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부지인 경북 성주 여성 주민들이 26일 청와대를 방문해 김정숙 여사에게 사드 배치 반대 요구를 담은 편지를 전달했다.

성주에서 온 여성 주민 4명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 편지를 전달하기에 앞서 청와대 정문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숙 여사에게 전하는 편지와 시를 낭독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성주에 사는 엄마들의 사드 반대 투쟁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파란나비효과’ 주인공이기도 한 김정숙씨가 동명인 김정숙 여사에게 편지를 써 주목을 받았다.

성주에서 30년간 참외 농사를 지었다는 그는 김정숙 여사에게 ‘파란나비효과’ 영화를 추천하며 “지난해 7월13일부터 한동안 나는 30년을 일궈온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은 생각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었고, 그날부터 날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촛불을 들고 있다”면서 “성주에 사는 국민이 지난 1년을 어떻게 투쟁해 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고 오늘을 살아가는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성주 주민 김정숙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26일 청와대 정문 앞 분수대 광장에서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성주 주민 김정숙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26일 오후 청와대 정문 앞 분수대 광장에서 김정숙 여사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들은 성주 여성 주민들이 쓴 4통의 편지와 함께 최근 개봉한 ‘파란나비효과’ 초대권 2장도 전달했다. 청와대에선 김금옥 시민사회비서관이 연풍문에서 이들을 맞았다. 성주 여성 주민들은 최근 소성리에서 발생한 극우단체들의 난동에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관련기사 : “사드 찬성 극우단체, 소성리서 욕설에 노상방뇨 추태”]

사드 배치 최적지로 성주가 결정된 후 성주에서 시작된 투쟁을 담은 영화 ‘파란나비효과’(박문칠 감독)는 지난 5월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도 뜨거운 사회 이슈로 떠오른 사드 배치 문제를 처음으로 다룬 이 영화는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의 중심에 섰던 성주의 젊은 엄마들 이야기를 밀도 있게 조명했다.

다음은 성주 주민 김정숙씨가 김정숙 여사에게 보내는 편지글 전문이다.

김정숙 여사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사드가 배치된 지역 경북 성주에 사는 김정숙입니다. 스무 살 때 성주로 시집와 참외 농사를 지으며, 평범한 주부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온 지 올해로 30년이 되었습니다.

도시에 살던 제가 꿈꾸었던 농촌은 내 집 앞마당이 다 내 땅이고, 내가 농사짓는 논이 다 내 땅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당연히 아니었죠. 30년을 뜨거운 하우스 안에서 참외 농사를 지으며 이제쯤 두 자식 반듯하게 키우고 내 삶을 살겠구나 싶을 때 사드라는 괴물이 찾아왔습니다.

2016년 7월 13일부터 한동안 저는 30년을 일궈온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은 생각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었고, 그날부터 매일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촛불을 드는 것밖에 없다 생각했고, 광화문에서 성주에서 열심히 촛불을 들다 보니 김정숙 여사님은 영부인이 되셨고, 저 김정숙은 영화배우가 되었네요.

어설프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사람이 인터뷰를 요청하여 사드 반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인터뷰를 해주었지요. 몇 번을 보면서도 뭘 하기라도 할까 하는 마음에도 열심히 뛰어다니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라는 말에 참 놀랐습니다. 그랬던 우리 감독님이 일을 내셔서 영화로 제작이 되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까지 타고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가 투쟁해온 날들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져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더군요.

그 영화가 6월 22일 전국으로 개봉을 하였습니다. “파란나비효과”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문재인 대통령님과 여사님이 알고자 하는 국민의 삶이 담겨져 있습니다. 성주에 사는 국민이 지난 1년을 어떻게 투쟁해 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고 오늘을 살아가는지 공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영화 꼭 보시고 국민의 삶에서 함께하는, 국민을 위한 정치 해주십시오. 대한민국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더 크게 소리 내겠습니다. 든든한 국민 빽 믿고, 용감한 외교 부탁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성주 김정숙 올림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