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본격적인 내각 인선을 위한 인사청문회 ‘슈퍼위크’가 열렸다. 이번 주만 총 여섯 명의 인사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어 여의도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야당은 향후 후보자들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단단히 붙들어매는 모습이다. 여당 측은 문재인 정부 인사를 반대하는 주장 뒤에는 개혁을 방해하는 세력의 음모가 있다며 야당 공세에 맞서고 있다.

국회는 26일 오후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번주 첫 청문회였던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후보자 자질 검증보다는 향후 국세청장으로서 할 역할에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한 후보자는 이날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씨에 대한 은닉재산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를 시작으로 국회는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28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29일)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30일)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지칭해 ‘김·송·조’라고 지칭하며 ‘부적격 인사’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세를 자제했던 정의당도 일부 인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야당의 공세는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26일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전관예우로 법무법인과 방산업체 등에서 활동했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전역 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보를 굳이 간 것만 하더라도 부처 수장을 맡기에는 자격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추 대변인은 “노동전문가를 자처하는 조 후보자에게 제대로 된 논문 한 편 없다는 것은 전문성을 의심케한다”며 음주운전과 고려대 학생들에게 반말과 고성을 내뱉은 전력에 대한 논란을 언급하며 “굳이 지명된 것은 캠프에서 활동한 공로에 대한 보은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가 26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가 26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에 맞서 여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반대하는 소위 ‘세력’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사퇴가 일부 검찰들의 계획적 음모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진우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도 26일 논평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관련 논란에 대해 “검증을 빙자한 정략적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정 부대변인은 “최근 송 후보자에 대한 무차별적 의혹제기 공세를 보면 여느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되는 수준을 넘어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자체에 저항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여야 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계속 강행할 지 여부도 ‘슈퍼위크’를 맞은 정치권의 관심사다.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에 대해서도 임명을 강행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2주 연속 소폭 하락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인사청문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의 공세가 커질수록 부정적인 여론 역시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25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6월3주차 주간집계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7주차 국정수행 지지도는 1주일전 대비 1.4%p 내린 74.2%(매우 잘함 52.5%, 잘하는 편 21.7%)로 2주 연속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1.2%p 내린 18.6%(매우 잘못함 8.1%, 잘못하는 편 10.5%)로 4주연속 상승했다. (자세한 조사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인사청문회 정국이 여야 간 일자리 추경 합의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관건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추경안이 역대 최장 처리 지연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상황에 자유한국당은 인사청문회와 추경 등의 국회 현안을 연계해 나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무리하게 인사를 강행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일자리 추경 처리에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만 설득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추경안을 상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지만 이 또한 인사청문회 진행 상황에 따라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은 2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부실인사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 제시가 없다면 추경 등 다른 현안도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며 “대통령의 그러한 조치(부적격 후보자 지명 철회)가 있을 경우 추경을 비롯한 여러 국회 현안에 있어서 우리 야당도 적절한 협력을 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자에게) 흠결이 있다면 공식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관련 의혹을) 충분히 밝혀내면 될 것”이라며 “당사자의 해명을 듣는 게 정상적인 청문회 과정이고, 일단 정치 공세부터 하자는 식의 공세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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