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MBC 구성원들이 한목소리로 ‘김장겸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지만 MBC는 관련 성명을 삭제하는 것으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무마하려는 모양새다. 이에 MBC 언론인들은 사내에서 쏟아지는 김 사장 퇴진 성명을 인쇄해 천막에 내걸고 국민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왕종명 MBC 기자협회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판에서 삭제된 우리의 목소리를 천막에 내걸었다. 한 개의 입을 지우면 열 개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이 저희 입이 돼 달라”고 호소했다.

왕 협회장이 게시한 영상에서 그는 “MBC 전국 기자 구성원 400여 명은 지난 한 달 동안 20개 넘는 성명을 통해 김장겸 사장 퇴진을 한목소리로 외쳤다”며 “뿐만 아니라 MBC 여러 부문 구성원과 전국에서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명이 회사 게시판에 올라오는 족족 사라지고 있다. 회사에서 지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 왕종명 MBC 기자협회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판에서 삭제된 우리의 목소리를 천막에 내걸었다. 한 개의 입을 지우면 열 개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이 저희 입이 돼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왕종명 페이스북 화면 캡처
▲ 왕종명 MBC 기자협회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판에서 삭제된 우리의 목소리를 천막에 내걸었다. 한 개의 입을 지우면 열 개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이 저희 입이 돼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왕종명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 영상에서 왕 협회장은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 설치된 천막을 소개하며 “삭제된 성명을 천으로 인쇄해 천막에 내걸었다”고 밝혔다.

천막 바깥에 부착된 성명은 “‘품격 있는 젊은 방송’을 위해 스스로 떠나라”, “‘김장겸 망령’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지역 MBC의 몰락, 책임질 자 누구인가”, “더 이상 지역을 더럽히지 말라” 등 김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각 부문 및 본사·지역MBC 구성원들이 작성한 것이다. 

영상에서 권혁용 MBC 영상기자회장은 “회사에서 이 성명을 삭제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며 “‘회사 이익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했다’ ,‘특정인을 모욕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비방하거나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왕 협회장은 “신뢰도와 공정성 1위의 최고 방송 MBC를 추락시켜 회사 전체 광고 매출을 떨어뜨린 사람은 누구인가”며 “특히 MBC 뉴스데스크 광고 매출을 급락시킨 사람은 누구인가. 50년 넘는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명함 하나 당당하게 내밀지 못하게 MBC 기자 구성원들의 명예를 훼손시킨 특정인은 누구인가”라고 MBC 경영진을 비판했다.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왕 협회장은 또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공공재인 방송 뉴스를 사유화하고, 자신을 사장 자리에 앉힌 특정 정권을 위해 자신들이 뽑은 ‘용병 기자’들을 동원해서 편파 보도를 지휘했던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비판했다.

MBC는 문재인 정부의 언론 개혁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신뢰도와 공정성이 크게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언론 개혁’을 요구하는 민심이 새 정부 출범 동력이라는 점에서 MBC 인사 쇄신 및 개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사장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 국면인 지난 2월 선임됐다. 그는 공영방송의 보도 공정성을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4월 김 사장을 ‘박근혜 정권 언론 장악 부역자’ 명단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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