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가 사내게시판에 자발적 임금반납 동의서 작성을 요청했다. 노사합의 없이 지난 3월부터 OBS 구성원들의 임금을 삭감해온 것에 대해 고용지청이 검찰 고발을 예고하자 뒤늦게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으려는 행동이라고 노조는 판단하고 있다. 회사는 동의서는 형사사건과는 무관한 것이며 노조가 협상에 응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사내게시판에 동의서를 올렸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는 지난달 16일 고용노동부 부천고용지청에 OBS 사측을 임금체불·부당노동행위·단체협약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유진영 지부장은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3월부터 임금 10%를 삭감해오고 있는데 (고용지청에서) 이번 달까지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검찰에 송치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회사는 이제 구성원들에게 동의서를 쓰게 해 임금체불 문제가 법적인 문제로 가는 것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OBS 사측은 동의서 작성요구를 위해 지난 19일 구성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오는 9월이 되면 회사 사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로 급여 15% 삭감과 11명 비정규직화를 공식화했다고 OBS지부는 전했다.

▲ 4월14일 부천시 OBS 사옥 앞에서 전국언론노조 OBS 지부와 시민단체가 사측의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OBS 지부 제공
▲ 4월14일 부천시 OBS 사옥 앞에서 전국언론노조 OBS 지부와 시민단체가 사측의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OBS 지부 제공

직원 설명회의 핵심은 ‘현재로선 주주들이 전혀 증자할 의지가 없으니 직원들이 나서서 급여 반납을 결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OBS지부는 “사측은 반복적으로 허가 취소를 입에 올리며 조합원들에게 공포를 조장하기에만 바빴고, 이 과정에서 상습적인 경영 수치 부풀리기 정황도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OBS지부는 사측이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올해 광고 매출이 최초 계획 대비 7.3억 원 증가됐으나 사업매출은 계획 대비 7.4억 원 감소해 임금 감액이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이는 한 달여 전 임단협 당시 계획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계획을 한 달 만에 부풀리고 어떠한 해명도 없이 설명회에서 사업 매출이 계획 대비 감소했다며 경영위기의 근거자료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사측이 투자 의지도 없는 대주주(영안모자)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설명회에서 정책기획팀장이 “이대로 가면 허가 취소”라고 수차례 언급했고, 지난 5월 설명회에서도 사측이 허가 취소 즉 폐업을 공식적으로 언급해왔기 때문이다.

유 지부장은 “이대로 가게 되면 조건을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살길을 마련해야 한다”며 “OBS의 문제는 임금 10%삭감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주주가 적극적으로 투자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OBS는 올초 13명을 정리해고, 9명에게 자택대기발령을 내렸다. 해직자를 중심으로 OBS지부는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경인지역 41개 시군구를 자전거로 돌면서 시청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제를 듣고, 지역시민사회를 만나 OBS 문제 해결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조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의미다.

유 지부장은 “희망자전거 대정정의 실질적인 성과는 지역 네트워크를 강화한 것”이라며 “해고자를 포함해 OBS지부가 지역시민사회와 연대해 함께 OBS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16일 OBS 본사로 도착한 희망자전거 순례단. 사진=전국언론노조
▲ 16일 OBS 본사로 도착한 희망자전거 순례단. 사진=전국언론노조

OBS 사측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삭감이 필요한데 노조가 협상에 임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성호 OBS 정책기획팀장은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에 동의서 받는 건 형사건과는 관련 없고 민사적 책임만 관련이 있다”며 “13명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않으면 노조가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회사는 직원들에게 호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노사합의로 임금 10% 삭감하기로 했는데 앞으로 계속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니 추가 협상이 필요한데 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OBS는 지난해 방통위로부터 재허가를 받을 때 증자할 것을 요구받았다. 신 팀장은 “2013년 재허가 때도 증자 조건을 받았는데 회사가 주주들을 설득해봐도 대주주만 투자를 하지 나머지 주주들은 투자를 안 한다”며 “2014년 적자가 30억 원 정도 나는 상황에서 (노사가)임금감액에 합의했고 그 결과 적자가 10억 원 수준으로 줄었는데, 적자를 더 줄이거나 흑자가 나야 회사도 나머지 주주들에게 투자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OBS는 13명 정리해고 역시 경영상 필요에 의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신 팀장은 “정리해고 하기 전에 무급휴직으로라도 돌리자고 했는데 노조에서 안 된다고 했다”며 “주주들을 설득하는 일을 지난 3년간 해봤는데 잘 안 돼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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