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비판했다가 비제작부서로 좌천된 현실을 웹툰으로 풍자해 해고됐던 권성민 MBC 예능 PD가 tbs 라디오에 출연해 망가진 MBC의 제작 자율성 실태를 고발했다. 권 PD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해고무효 확정 판결을 받고 복귀해 현재 예능국 PD로 활동하고 있다.

권 PD는 26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현 경영진은 (현 MBC 상황에) 즉각 책임지고 퇴진해야 한다”며 “해직 언론인 선배 6명을 포함해 100여 명의 유배된 동료들이 바로 돌아올 수 있는 조치가 이뤄지는 게 (MBC 정상화의) 1차적 해법”이라고 밝혔다.

권 PD를 포함해 MBC 예능PD 47명은 지난 22일 “사람들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PD가 되었는데 그거 만들라고 뽑아놓은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며 김장겸 현 MBC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 등 MBC를 대표하는 예능 PD들이 연명해 큰 화제를 불렀다.

권 PD는 “현재 MBC에서는 예능 PD 말고도 대부분 직군이 나서서 사장 퇴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며 “평소에 예능 PD들끼리 ‘MBC 뉴스가 예능까지 다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성명을 통해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을 짚어주는 게 예능 PD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권성민 MBC 예능 PD. 사진=김도연 기자
▲ 권성민 MBC 예능 PD. 사진=김도연 기자
권 PD는 “MBC뿐 아니라 이전 정권 하에서 대부분 방송사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을 텐데, 이를 테면 가수 이승환씨 등 정치적으로 이슈가 됐던 출연자를 (MBC 예능 프로그램에서) 쓰는 건 불가능했다”면서 “우리는 사내 아나운서를 캐스팅하려고 해도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면 섭외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어준씨 같은 분도 MBC에서 절대 쓸 수 없는 분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간판급 아나운서들이 MBC를 떠났다”며 “나가신 분들의 모습을 예능 화면에서 뉴스 보도 자료 사진으로 쓰려고 해도 쓸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권 PD는 “제작비의 압박도 심하다. 코디를 줄이고 카메라도 안 쓰고 하면서 10~15만 원 정도 아끼는 등 압박을 받고 있다”며 “임원들이 성과급 파티를 하고, 연봉을 인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이가 없고 화가 많이 나는 이유”라고 전했다. 

일선 PD들은 제작비 압박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회사는 프로그램 대신 대규모 행사에 PD를 차출하고 예산을 집중한다는 지적이다.

권 PD는 MBC의 권위적인 분위기도 전했다. 권 PD는 “과거에는 상향식 의사 결정 구조로 일선 PD가 국장에게도 자신의 제작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PD들이 경영진의) 말을 듣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뺏고 책상에만 앉게 하는 경우도 있다”며 “당장 임원들에게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또 자세와 옷차림이 불량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권위적) 분위기를 (현 경영진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PD는 MBC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김 사장의 퇴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사장은 MBC가 망가지는 데 근본 역할을 했던 사람”이라며 “그는 이명박 정권에서 MBC 장악을 시작했을 때 정치부장이었다. 정권 비판적인 뉴스를 내렸고 보도국장이 되고 나선 보도를 점령했으며 세월호 유가족에 ‘깡패’라고 했던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권 PD는 또 “현재 국회에 공영방송 소유 구조 개선 법안이 올라가있다”며 “이 법원은 정권이 사장을 임명하고 공영방송을 지배하는 걸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 발의된 법안이나 당시 새누리당이 막아 통과되지 않았다. 이 법이 통과돼 장기적으로 공영방송 소유 구조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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