은 법이 내릴 수 있는 최고형에 처해야 하지만 발단은 준용씨의 특혜 취업 의혹이다. 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특검을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당 차원에서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이번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향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안철수 당시 후보와 국민의당 차원의 개입 여부를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후보가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당은 당원 뒤에 숨을 일이 아니”라며 “당시 야당이 문준용씨 관련 의혹에 집중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엄청난 제보는 발표 전 당연히 선거대책위원회 최고위층이나 당 지도부에 보고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절차”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 공작 사건은 사과를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꼬리’가 ‘몸통’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통’이 ‘꼬리’를 움직이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검찰은 철두철미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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