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탈원전정책의 롤 모델인 대만이 최근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재개하며 여당과 청와대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한국경제 6월21일자 1면)

이 보도는 사실일까. 대만정부 에너지 및 탄소감축 위원회 위원인 홍선한 대만녹색공민행동연맹 사무부총장의 답변은 이렇다. “6월에 핵 규제기구에서 2기 가동을 결정한 것은 핵 폐기 후 재가동을 선포한 것이 아니다. 핵발전소의 운영기한 내에 있는 재가동일 뿐이다. 수리와 부품교체 공사 후에 가동을 한다고 정부의 비핵정책의 실패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 한국경제 6월21일자 1면.
▲ 한국경제 6월21일자 1면.
▲ IAEA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IAEA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IAEA에 따르면 대만은 6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고 2016년 기준 전체 전력공급의 13.72%를 분담하고 있다. 대만정부의 ‘2025원전제로’ 정책은 △제4핵발전소(7,8호기) 건설 중단 및 폐기 △제1핵발전소(1,2호기) 2018년, 2019년 운영마감 △제2핵발전소(3,4호기) 2021년, 2023년 운영마감 △제3핵발전소(5,6호기) 2024, 2025년 운영마감이다. 수명연장은 없다.

98% 완공된 제4핵발전소(7,8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2025원전제로’를 입법화한 대만에서 지난 9일과 12일 원전 2기가 ‘폐기 후 재가동’이 아닌, ‘정비 후 재가동’을 실시했다. 사용기간이 남은 원전을 고쳐 쓰는 과정을 ‘탈원전 정책 실패’로 일부 언론이 보도한 셈이다. 이번에 재가동한 원전들은 2021년과 2025년 폐기될 예정이다.

▲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9일 고리 원전 영구 정지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9일 고리 원전 영구 정지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은 23일 “일상적인 정비 후 재가동을 탈원전 정책 실패라고 해석해 보도하는 것은 명백한 오보”라고 비판한 뒤 이 같은 보도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방향을 후퇴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앞서 한국경제는 “원전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에너지 정책을 짜면 대만과 같은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새 정부는 2016년 현재 30.7%인 원자력에너지 비중을 2030년 18%까지 낮추고 신재생에너지(4.7%)비율을 20%까지 높일 계획이다. 그러자 ‘탈핵’ 기조를 우려하는 언론에서 앞서 대만 사례처럼 여러 ‘흔들기’ 보도가 등장하고 있다.

▲ 탈핵 관련 언론보도 제목.
▲ 탈핵 관련 언론보도 제목.
서울경제는 지난 20일 “원전 감소분을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으로 대체하면 약 28%의 발전비용 인상효과가 발생 한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전기요금 폭등 프레임이다. 하지만 같은 날 JTBC ‘뉴스룸’은 펙트체크를 통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결과를 인용, “1년에 한 가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액수는 8367원”이라고 밝혔다. 월별로 쪼개면 697원 수준이다. 상식적으로 걱정할 수준의 액수는 아니다.

중앙일보는 지난 20일 “일본은 원전 참사 후 원전 가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5년 새 전기료가 20~30% 뛰자 최근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현재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을 2030년까지 23%이상 올릴 계획을 갖고 있으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42기의 원전 중 3기만 재가동하고 있다. 이는 탈원전 정책의 후퇴라기보다 급진적인 탈핵의 한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조선일보는 지난 23일자 사설에서 정부의 산업용 전기 인상 방침과 관련,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은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질 좋은 전력 덕을 크게 봤다. 환경 이상론에 빠져 현실을 무시했다가는 기껏 어렵게 쌓아놓은 산업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 2016년 8월9일자 산업용 전기요금 관련 JTBC '팩트체크' 화면 갈무리.
▲ 2016년 8월9일자 산업용 전기요금 관련 JTBC '팩트체크' 화면 갈무리.

2014년 기준 주택용 전기요금은 125.1원, 산업용은 106.8원이다. 한국은행 자료 기준 제조업 원가에서 전기료 차지 비율은 평균 1.6%다. 기업 경쟁력이 흔들릴만한 수치인지는 독자들이 판단하면 된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는 OECD평균 이하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한 나라다. 국토면적당 원전 설비용량은 물론 단지별 밀집도, 반경 30Km 이내 인구수도 모두 세계 1위다. 한국은 더 이상 지진에서 안전한 곳이 아니다. 과연 기업의 경쟁력이, 전기요금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가. ‘탈핵’ 기조를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을 흔드는 원전마피아들의 ‘입’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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