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3일 오후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6월항쟁 이후 30년, 한국 언론의 현재와 미래’ 기획토론을 열었다.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를 만들려면 △인프라 △생산 △유통 △소비라는 핵심영역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성해 교수는 우선 한국 언론이 인프라면에서 저널리즘을 위한 교육기관, 연구와 조사를 위한 지원, 언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뉴스에 대한 지속적 관심은 상당한 수준이기에, 성과를 인정하지만 ‘언론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성해 교수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국내에서 언론이 누리는 자유는 상당한 수준”이라며 “언론복합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일부 언론은 정치권력이 되어 자신이 원하는 언론을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무엇을 위한 언론자유인지, 자유를 쟁취한 다음에 추구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현재 한국 언론에는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인센티브’ 시스템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와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와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김 교수는 “미국에는 ‘퓰리처상’처럼 권위 있는 상과 함께 저명한 ‘학술저널’이 있고 공익재단도 존재하지만 한국 언론계에 존재하는 이런 ‘보상 시스템’은 미국과 비교해 권위와 영향력 면에서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언론이 ‘생산’이라는 영역에서 부족한 점에 대해 김 교수는 저널리스트에 대한 투자와 관심, 교육이 상당히 취약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보도자료를 베끼거나, 맥락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숨은 이해관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 독자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저급한 뉴스는 모두 전문성 부족에서 기인한다”며 “그러나 국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각자도생’ 뿐”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사가 저널리스트에게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자가 스스로 야간대학원에 다니거나 연수를 가거나 현장에서 치열하게 수련을 쌓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성해 교수는 유통 영역에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적자금’ 유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 언론 유통의 문제는 인터넷과 SNS를 통한 유통으로 인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너무 많이 생산된다는 데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 이런 환경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동기가 사라진다. 때문에 김 교수는 공적인 자금을 통해 양질의 뉴스를 구입해 공동의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꼭 필요한 공공재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며 “질 높은 탐사보도와 국제보도 등 특화된 언론사를 지정해 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소비의 영역에서 김 교수는 뉴스 수용자들의 ‘뉴스 취향’과 인식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포털이나 SNS 등을 통해 소비되는 뉴스보다 국제뉴스, 기획뉴스, 분석뉴스 등 공이 많이 들어간 뉴스를 외면하지 않는 취향 개발이 필요하다”며 “뉴스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격차도 큰 상황이며 뉴스로 인해 발생하는 인격권 침해 등에도 무감각한 편이라 뉴스에 대한 취향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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