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이 주최해 서울광장에서 열린 ‘사드 철회 평화행동’ 집회에서 극우단체들의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 침탈 사태와 미 트럼프 대통령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규탄이 쏟아져 나왔다.

이혜경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여성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소성리 투쟁 상황을 전했다. 이 위원장은 “이틀 전 400여 명의 수구보수 단체와 서북청년단이 성주에 와서 태극기를 흔들며 소성리 마을을 침탈했다”며 “이들은 혼자 일하고 있는 부녀회장을 둘러싸 온갖 욕설과 함께 난동을 부리며 모욕했다. 혼자 얼마나 무섭고 치욕스러웠겠냐”고 개탄했다.

이 위원장은 “이들은 주민들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해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면서 “서북청년단은 소성리 할머니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투쟁하고 있을 때도 어르신들에게 ‘놀고 자빠졌네’ ‘전부 좌빨 빨갱이들’이라며 야유했다고 한다. 이들이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는 동안 그 많은 경찰 병력은 도대체 뭐 하고 있었느냐”고 비판했다.

▲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사드 철회 평화행동’ 집회에 성주 주민들이 사드 철회 촉구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사드 철회 평화행동’ 집회에 성주 주민들이 사드 철회 촉구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성주투쟁위에 따르면 지난 22일 극우단체들은 소성리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성 주민 근처에서 노상방뇨를 하고 주민들의 집에 무단 침입해 외벽에 방뇨를 하거나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아울러 마을에 걸려 있는 사드 반대 현수막과 깃발 수십 개를 훼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극우단체들은 오는 27일에도 소성리에 집회와 행진을 신청한 상황이다. 이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주민들을 대표해 소성리 이장 등은 성주경찰서와 경북지방경찰청에 시설보호와 극우단체들의 집회·행진 금지 통고를 요청했다.

‘민중의꿈’ 공동대표로 있는 김종훈 무소속(울산 동구) 의원은 이날 집회에서 며칠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지연한다며 ‘격노’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트럼프가 격노한 게 아니라 온 국민이 격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할 자격이 없다. 언론은 트럼프가 ‘격노했다’고 쓸 게 아니라 ‘망언했다’고 써야 대한민국 언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방미 일정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문 대통령이 당선된 후 나는 소성리에 꼭 가보라고 말했다. 김천과 성주에서 대통령을 기다리는 가슴 절절한 국민이 있다고 가보라 했다”면서 “문 대통령이 다음 주면 미국으로 떠나는데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성주·김천으로 가서 간절히 외치고 있는 제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트럼프 대통령에 당당히 맞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은 지난 19일 서울지방경찰청이 이날 예정돼 있던 미 대사관 뒷길의 행진을 제한하는 통고를 내린 것에 대해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경찰이 미국 대사관 뒷길의 행진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5행정부(재판장 강석규 판사)는 23일 “지금까지 사드 배치 반대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점 등을 고려하면 행진을 허용하면 미국 대사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국행동은 ‘사드 철회 평화행동’ 행진과 미국 대사관 뒷길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측면 길에서 인간띠잇기 행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날 비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서울광장 집회와 인간띠잇기에는 3000여명(주최 측 추산·경찰추산 1500명)의 참가자들이 우비를 입고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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