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발발 67주년을 앞두고 KBS ‘뉴스9’ 보도가 수상쩍다. 지난 21일 KBS ‘뉴스9’은 “렌즈에 담긴 6·25… 전쟁 아픔 속 희망”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매혜란, 매혜영 자매를 소개했다.

이들은 1952년 전쟁 중 한국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호주인 자매로, 환자를 치료하면서 방방곡곡 사진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KBS는 관련 사진을 소개하면서 6·25 전쟁을 경험한 시민의 멘트와 사진 전시회 감상 소감을 전한 대학생의 목소리 등을 전했다.

이 리포트만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나 관련 내용은 지난해 9월에도 “호주 선교사 가족이 남긴 ‘근현대사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KBS에서 보도된 바 있다.

▲ KBS 메인뉴스 뉴스9의 21일자 보도. 매혜란, 매혜영 자매의 모습.
▲ KBS 메인뉴스 뉴스9의 21일자 보도. 매혜란, 매혜영 자매의 모습.
6·25전쟁 발발 67주년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근현대사 비극이 담긴 사진 자료와 사진전을 다시 소개하는 것을 나무라기 어려울 수 있으나 22일자 조선일보 칼럼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한다.

“호주인 매혜란이 수원 화성의 폐허를 찍은 뜻”이라는 칼럼의 필자는 “수원 화성과 관련해 6·25 전쟁 발발 67주년을 앞두고 모든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사진이 두 장 있다”며 전쟁 당시 매혜란이 찍은 파손된 화성 사진을 소개했다.

매혜란 아버지인 매견시의 집안에 대해선 “일제 강점에 이어 동족상잔의 엄청난 고통을 겪은 한국인들을 대를 이어 무려 70년 동안 묵묵히 보살피고, 수천 장에 달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소중한 사진과 필름까지 남겨주고 모두 저세상으로 떠났다”고 부연했다.

이 역시 대한민국에 헌신한 이방인에 감사를 표하는 평이한 칼럼으로 볼 수 있지만 칼럼 필자가 김인규 전 KBS 사장(현 경기대 총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매씨 일가의 사진전을 전시하고 있은 곳은 다름 아니라 경기대 박물관이다. 지난해 9월부터다.

KBS 보도를 ‘불순하게’ 바라본 이는 기자만이 아닌 듯하다. KBS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영섭 KBS 기자협회장도 22일 오전 편집회의에서 해당 보도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이 리포트는 KBS 경인방송센터가 제작한 것으로, 간부들은 ‘6·25 전쟁 기획 아이템을 고민한 결과’, ‘(1년 전에) 관련 보도가 나간 줄 몰랐다’ 등 형식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일보 22일자 김인규 경기대 총장(전 KBS 사장)의 칼럼.
▲ 조선일보 22일자 김인규 경기대 총장(전 KBS 사장)의 칼럼.
그러나 KBS의 한 기자는 “KBS 기자들은 당연히 김 전 사장과의 연관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직 사장의 ‘매체 사유화’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매혜란’ 혹은 ‘매견시’로 키워드 검색을 하면, 지난해 12월 국민일보 기사가 최근 보도다. 

김 전 사장의 ‘입김’이 KBS에 닿은 걸까. 기자는 보도 책임자인 정지환 KBS 통합뉴스룸 국장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그는 늘 그랬듯 연락을 받지 않았다.

MB 정권에서 낙하산 논란을 부르며 KBS 사장에 임명됐던 김 전 사장은 지난 5월 임기 4년의 경기대 제10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4월 김 전 사장을 ‘언론장악 부역자’로 꼽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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