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와 김종대 의원(외교안보본부장) 등이 26일 군에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과 함께 일명 ‘이등병의 엄마법’을 발의했다.

‘이등병의 엄마법’(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 전원을 순직자로 인정하고, 순직한 군인의 아들과 형제의 군 복무를 감면해주는 내용이 골자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군 복무 중 사망한 군인의 수는 73명이고, 창군 이래 복무 중 사망한 전체 군인의 수는 약 3만9000여 명이다. 아울러 의무복무 중 상이등급 6급 이상으로 다친 군인의 형제와 자식은 6개월 보충역을 택할 수 있도록 했다. 

김종대 의원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법률 개정안을 ‘이등병의 엄마법’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에 대해 “군대 내 사망 사고와 유가족들의 투쟁을 다룬 연극 ‘이등병의 엄마’에 출연한 어머니들과 군 사망자 유가족들의 오랜 염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와 김종대 의원은 26일 군에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과 함께 일명 ‘이등병의 엄마법’을 발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와 김종대 의원은 26일 군에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과 함께 일명 ‘이등병의 엄마법’을 발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심상정 대표는 “나도 예비 이등병 엄마다. 같은 엄마로서 멀쩡했던 자식이 느닷없이 변을 당했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할수록 가슴이 저리다”며 “정부는 징집 군인들이 죽어갈 때 외면하고 무책임으로 일관했고, 관리부실로 사람이 죽었는데도 되레 부모에게 책임 씌우는 것은 자식을 잃은 부모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오늘 김종대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은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를 막는 특단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사실 이 법안 발의는 처음이 아니라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제출됐지만 보수정당과 국방부가 똘똘 뭉쳐 법안 통과를 무산시켰다”며 “이번에 ‘이등병의 엄마법’으로 되살려 내 이 법을 발의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어머니들의 눈물 어린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등병의 엄마’를 기획한 인권운동가 고상만씨와 실제로 연극 무대에 올랐던 어머니들이 직접 참여해 법률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정의당 ‘이등병의 엄마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고 윤영준 이병의 어머니 박윤자씨가 발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26일 정의당 ‘이등병의 엄마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고 윤영준 이병의 어머니 박윤자씨가 발언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고 윤영준 이병의 어머니 박윤자씨는 “현재 둘째 아들이 군대에 가 있는데 날마다 전화통화가 안 되면 서로 불안하고 부대에서 선임 한 명이 자살하는 그림을 그려놔서 큰 형이 생각났다고 한다”며 “그리고 아들이 복귀했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 한 번도 형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었는데 아이의 가슴 속에 그게(형의 죽음이) 남아 있었다는 걸 느꼈다”며 눈물을 훔쳤다.

연극 ‘이등병의 엄마’ 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 엄마 일동은 “우리는 연극에 출연하면서 징병할 권리가 국가에 있다면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은 국가가 책임지고 순직 안장을 해달라고 했다”며 “그런 책임이 국가에 있어야 보다 책임 있고 신중한 징병이 이뤄질 것이며 우리 아들들이 더는 군에서 죽어가도록 방치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아들들이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그 진실을 우리 부모에게 국가가 알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며 “그래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헌병대 수사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종대 의원은 “앞으로 군 사법체계 개혁과 군 인권감독관 신설, 부상·사망 장병 가족의 심리치료와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도 정의당 대선 공약으로 중차대한 과제”라며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부활도 문재인 정부에서 시급히 해결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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