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탈원전정책의 롤 모델인 대만이 최근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재개하며 여당과 청와대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한국경제 6월21일자 1면)
이 보도는 사실일까. 대만정부 에너지 및 탄소감축 위원회 위원인 홍선한 대만녹색공민행동연맹 사무부총장의 답변은 이렇다. “6월에 핵 규제기구에서 2기 가동을 결정한 것은 핵 폐기 후 재가동을 선포한 것이 아니다. 핵발전소의 운영기한 내에 있는 재가동일 뿐이다. 수리와 부품교체 공사 후에 가동을 한다고 정부의 비핵정책의 실패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98% 완공된 제4핵발전소(7,8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2025원전제로’를 입법화한 대만에서 지난 9일과 12일 원전 2기가 ‘폐기 후 재가동’이 아닌, ‘정비 후 재가동’을 실시했다. 사용기간이 남은 원전을 고쳐 쓰는 과정을 ‘탈원전 정책 실패’로 일부 언론이 보도한 셈이다. 이번에 재가동한 원전들은 2021년과 2025년 폐기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새 정부는 2016년 현재 30.7%인 원자력에너지 비중을 2030년 18%까지 낮추고 신재생에너지(4.7%)비율을 20%까지 높일 계획이다. 그러자 ‘탈핵’ 기조를 우려하는 언론에서 앞서 대만 사례처럼 여러 ‘흔들기’ 보도가 등장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0일 “일본은 원전 참사 후 원전 가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5년 새 전기료가 20~30% 뛰자 최근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현재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을 2030년까지 23%이상 올릴 계획을 갖고 있으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42기의 원전 중 3기만 재가동하고 있다. 이는 탈원전 정책의 후퇴라기보다 급진적인 탈핵의 한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조선일보는 지난 23일자 사설에서 정부의 산업용 전기 인상 방침과 관련,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은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질 좋은 전력 덕을 크게 봤다. 환경 이상론에 빠져 현실을 무시했다가는 기껏 어렵게 쌓아놓은 산업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2014년 기준 주택용 전기요금은 125.1원, 산업용은 106.8원이다. 한국은행 자료 기준 제조업 원가에서 전기료 차지 비율은 평균 1.6%다. 기업 경쟁력이 흔들릴만한 수치인지는 독자들이 판단하면 된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는 OECD평균 이하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한 나라다. 국토면적당 원전 설비용량은 물론 단지별 밀집도, 반경 30Km 이내 인구수도 모두 세계 1위다. 한국은 더 이상 지진에서 안전한 곳이 아니다. 과연 기업의 경쟁력이, 전기요금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가. ‘탈핵’ 기조를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을 흔드는 원전마피아들의 ‘입’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