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YTN 총괄 상무가 23일 YTN 사장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이날 오전 사내 게시판에 “YTN 사장 후보직 사퇴합니다. 믿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제 탓입니다”라고 의사를 밝혔다.

그가 지난 16일 YTN 사장 후보로 나선 이후 YTN 구성원들은 김 상무의 사장직 출마에 대한 만류와 우려, 비판을 담은 게시물을 쏟아냈다.

김 상무가 2008년 YTN 해직 사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책임론, 도리어 해직자 복직 문제를 사장 출마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비판,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의 불공정성 논란 등의 비판이었다. 무엇보다 기울어져 가는 YTN에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컸다.

이러한 사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김 상무는 지난 19일 사내 게시판에 “제 생각이 조직 대다수의 뜻과 다르다면 마땅히 접겠다. 어떠한 방식이든 총의에 따르겠다”고 했고, 실제 YTN 기자 다수는 개인 게시글로 김 상무 출마에 대한 생각을 밝혀왔다.

박진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구성원들이 개인 이름을 걸고 입장을 밝히는 건 이례적인데 무려 50여 건 이상이 게시됐다”며 “김 상무에 대한 비난 글, 불출마해달라는 애원 글, YTN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글이 많았다. 결국 회사가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게 요지”라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기존 경영진이 다시 맡는다면 분열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라며 “지난 2008년 시작된 갈등과 분열을 이제는 종식시키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고 전했다.

▲ 지난 5월 19일 조준희 전 YTN사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김호성 총괄상무(오른쪽)가 기념사진 촬영을 하면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5월 19일 조준희 전 YTN사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김호성 총괄상무(오른쪽)가 기념사진 촬영을 하면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정유신 YTN 기자협회장은 “조준희 전 사장 사퇴와 김호성 상무의 사장 후보직 사퇴에는 내부 구성원들의 게시글이 큰 역할을 했다”며 “부장급부터 젊은 기자들까지 게시글을 남겼고 기수별 성명도 이어졌다. 실명으로 의사를 밝히고 참여한 이만 100명이 넘는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의지가 재확인된 것이고 앞으로 YTN 재도약에 엄청난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낙하산 논란을 부른 금융계 출신 조준희 전 YTN 사장이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5월19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YTN 정상화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11일에는 노종면 YTN 해직 기자가 사장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YTN 사장 선임에 새로운 국면이 만들어졌다. 

후보 시절 ‘언론 개혁과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에서 ‘해직기자 출신의 방송사 사장 임명’이 현실화할지에 대한 기대가 시민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것이다. 

MB 정권에서 언론 장악 대상 ‘1순위’였던 YTN이 이번에는 사장 선임을 두고 새 정부의 언론 개혁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YTN 내부에서는 과거 보수 정권 때완 다른, ‘공정한 사장 선임’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열망이 크다.   

YTN 해직 사태는 9년째 풀리지 않고 있다. 권석재·노종면·우장균·정유신·조승호·현덕수 기자는 2008년 10월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고, 이 가운데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는 2014년 11월 대법원을 통해 복직했으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 복직은 기약 없이 미뤄져 왔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을 다큐멘터리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에 나온 노종면 기자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을 다큐멘터리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에 나온 노종면 기자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김영한 전 수석의 2014년 11월27일자 업무일지에 “YTN 해고자 복직 소송-대법선고-이후 동향”이라고 적혀 있는 등 YTN 해직 언론인들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사찰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언론계에서는 언론 적폐 청산 과제로 YTN 해직자 복직 문제를 1순위로 꼽아왔다.

한편, YTN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사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진행하고 2~3명을 YTN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이 중 1명을 사장으로 선임한다. YTN 사장 선임은 7월 중순경 마무리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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